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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고양이 보험시장 커지는데…"아직은 적금이 낫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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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우는 직장인 유모씨(33)는 최근 반려묘 ‘토르’가 아파 MRI, CT 촬영 등을 하느라 병원비로 180만원가량을 썼다. 유씨는 진작 반려묘 보험에 가입하고 싶었지만 가입할 수 없었다. 고양이의 연령이 만 3개월(90일) 이상이 되어야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데, 유씨의 고양이는 그보다 어렸기 때문이다. 유씨의 반려묘 담당 주치의는 "아기 고양이나 노묘(老猫)가 주로 병원을 찾는데, 이들은 시중에 나와있는 고양이 보험의 보장 범위 밖에 있다"고 말했다.

반려묘 시장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잇따라 고양이보험을 출시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등은 이미 고양이보험을 판매 중이고 삼성화재(000810)도 9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고양이보험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보장내역과 가입연령이 한정돼 있어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비즈

애묘인이 늘면서 고양이보험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보장 내역이 한정적이라 실제 가입자 수는 적은 편이다./이윤정 기자



◇잇따르는 고양이보험 출시, 판매는 부진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들이 늘면서 고양이 보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화재가 9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가고 다른 보험사들도 하반기 보험 출시를 고민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반려동물이 강아지에서 고양이로 확대되는 분위기를 감안했다"고 했다.

현재 고양이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메리츠화재(000060)롯데손해보험(000400), KB손해보험 정도다. 이 중 메리츠화재 고양이 보험이 가장 유명하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3년짜리 보험상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다른 곳은 1년짜리 단기 보험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애묘인도 늘고 있어 고양이 전용보험을 가장 먼저 출시하게 됐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묘 수는 128만마리에 달했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삼는 이들은 많지만 정작 고양이보험 가입자는 많지 않다. 메리츠화재의 페퍼민트캣보험은 올 4월 출시 이후 약 넉달간 1500여건이 팔렸다. 롯데손해보험의 고양이보험 가입건 수는 출시 이후 1200여건 수준이다. 사회적 협동조합 조합원들 대상으로만 애완동물 보험을 판매하는 KB손해보험의 고양이보험 가입건수는 12건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반려묘 수를 감안하면 0.21%만이 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묘 등록을 하지 않은 반려묘 가정이 많기 때문에 실제 보험가입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보험설계자도 "고양이보험보다 적금이 낫다"

고양이보험 판매가 활성화되지 않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고양이보험에 가입해도 실제 혜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보험이 나을까요? 적금이 나을까요?"라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심지어는 보험설계사조차 적금에 가입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한 보험설계사는 "보험에 가입해도 자비부담이 있기 때문에 적금이 나은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이 보험에 가입 가능한 고양이는 생후 90일 이상인 경우가 보통이다. 여기에 가입일 90일 이후부터 보장이 가능하다. 생후 6개월이 지난 고양이부터 실질적으로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생후 6개월이면 고양이 나이로는 청소년묘에 해당한다. 한 수의사는 "6개월이면 중성화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성장한 고양이란 뜻인데, 이 때까지 병원에 갈 일이 없었다면 태생이 튼튼한 고양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고양이는 나이가 들수록 발치에 대한 부담이 큰데, 이 부분에 대한 보장이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고양이들에게 흔한 질병인 치아흡수성병변에 걸리면 치아가 녹아 이빨을 모두 빼야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황정연씨는 "고양이의 송곳니가 깨져서 이빨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발치비용만 이빨 하나당 90~100만원이었고, 보험 처리는 되지 않았다"고 했다.

보험료는 비싼 편이다. 사람이 가입하는 실손보험은 월 1만~3만원 수준이지만, 고양이 보험의 보험료는 월 3만~5만원대다. 한 애묘인은 "월 보험료와 보장내역을 보다보면 5만원짜리 적금을 드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보험사들 "차차 보장내역 넓어질 것"

보험사들은 이런 상황을 알고 있으며 차차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예전엔 구내염 같은 구강질환이나 유전병은 아예 보험 처리가 안됐지만 요즘엔 구강질환으로 인한 치료비는 혜택을 볼 수 있고, 보험 가입 후에 발병한 유전병에 대해서도 혜택을 준다"고 했다.

현재 보험 보장내역에 따르면 구강질환에 따른 CT나 엑스레이 촬영 비용은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 CT나 엑스레이 비용이 1회당 1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이 중 5만~7만원 정도는 보험가입자가 부담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보장내역이 갈수록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은 고양이보험 시장이 초기 단계라 정확한 손해율 계산이 어려워 보장 내역을 좁게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반려동물 등록제가 활성화되고, 고양이의 신원을 알아볼 수 있는 각종 기술이 발전하면 고양이 보험의 보장 내역이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우는 일부 가입자는 한 마리에 대해서만 보험에 가입하고 다른 고양이가 아플 때 보험금을 타기도 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몇 가지 문턱을 넘어서면 보험사 입장에서도 보장 내역을 좀 더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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