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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홍콩 사태’ 70일…키워드로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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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송환법 반대 시위 포스터

이른바 '송환법'을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격화하고 있습니다.

'항공 대란'을 일으킨 홍콩 국제공항 기습 점거에 이어, 이번 주말 동안 대규모 도심 집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경찰의 강경 진압과 시민들을 향한 백색테러에 홍콩 시민들의 분노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태입니다.

중국 정부는 시위대의 공항 점거에 대해 '테러'로 규정지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홍콩과의 경계 지역으로 군대(Troops)를 이동시키고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두 달 넘게 이어지며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홍콩 시위. 그동안의 흐름을 키워드로 자세히 짚어 보는 자리를 만들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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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송환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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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도주범죄자 및 형사 사무 상호법률협조(수정) 조례 초안

홍콩 사상 최대 시위를 촉발한 '송환법'의 원래 이름입니다.

법안의 시작은 한 살인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해 2월 스무 살 홍콩인 찬퉁카이가 타이완에서 타이완인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수사 끝에 타이완 당국은 찬퉁카이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홍콩 경찰은 그를 체포해 자백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홍콩과 대만은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지 않아 홍콩 경찰은 찬룽카이를 대만으로 보낼 수 없었습니다. 또 '속지주의'를 따르는 홍콩 형법상 홍콩 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닌 찬퉁카이를 처벌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살인 혐의가 적용되지 않아 징역 29개월 형만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홍콩 당국이 추진한 것이 '범죄인 인도 법안', 즉 송환법입니다.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곳에도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입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친중파 의원들이 밀어붙인 이 법안에 반대해 홍콩 시민들은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법안의 2차 심의가 예정됐던 날은 지난 6월 12일. 홍콩 시민들은 사흘 전인 6월 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이날만 100만 명 넘는 인원이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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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퉁러완 서점(출처 :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CC BY-SA 4.0 상업적 용도로도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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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러완(銅鑼灣) 서점 실종 사건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는 '송환법'에 홍콩 시민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이 홍콩에 있는 반중 인사나 인권 운동가를 중국으로 압송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우려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홍콩인들의 걱정을 일으킬 만한 과거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퉁러완 서점 실종 사건입니다.

홍콩에 있던 퉁러완 서점은 중국 본토에서 구할 수 없는 금서(禁書)를 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각종 정치 서적은 물론 위정자들을 풍자하는 책까지 팔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5년 퉁러완 서점의 주주와 직원 5명이 갑자기 실종됐습니다. 이후 몇 달 만에 나타난 서점 점장은 중국 공안에 체포됐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실종자 중 한 명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특히 5명 중 한 명은 홍콩에서 실종됐는데, 이 점에 홍콩 시민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국양제 원칙으로 보장된 줄 알았던 홍콩의 자치권이 중국의 뜻에 따라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이 없던 때에도 이 같은 납치 실종사건이 일어나는데, 법안이 개정되면 누구도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 '사망(Dead)' 선언을 했지만, 시민들은 믿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법안 날치기 통과가 가능하다며 법안의 완전 '철회(Withdraw)'를 외치는 시위는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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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들고 시위 나온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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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우산을 든 검은 옷의 시민들. '홍콩 시위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먼저 우산은 홍콩 시위대의 상징입니다. 시위대 손에 들린 우산의 역사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홍콩 시민들은 당시 홍콩의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약 80일 동안 시위를 벌였습니다.

홍콩 경찰은 곧바로 최루탄과 최루액, 살수차를 동원해 강경 진압을 펼쳤습니다. 시민들은 햇빛을 가리려고 들고 나왔던 우산을 펼쳐 최루액과 최루탄 등을 막았습니다. 이 모습을 본 언론들은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에 '우산혁명'이라는 별칭을 붙였습니다.

우산혁명은 시위 장기화와 중국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2014년의 유산은 올해 시위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최루가스 등을 동원한 경찰의 강경 진압에 시민들은 다시 우산을 펴고 맞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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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 입고 시위 나온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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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

"홍콩 도심이 검은 바다로 변했다" - 홍콩 사우스포스트모닝포스트

지난 6월 16일 홍콩 시민 2백만 명이 검은 옷을 입고 이른바 '검은 대행진'을 벌였습니다. 홍콩 시민의 4분의 1이 검은 옷을 입은 겁니다. 이날 이후 검은색은 시위대를 나타내는 색깔이 됐습니다.

