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달천 맑은 물에 발 담그고 수주팔봉 병풍 삼아 '1박2일'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충주로 떠나는 ‘감성캠핑’ / 달천 위에 여덟 봉우리 옹골차게 우뚝… 한폭의 산수화 / 물장구 치고… 다슬기 잡고… 어릴적 추억 새록새록 / 스릴만점 뱃놀이… 더위 가르는 국궁체험… 청춘, 모여라

세계일보

탄금대 열두대에 서면 펼쳐지는 남한강 탄금호 풍경


녹음 짙은 울창한 숲이 두 팔 벌려 안은 호수를 지그시 내려다본다. 불어오는 맑은 바람에 청명한 호수의 피부는 가늘게 떨리고, 삼복 더위에 흐르던 땀은 어느새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탄금호. 빼어난 절경 덕분일까. 음악가 우륵, 대문장가 강수, 명필 김생 등을 배출하며 문화예술을 꽃피웠다. 땅이 기름지고 교통의 중심지라 삼국시대 때부터 세 나라가 서로 차지하려고 세력을 다투던 곳, 충청북도 충주. 임진왜란 중 신립 장군이 배수의 진을 치고 싸웠고 병자호란 때 활약한 임경업 장군, 을미의병의 전국 확산이 시작된 계기가 충주성전투 등으로 유명한 충절의 고장이기도 하다.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수상레포츠 천국이다.

세계일보

위안부 할머니 충주 평화의 소녀상


#충절의 고장 충주로 떠나는 역사기행

옛 충주읍성이 있던 충주시 성내동 충주관아마당.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지난 3월 세워진 위안부 할머니 충주 평화의 소녀상이다. 동상은 소녀이지만 그림자는 할머니이고 가슴에는 하얀나비가 달려 있다. 나비로 환생해서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았단다. 바로 인근에는 일제강점기 때 건축된 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보존이냐 철거냐를 놓고 논란이 한참이란다.

세계일보

흉물스런 일제가 세운 조선식산은행


조선식산은행을 지나면 충주목사의 관아로 사용됐던 관아공원을 만난다. 이곳은 우리에게 역사적인 장소다. 1895년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와 친일내각의 단발령에 분노해 전국에서 의병이 봉기하는데 그중 대표 의병부대가 유인석이 이끌던 호좌의진이다. 1896년 2월17일 호좌의진의 주력부대 1만여명이 충주성 공격에 나서자 관군과 일본군은 놀라 달아나고 호좌의진은 일본군을 끌어들인 죄를 물어 충주부관찰사 김규식을 처단한다. 을미의병 중 호좌의진이 거둔 가장 큰 성과로 을미의병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세계일보

충주읍성이 있던 관아공원 내 540살 넘은 느티나무


일제는 우리 민족의 저항의지를 꺾으려고 서울 도성과 각 군의 읍성을 철거했는데 충주읍성도 일제의 만행으로 완전히 파괴됐다가 복원됐다. 공원에는 충주목사의 정무를 집행하는 동헌으로 쓰던 청령헌, 영빈관으로 사용됐던 제금당, 비서실격인 수직청 건물 산고수청각 등 당시 관아의 모습을 잘 담고 있다. 관아공원에는 높이 25m에 둘레 950cm의 느티나무가 장관을 이루는데 수령이 무려 540살이 넘었다. 어른 5∼6명이 두 팔을 벌려야 겨우 껴안을 수 있을 정도다.

세계일보

탄금대 가는 길


세계일보

탄금대에서 바라본 남한강 탄금호


#배수의 진 그리고 망국의 한을 달래는 탄금대

충주 대문산에 유명한 탄금대가 있다. 산세가 평탄하고 송림이 우거진 공원으로 꾸며져 조용히 산책하기 좋다. 특히 탄금정에서 계단을 따라 강에 솟은 바위절벽 꼭대기인 열두대로, 한걸음 내려갈 때마다 바뀌는 풍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이 이곳에서 가야금을 연주했다고 해서 탄금대라 불린다. 우륵은 가야국 가슬왕 때 악성으로 가야국의 멸망을 예견하고 신라에 귀화했는데 진흥왕이 우륵을 충주에 살게 했다고 한다.

세계일보

탄금대 열두대




우륵은 항상 산상대석에 앉아 망국의 한을 달래며 가야금을 타면서 제자들에게 노래와 가야금, 춤을 가르쳤다. 열두대에 서서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과 푸른 하늘의 조화를 만끽하며 바람을 즐기고 있자니 우륵의 연주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세계일보

탄금대 궁도장 국궁체험


임진왜란 때는 삼도순변사 신립 장군이 배수진을 치고 왜군을 맞아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곳이기도 하다. 탄금대를 내려오다 보면 궁도장을 지나게 되는데 안타까운 신립 장군의 전투를 떠올리며 저렴한 비용으로 국궁 체험을 할 수 있다.

