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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말 쓰는 경찰, ZG 번호판 車…중국군 이미 홍콩진압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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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기자, 혼돈의 홍콩을 가다]

시위 대학생 대표 “진압 작전에 가담 정황”

중국어 쓰는 무장 경찰, 시위대 영상서 확인

주둔군 번호판 차량도 시위 현장서 포착돼

중국법, ‘주둔군 임무는 홍콩 안전 보장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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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홍콩 카우룬통 지역. 홍콩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군 부대가 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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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이 이미 투입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주장이 홍콩 시위대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홍콩 내 주둔하고 있는 중국 군이 시위 진압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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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침례대학교(HKBU) 총학생대표 펑종신(方仲賢). 그는 홍콩 대학생 집회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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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침례대학교 총학생대표인 펑종신(方仲賢ㆍ23)은 17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홍콩에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 부대원들이 홍콩 거리 시위 진압에 투입된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며 “이미 중국 군대가 홍콩 시위에 개입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 대학생들의 시위를 이끌고 있으며, 18일 빅토리아 파크 대규모 시위 주최측의 일원이다. 지난 6일엔 경찰에 체포됐다 47시간 만에 풀려났다.

그가 제시한 근거는 3가지다.



겉은 홍콩 무장 경찰, 언어는 중국어



지난 5일 홍콩 시내 타이포 쇼핑몰에서 시작된 집회가 가두 행진으로 번지자 무장 경찰이 투입됐다.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시위대가 당시 찍은 영상에 중국어를 하는 무장 경찰 일부가 포착됐다. 중국어와 홍콩 광둥어의 발음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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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 따르면 한 경찰이 “통즈먼, 나비엔”(同志们,那边...)“이라고 다급하게 말한다.(1:38 영상 중 38초) “동지들, 저쪽에...(시위대가 있어)”라는 뜻이다. 그러나 홍콩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펑종신은 "홍콩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단번에 그가 중국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같은 뜻이라면 ‘리도우, 리도우(呢度ㆍ이쪽,이쪽)’라고 말해야 한다. 더욱이 저런 표현은 홍콩에선 아무도 쓰지 않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지’라는 표현은 특히 홍콩에선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고 덧붙였다. 무장 경찰이 ‘동지’라며 동료들을 찾았다는 점에서 한 명이 아니란 점도 확인된다.



주둔군 번호판 단 차량, 시위 현장서 포착



지난 11일엔 홍콩 주둔군 번호판을 단 앰뷸런스가 시위 현장에서 목격됐다. 주둔군 구급차가 있던 곳은 시위 장소에서 150미터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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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주둔군 소속 구급차가 시위 현장 부근에서 포착돼 시위대 학생들 사이에 SNS를 통해 급속히 공유됐다. [페이스북 캡쳐]



차량의 번호판은 ‘ZG’로 시작된다. 이는 '홍콩에 주둔한다'는 뜻의 ‘Zhu Gang’(駐港)의 약자다. 홍콩 주둔군 차량은 ‘ZG’로 시작되는 번호판을 사용한다. 대만 매체인 자유시보에 따르면 2016년 홍콩 주둔군 당국이 ‘ZG’는 주둔군 차량 번호라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펑종신 대표는 “이 차량까지 발견되면서 중국어를 사용하는 무장 경찰이 주둔군일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홍콩 소셜네트워크(SNS) 상에는 중국 선전에 들어온 군용 차량과 같은 주둔군 군용 차량이 시내를 지나다니는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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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주둔군 부대원들이 군용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목적지는 알 수 없다.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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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중신은 “지난 7월 1일 시위대가 홍콩 입법회 건물을 점거한 이후 경찰의 무력 대응이 강해졌고 이후 8월5일 삼파(三罷) 투쟁이 시작되면서 경찰 진압이 변곡점을 맞았다”고 말했다. ‘삼파’란 수업 거부의 파과(罷課), 노동 파업의 파공(罷工), 상점 철시의 파시(罷市)를 뜻한다. 홍콩 시위가 전방위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때부터 중국어를 쓰는 무장 경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고 진압이 더욱 폭력적으로 바뀌었다”며 다른 시위 대학생들의 여론을 인용해 전했다.



"진압 자세, 홍콩 경찰과 달랐다"



최근 시위 현장을 지나가던 한 여성이 이유없이 무장 경찰에 붙잡혀 쓰러지는 영상이 SNS상에 퍼졌다. 경찰의 과격 대응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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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홍콩 침사추이 시위 현장에서 흰색 옷을 여성이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무장 경찰에 체포됐다. 과잉 진압 논란을 불러일으킨 무장 경찰은 홍콩 경찰은 하지 않는 자세를 취해 의혹을 키웠다.[페이스북 캡쳐]


그런데 이 영상을 두고 일부 대학생들이 무장 경찰의 자세가 중국 군대의 자세와 흡사하다며 주둔군 투입 의혹이 제기됐다고 펑중신은 전했다. 그는 “홍콩 경찰은 기마자세로 서서 진압봉을 높이드는 식으로 시위대에 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일 경찰과 대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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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 학생들은 중국 군 훈련 사진을 공유하며 주둔군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페이스북 캡쳐]


중국 국방부에 등재된 홍콩특별행정구주둔군법에 따르면 ‘홍콩 주둔군은 중국 중앙정부의 지시를 받는다’(1장 3조)고 명시돼 있다. 주둔군의 임무는 ▶홍콩 침략에 대한 방어와 홍콩의 안전 ▶군사시설 관리 ▶ 외국 군대 동향 대응(2장 5조)이다.

홍콩의 안전이 불안하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 중앙정부가 합법적으로 주둔군을 투입할 수 있는 셈이다. 홍콩 정부가 중국 정부에 요청할 경우도 주둔군 투입이 가능하다. 계엄령 선포나 중국군의 직접 개입 같은 극약 처방보다 외부 저항 없이 홍콩 경찰의 진압 강도를 높이는 방법일 수 있다.

홍콩 주둔군은 현재 6천~1만 명 수준으로 홍콩에 12~14개 부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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