검은 옷은 '상복'을 의미합니다. 6월 15일 송환법에 반대하며 쇼핑몰 외벽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던 중 추락해 사망한 30대 남성 량(梁) 모 씨를 애도하기 위한 겁니다. 량 씨의 사망 뒤 시위 주최 측은 시민들에게 추모의 의미로 '검은 대행진'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각국 정부는 홍콩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 주의보'를 내리고 있습니다. 시위대로 오인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한민국 홍콩 총영사관도 여행객들에게 "검은 옷에 마스크 착용은 피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시위 때마다 나타나 홍콩 시민들을 마구 폭행하는 '백색테러'단은 시위대와 반대로 흰옷을 입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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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눈 공격당한 여성 / (우)안대 쓴 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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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묻은 안대

지난 11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여성이 경찰의 공격으로 오른쪽 눈이 실명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여성은 경찰이 쏜 빈백건(알갱이가 든 주머니탄) 탄환을 눈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분노한 시위대는 홍콩 국제공항으로 몰려들었고, 이틀 동안 공항을 점거해 '항공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이때부터 다수의 시민들은 실명 위기까지 부른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의미로 오른쪽 눈에 안대를 착용하고 나옵니다.

공항 점거에 참여한 30살 유키 렁 씨는 "홍콩 경찰의 총을 맞은 여성을 지지하고, 우리가 정부와 경찰의 야만과 폭력에 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안대를 착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SNS를 통해 홍콩 경찰이 노인의 눈에 최루액을 뿌리고, 청년의 머리에 빈백건을 사격하는 모습이 공유되면서 많은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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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포인터’ 시위하는 홍콩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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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포인터

시위가 3개월째에 접어들 즈음 홍콩 시민들이 새로 들고 나온 도구는 바로 '레이저 포인터'였습니다. 경찰의 광범위한 채증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시위대는 경찰 카메라가 자신들의 얼굴을 찍을 수 없도록 레이저를 쏴 교란합니다.

그런데 지난 6일 한 대학생이 레이저 포인터를 샀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시위대가 쏜 레이저에 경찰들이 화상을 입었다며 레이저 포인터를 '공격용 무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시민들은 경찰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며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에드윈 청(29)은 "레이저 포인터는 개인 위치 표시용일 뿐 무기가 아니다"라며 "(경찰이) 항상 같은 기준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홍콩 사람들이 그렇게 화나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심지어 신발 브랜드까지 가리기도 합니다. 중국 정보당국의 신원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집회에 참여한 사진이나 관련 글을 SNS에 올리는 것은 금기시됩니다. 심지어 추적될 수 있는 교통카드 대신 일회용 승차권을 구매해 사용합니다.



노래

홍콩 인구의 절반은 믿는 종교가 없습니다.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를 합쳐도 전체 인구의 10% 정도뿐입니다. 하지만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함께 부른 '시위 노래'는 찬송가였습니다. '싱 할렐루야 투 더 로드(Sing Hallelujah to the Lord)'라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싱 할렐루야 투 더 로드' 한 소절뿐입니다. 멜로디도 간단하다 보니 비기독교 시위대 사이에서도 노래가 빠르게 퍼졌습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짧고 기억하기 쉽다 보니 사람들이 이 노래를 선택했다"고 홍콩 가톨릭 학생연맹의 에드윈 차우(19)는 설명했습니다.

찬송가를 부르는 이유 중에는 법적인 것도 있습니다. 차우 씨는 "공공장소에서 종교 행사를 여는 것은 홍콩에서 합법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안전 보장을 위해 함께 찬송가를 함께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시민들은 자칫 격앙 될 수 있는 집회 분위기를 안정시키고, 경찰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찬송가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콩 시위대가 또 자주 부르는 노래 중 하나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노래 '듀 유 히어 더 피플 싱(Do you hear the people sing)'입니다.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극 중에서 청년들이 혁명을 준비하며 부르는 곡입니다.

"다시는 노예가 될 수 없다"고 노래하는 레 미제라블의 청년들과 젊은 층이 주축이 된 이번 홍콩 시위, 어쩐지 비슷한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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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자치정부 상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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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다이허 회의

베이다이허(北戴河)는 중국 허베이성에 있는 휴양도시입니다. 중국 지도부는 매년 여름 이 도시에 모여 중대 현안에 대해 논의를 펼칩니다. 중국 언론들은 16일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올해 주요 논의 주제 중 하나는 역시 홍콩 사태였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회의에서 홍콩 사태에 무력 대신 준엄한 법 집행으로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본토 군 병력이 개입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중국 부처들은 홍콩 시위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중국 외교부 홍콩주재사무소의 셰펑은 "홍콩 사태의 본질은 일부 세력이 홍콩 특구의 합법적인 정부를 전복하려는 데 있다"며 "홍콩 반환 22년 이래 현재가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현재 급선무는 폭동을 저지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콩 바로 옆 중국 선전시에는 무장 경찰 병력 수천 명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인민해방군은 자체 SNS 계정에 "선전에서 홍콩까지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며 무력 투입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홍콩 경찰은 오는 18일 열리는 집회의 행진을 불허한 상황. 이번 주말 시위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홍콩 시위의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희 기자 (lee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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