세계일보

충주 탄금호 물놀이 시설 디스코 팡팡


#짜릿한 수상레저와 수주팔봉서 즐기는 캠핑

디스코팡팡. 말대로 팡팡 튄다. 6명이 둥근 튜브에 앉아 모터보트에 이끌려 탄금호를 질주하는데 그냥 튀는 게 아니다. 보트가 지나간 물길을 따라 끊임없이 물 위를 튀어오르는데 허리가 안 좋다면 탑승 금지다. 보트가 급회전할 때는 탄금호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보트를 같이 탄 일행은 물에 빠질까봐 손잡이를 너무 꽉 잡아 근육통으로 3일을 고생했을 정도. 하지만 짜릿한 스릴을 만끽하며 바닷바람을 즐기면 스트레스는 모두 날아간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이용하는 물놀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계일보

탄금호 수상스키


한쪽에서는 제법 수상스키를 타 본 듯한 이들이 보트에 매달려 멋지게 물살을 가른다. 몇 차례 물에 빠졌지만 완주를 한 스키어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하다.

충주는 2013년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유치하면서 수상레포츠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조정선수권대회의 경기장인 탄금호 주변에는 충주수상레저 등 여러 수상레저 업체들이 있고 중앙탑 공원의 조정체험학교에서 직접 조정경기를 체험할 수 있으니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꼭 도전해 보자.

세계일보

달천강 수주팔봉


또 하나. 달천강에는 캠핑 마니아들을 흥분시키는 명소가 있다. 달천강이 빚어 놓은 경관 중 가장 으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경치가 탁월한 수주팔봉. 달천 위에 여덟 개의 봉우리가 옹골차고 당당하게 떠오른 것처럼 펼쳐져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맞은편에는 넓은 공터가 있어 캠핑카를 끌고 온 피서객들이 수주팔봉의 절경을 무대 삼아 피서를 즐기고 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조선 철종이 낮잠을 즐기다 수려한 산봉우리 여덟 개가 물속에 비치고 기암절벽 밑에는 수달이 왔다 갔다 하는 꿈을 꾼 뒤 영의정에게 이런 곳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명한다. 충주 목사가 수주팔봉을 그려 올리자 철종은 바로 이곳이라며 직접 행차했는데 신비로운 경치에 감탄해 발을 담그고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이에 왕이 발을 벗고 쉬던 곳을 ‘어림포’, 왕이 걸어서 지난 곳을 ‘왕답’으로 부르며 마을 이름도 ‘왕다라기’가 됐다.





세계일보

황영숙 작가 온유한 사랑


세계일보

김영원 작가 풀밭에 누워


#중앙탑 아래 서면 드라마 주인공이 된다

의자에 앉은 여자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 그리고 둘은 따뜻한 미소로 바라본다. 황영숙 작가의 ‘온유한 사랑’. 작품 제목을 보지 않아도 따뜻한 사랑이 느껴져 가슴이 훈훈해진다. 충주를 찾는 연인이라면 중앙탑 공원을 찾아야 하는 까닭이다. 조각공원에는 남한강을 배경으로 작품 26점이 전시돼 있다. 입속에서 나무가 자라나는 얼굴 작품인 김영원 작가의 ‘풀밭에 누워’도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조정선수들이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남한강을 배경으로 조각작품들이 곳곳에 배치됐는데 산책을 즐기며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다.

세계일보

중앙탑


중앙탑으로 불리는 탑평리 칠층석탑은 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의 촬영지. 연인들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포즈를 취하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국보 제6호인 이 탑은 현재 남아 있는 신라의 석탑 중 제일 높은(14.5m) 7층석탑으로 신라 원성왕 때 국토 중앙에 조성됐다고 해서 중앙탑이라 불린다. 경주의 다보탑과 닮은 모양새로 이중의 기단 위에 7층의 탑신을 올렸고 그 위에 상륜부를 구성한 일반형 석탑이다.

세계일보

충주 오대호 아트팩토리




충주 앙성면 옛 능암초등학교 부지에는 올해 5월 가족나들이에 알맞은 테마파크 오대호아트팩토리가 문을 열었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선정한 ‘강소형 잠재관광지’ 오대호아트팩토리는 폐품을 활용하는 정크아트(Junk Art)를 테마로 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쓰레기, 잡동사니를 활용해 제작한 대형로봇 등을 만날 수 있어 아이들에게는 꿈의 공간을 제공한다. 아이들이 직접 타고, 만지고, 작동시켜 보며 기계작동의 원리를 공부할 수 있다. 대한민국 1호 정크아티스트 오대호 작가의 작품들이다.

충주=사진·글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