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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 실검 장식한, 문 대통령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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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차별금지법 제정 강행" 연예면이 아닌 사회면에서 보게 되기를

"차별금지법 제정 강행"

지난 12일 연예 기사들의 타이틀이다. 사회면이 아닌 연예면에서 차별금지법 이야기가 나온 것은 tvN 월화드라마인 '60일, 지정생존자' 제13회에서 차별금지법이 주요 소재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로 '차별금지법'이 등극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이 무엇이길래 드라마에서 다뤄진 것만으로 이렇게 화제가 되는 것인지, 이 글에서는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현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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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포털 검색 결과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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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그럼에도 제정되지 못한 차별금지법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11조는 위와 같이 평등권을 기본적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 비단 헌법의 규정만이 아니라도 평등은 근대적 인권에서 핵심적 개념이자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사회 속에서 이러한 평등을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선언을 넘어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치들이 요구된다. 평등과 반 차별 원칙을 준수할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 사회구조적 차별을 없애기 위한 여러 정책, 인식개선과 교육, 차별을 당한 개인의 구제 등... 그리고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법제가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이렇게 본다면 평등과 존엄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누구나 누려야 할 평등권 외에 무엇을 더 고려해야 하냐'는 지정생존자 드라마 속 박무진(지진희 분) 대통령권한대행의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2007년 처음 입법예고된 이후 12년이 이르기까지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보수개신교와 재계의 반대, 그리고 그에 동조한 정부와 국회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처음 이야기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이다. 2006년 국가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무총리에 권고했고, 2007년 법무부는 이를 바탕으로 차별금지법안을 작성하여 입법예고를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들이 있었다. 앞서 말했듯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보수개신교와 '학력, 병력' 등을 이유로 한 재계의 반대였다. 이 두 집단이 반대를 한 이유는 비슷했다.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정부였다. 차별을 유지하고 평등에 반대한다는 터무니없는 반대를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입법예고 된 원안에서 '성적지향, 학력,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전력,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이렇게 7가지 사유를 삭제해 버린 것이다.

(원안: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지향, 학력(學歷),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자는 법이 오히려 어떤 사유로는 차별해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셈이 됐다. 그리고 이렇게 정부가 혐오와 차별에 동조하고 논란거리를 만든 결과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은 무산되었다.

이러한 일들은 이후로도 반복되었다. 2011, 2012, 2013년 매해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지만 제정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심지어 2013년에는 당시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원식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보수개신교의 반대로 철회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게 10여 년째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못했다. 그리고 촛불의 뜻을 받들겠다는 현 문재인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진짜' 여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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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밝힌 공약. ⓒ 유튜브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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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차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참여정부에서 추진되었던 차별금지법 제정을 다시 추진할 것입니다"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는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보낸 질의서에 위와 같이 답변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불과 5년 뒤엔 2017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뒤집혔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존재하므로 추가입법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사실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했다. 그리고 곧 임기가 만료되는 제20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은 발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으며, 수차례 이루어진 유엔의 권고에도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인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이와 같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정치권이 태도를 바꾸고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지지율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계산에서일 것이다.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비치듯 말이다. 작중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시도는 끊임없이 정치적으로 불리한 일로 묘사된다. 박무진이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하자 비서들은 지지율을 이야기하며 반대하고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상대 후보에 뒤처진 결과가 나온다. 결국 13일 방영된 제14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대선에서 이기고 싶은' 박무진에 의해 다음 정권으로 이양된다.

그런데 이렇게 드라마에 비친, 그리고 몇몇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여론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로 현실인가? 실제 여론 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다. 2013년 6월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9.8%가 차별금지법제정이 필요하거나 대체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흔히 차별금지법제정에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성적지향이지만, 2017년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가 동성애자도 동등한 취업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시민들은 이미 성적지향이든 어떠한 이유로든 차별은 안 된다는 원칙에 동의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 합의'가 없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하지 못한다는 정부와 국회의 태도는 핑계에 불과하다. 차별을 없애고 소수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자신의 책무를 저버린 국가에 의해, 차별금지법은 여태껏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정도는 만드는 나라가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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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 60일, 지정생존자 >의 한 장면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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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드라마에서 차별금지법을 비중 있는 소재로 다룬 것은 의미 있으나 한편으로는 씁쓸한 일이다. 2007년 당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다면 1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이것이 드라마 속 소재로 다뤄질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랬다면 우리는 차별은 무엇이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다.

한편, 지금도 늦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는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회 임기 역시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이미 시민사회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결성하여 차별금지법을 위한 논의를 활발히 해오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 필요한 것은 자신의 책무를 다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 의지다.

60일, 지정생존자 드라마는 곧 종영될 것이지만 차별의 현실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삶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차별금지법제정강행", 다음엔 사회면 기사의 제목이기를 바랍니다>라는 14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논평과 같이 조만간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의 차별금지법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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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논평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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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 기자(equalact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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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한희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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