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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40년을 산 지미 알다우드는 왜 이라크에서 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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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민정책이 낳은 또 하나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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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40년간 살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강제추방 조치에 따라 이라크로 강제추방된 지 두 달여 만에 사망한 지미 알다우드. / 지미 알다우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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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낯선 장소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지미 알다우드(41)에게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6월 4일 오후(현지시간), 알다우드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160㎞ 떨어진 시아파의 성지인 나자프의 알나자프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지난 40년간 살았던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교외로부터 1만㎞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단 한 번도 미국은커녕 디트로이트 인근을 벗어나본 적이 없던 그였다. 가진 거라고는 약 50달러와 당뇨병 치료를 위한 인슐린 몇 개, 옷가지 몇 벌이 전부였다. 모든 것이 낯선 환경 속에 내던져진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가족에게도 강제추방 사실 안 알려

입국수속 중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이민담당 직원이 그에게 여권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에겐 여권은 물론 그가 누군지를 확인해주는 어떠한 신분증도 없었다. 직원은 아랍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알다우드는 아랍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라크에 가족이나 친구가 있느냐는 직원의 질문에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평생을 미국에서 살아온 그에게 가족이나 친구가 이라크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미국에 여동생들이 있다고 하자 직원은 친절하게도 전화를 쓰게 해줬다. 알다우드와 통화를 하게 된 여동생 메리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메리는 오빠가 언젠가는 이라크로 강제추방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당국이 도대체 왜 오빠가 강제추방된 사실을 자신을 비롯한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는지, 당뇨병에다 정신질환까지 있는 오빠가 어떻게 이라크에서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을지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알다우드는 이라크 국적자다. 하지만 강제추방되기 전까지 이라크 땅을 밟아본 적이 없다. 태어난 곳도 이라크가 아니다. 그의 부모는 그리스에 난민신청을 했고, 그는 그곳에서 태어났다. 1979년 그의 가족은 난민정착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으로 이민 왔다. 그때 알다우드는 태어난 지 15개월이었다. 당연히 그는 스스로 미국인이라고 여겼고, 이라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랍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더구나 그는 이라크에서 살해 위협에 노출된 소수 기독교파인 칼데아 출신이었다. 미 의회와 국무부조차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준동 이후 이라크에서 소수파인 기독교인 80%가 내쫓기거나 죽임을 당한 사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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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불법이민자 단속을 벌이고 있다. / citizentruth.org 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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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우드는 왜 죽음의 땅인 이라크로 강제추방된 걸까? 그리고 미국에서 40년을 살았음에도 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지 못한 걸까?

우려한 대로 알다우드는 이라크로 강제추방된 지 두 달여 만인 지난 8월 6일 바그다드에서 사망했다. 직접적인 사인은 인슐린을 제때 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알다우드의 죽음 뒤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적대적인 이민정책이 있다.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불법이민자를 막는 것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물들을 추방하는 정책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미 작가 리베카 솔릿이 ‘세상에서 제일 긴 일방향 거울’이라고 부른, 미국-멕시코 국경에서의 불법이민자 문제다.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이 추진해온 자국 내 거주 이라크인에 대한 강제추방 정책이다. 알다우드는 이 정책의 희생자다. 미국 내 이라크인의 강제추방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안이다. 미국의 이민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미-멕시코 국경에 집중된 바람에 그동안 외면받거나 무시돼온 탓이다.

범죄기록 이라크인 대대적인 단속

미국 내 불법이민자에 대한 강제추방 강화는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 캠페인 때부터 이민정책의 주요 과제로 내세웠던 이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2017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한 뒤 트럼프가 가장 먼저 서명한 행정명령(13768호)은 강제추방 대상자의 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취임 닷새 뒤인 1월 25일 서명한 이 행정명령을 통해 트럼프는 경범죄로 유죄판결을 받거나 기소되는 경우에도 강제추방 대상에 포함시켰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범죄나 경범죄를 다수 범한 경우에만 강제추방 대상으로 삼은 조건을 강화시킨 것이다. 바로 이틀 뒤인 1월 27일에는 두 번째 행정명령(13769호)에 서명했다. 이것이 당시 크게 논란이 됐던 이라크,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중동 7개국 국민들에게 내려진 90일 동안 미국 여행 금지조치였다. 트럼프는 40일 뒤인 3월 6일 이라크를 여행 금지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정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라크가 여행서류를 강화하고, 정보 공유와 이라크 국민의 송환을 약속한 덕분이었다. 이 수정 행정명령은 알다우드의 죽음을 부른 근거가 됐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2017년 6월 알다우드가 사는 디트로이트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강제추방 대상 이라크인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알다우드를 포함해 범죄기록이 있는 이라크인 1400명이 검거돼 연방시설에 구금됐다. 이라크인 강제추방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온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라크 강제추방=죽음’을 의미한다며 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이라크 이민자들의 강제추방령을 취소하고 이들을 이민법정에 세워 강제귀국 시 생명이나 다른 위험이 있는지 심사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당뇨병에 정신질환까지 있고, 이라크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알다우드에게 강제추방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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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민들이 이라크 내 소수 기독교파인 칼데아 출신의 강제추방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USA투데이 웹사이트 캡처


