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쥬라기월드 특별전
“까악! 티, 티라노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두컴컴한 철책에서 갑자기 빨간색 경고등이 점멸한다.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철책 뒤에 티라노사우루스가 우측면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비명에 천천히 고개를 돌리던 티라노사우루스가 갑자기 이빨을 드러내며 철책 가까이 다가온다. 철책 바로 앞에 서 있던 유아들은 단체로 울음을 터트리고, 어린이들은 움찔하면서 한 걸음 물러선다.
지난 9일 방문한 ‘쥬라기월드 특별전’ 전시장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 1층에서 1983㎡(600여평) 규모의 공룡 전시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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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방식
쥬라기 월드 특별전에서 티라노사우르스가 등장하는 순간 유아들이 깜짝 놀라 대거 울음을 터트렸다. 문희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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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월드 특별전은 2015년 개봉했던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의 영화 ‘쥬라기 월드’를 모티브로 기획한 전시회다. 반도체 공학기술 기반의 로봇공룡 7점이 등장하는데, 정교한 동작이 인상적이다. 공룡이 숨을 쉴 때 벌렁거리는 콧구멍과 숨소리까지 일치한다.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목주름이나 파라사우롤로푸스가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룡이 덮치진 않겠지’라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다.
롯데백화점이 김포공항점에서 전시 중인 쥬라기 월드 특별전. 문희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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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쥬라기 월드’를 관람했던 관객을 기분 좋게 하는 건 관람객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전시를 구성했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싱가포르에 있는 영화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유사한 방식이다. 실제로 전시를 시작하면 맨 처음에 페리를 타고 공룡의 섬 이슬라누블라(Isla Nubla)로 떠나는 느낌을 준다. 영화 ‘쥬라기 월드’의 전작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 테마파크로 설정했던 섬 이름과 같다.
페리 창문 밖으로 새파란 바다가 펼쳐지고 파도 소리가 효과음으로 들리는 가운데, 모니터에 공룡 테마파크 가이드가 등장해서 안내를 시작한다. 다만 진짜 페리처럼 선상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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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일 땐 기품 있고 위엄이 엿보였다’
쥬라기 월드 특별전시. 페리를 타고 이슬라누블라 섬에 도착하면 유명한 '쥬라기 월드' 정문이 등장한다. 문희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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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쥬라기 공원’ 정문을 지나치면 스테고사우루스와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처음으로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목격했을 때 느낀 장엄함과 신비로움을 관객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긴 목을 천천히 좌우로 움직이면서 우아하게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보면 중생대로 이동했다는 착각이 든다.
영화의 원작인 마이클 크라이튼의 공상과학 소설 ‘쥬라기 공원’은 주인공이 맨 처음 브론토사우루스를 목격한 순간을 이렇게 묘사한다. ‘처음 공룡을 봤을 때 그녀는 공룡이 엄청나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책에서는 공룡을 너무 크고 우둥퉁하게 묘사하고 있었지만, 이 목이 긴 동물은 기품이 있었고 움직일 때는 위엄이 엿보였다. 이 용각류(龍脚類) 동물은 기민하게 그들을 응시하면서 낮은 트럼펫 소리를 냈다. 우리가 상상했던 코끼리 울음소리와는 거리가 있었다.’
쥬라기 월드 특별전 관람을 마치면 공룡 그림이 생생하게 그려진 카페가 나온다. 문희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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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곳곳에 등장하는 영화 소품도 관객의 오감을 자극했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등장했다가 ‘쥬라기 월드’에서 재등장하면서 주인공들이 도망칠 수 있게 돕던 지프나 ‘쥬라기 월드’에서 처음 등장했던 미래형 이동수단(자이로스피어)가 대표적이다. 영화관 곳곳에 서 있던 직원이 쥬라기 공원 스태프 복장을 착용한 점도 전시를 실감하게 하는 소소한 요인이었다.
공룡을 얼마나 실감 나게 제작했는지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등장하는 순간 절감할 수 있다. 미리 엄마·아빠에게 ‘가짜 공룡’이라는 설명을 듣지 못했던 유아들은 십중팔구 울음을 터트린다. 3~6세 유아는 공룡을 좋아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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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공룡 때문에…유아들 울음바다
해먼드크리에이션랩에서 만날 수 있는 아기공룡 파라사우롤로푸스와 공룡 조련사 오웬(크리스 프랫)이 벨로시랩터 ‘블루’를 통제하는 장면도 ‘쥬라기 월드’ 팬에게 주어진 깜짝 선물이다. 오웬 박사는 홀로그램으로 전시장에 등장한다.
벨로시랩터 다음에 등장하는 공룡 인도미누스렉스는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영화에서 인도미누스렉스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유전자에 오징어·뱀·개구리 유전자를 접목한 유전자 조작 공룡이다. 영화에서 티라노사우루스를 능가하는 무시무시한 공룡으로 묘사하지만, 밸로시랩터를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마주치게 된다.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대신 즉시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이 아쉽다. 다만 헬리콥터 사운드와 조명을 적절히 활용해서 이 공룡을 조명하는 연출은 생생했다.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 쥬라기 월드 특별전을 구경하러 온 꼬맹이들. 문희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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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고사우르스를 마지막으로 로봇공룡 전시는 끝이 난다. 공룡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회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 어떤 전시회도 생생함 측면에서는 ‘쥬라기월드 특별전’과 비교할 수 없었다. 공룡을 좋아하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감상했던 영화팬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전시장에 방문하기 직전에 영화 ‘쥬라기 월드’를 재관람하고 전시장을 찾는다면 더욱 좋겠다. 지난해 개봉했던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아니라, 2015년 개봉했던 ‘쥬라기 월드’가 모티브다.
아쉬운 부분은 아무래도 가격이다. 성인 2만5000원, 청소년 2만3000원, 어린이 2만1000원. 30~40분 남짓한 시간에 4인 가족이 입장료로 10만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가족 패키지 할인(15~20%)이나 통신사(SK텔레콤) 주중할인(10%) 혜택이 있다. 롯데몰·롯데백화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사면 할인·무료 티켓을 제공한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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