ACLU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노력 덕분에 알다우드를 포함한 이라크인들은 2018년 11월 “ICE는 강제추방 검토기간에는 외국인을 무한정 억류할 수 없다”는 디트로이트 연방지방법원의 판결에 따라 그해 12월 석방됐다. 다만 이들은 GPS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장치를 몸에 부착해야만 했다. 하지만 알다우드는 위치추적장치를 없앴으며, 지난 5월 ICE 요원에 의해 체포됐다.

알다우드가 숨지기 몇 주 전부터 그의 이야기를 집중 취재해온 미국 탐사보도 전문 인터넷 매체인 <인터셉트>에 따르면 알다우드의 성인 시절은 허접한 일자리와 동전을 훔치는 등 경미한 범죄, 부랑자 생활, 정신질환으로 점철됐다. 1998~2017년 전과기록만 20차례나 된다. 가족 눈에 알다우드는 부적응자였지만 ICE에는 전과자였을 뿐이다. 당연히 영주권을 얻을 자격이 없었으며, 강제추방 대상자였다. 결국 그는 ICE에 의해 지난 6월 2일 비행기에 강제로 태워졌다. ICE는 알다우드의 강제송환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물론 ICE의 조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알다우드에게 강제추방 시점을 알리지 않고 ‘사형선고’나 다름없는데도 추방을 강행했다. 알다우드의 경우 정신질환자에다 당뇨를 앓고 있었는데도 그 점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라크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해줄 수 있는 신분증조차 마련해주지 않았다. ICE 측은 알다우드의 강제추방과 죽음이 논란이 되자 그가 이민심사를 받던 중임을 시인하면서도 “충분할 만큼 약을 줬다”고 해명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알다우드의 죽음에 대해 “충격적이지만 잔인한 미 이민정책의 예상할 수 있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알다우드의 거주지역 연방하원의원인 앤디 레빈(민주당)은 “알다우드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으며 막았어야 했다”면서 “(그에게 이라크) 강제추방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ACLU의 미리엄 오커먼 변호사는 “우리는 그가 강제추방되면 살 수 없다는 걸 알았다”면서 “우리는 ICE가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음을 맞도록 내보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미 전역에는 알다우드처럼 강제추방됐거나 강제추방을 기다리고 있는 이라크인이 1400명이나 있다. <디트로이트 뉴스>에 따르면 알다우드가 40년간 살아온 미시간주에만 140명이나 된다. 지난 4월 이후 미국으로 강제추방된 이라크인은 최소 16명인 것으로 마고 슐렌저 미시간대 법대 교수는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 이라크로 추방된 뒤 납치돼 소식이 끊긴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강제송환을 앞둔 대상자들은 알다우드처럼 위치추적 장치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미 당국의 강제추방에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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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때 지미 알다우드. 20대 초반의 지미 알다우드. /인터셉트 웹사이트 캡처


사형선고와 다름없었던 강제추방


트럼프의 이민정책이 낳은 알다우드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미국에서 관심있게 다뤄졌지만 국내에서는 뉴시스(8월 9일 보도)를 제외하고는 어떤 매체도 전하지 않았다. 두 달도 채 안된 지난 6월 말, 미-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 강가에서 숨진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부녀의 비극적인 죽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아빠의 검은 속옷 안에 몸을 집어넣은 채 숨진 채로 발견된 23개월 된 엘살바도르 여자아이 발레리아의 사진은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 한 장의 사진 속에 트럼프 행정부 이민정책의 실체와 문제점이 고스란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언론도 전세계 언론과 마찬가지로 대서특필했다. 발레리아와 달리 알다우드의 이야기가 한국에서 주목받지 못한 주된 이유는 미국의 강제추방 정책에 대해 무지한 탓이다.

지난해 봄 예멘 난민 문제가 핫이슈가 됐을 때 국내에서도 강제추방 문제가 논란이 됐다. 당시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씨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강제송환을 말하는 국민들이 있다. 그것은 그분들의 생명을 죽음으로 모는 결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장소와 처지는 다르지만 이민자의 강제추방은 당사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나는 거리에서 잠을 잔다. 당뇨병이 있어 인슐린을 투여한다. 늘 토하고, 먹을 것을 찾으려 애쓴다. 난 여기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알다우드가 사망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된 그의 동영상 내용이다. 죽음의 땅 이라크에서 그가 처했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낯선 곳에서 일부의 보살핌 덕분에 두 달을 버텨왔지만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조찬제 선임기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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