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4425150 0112019081754425150 02 0204001 6.0.12-RELEASE 11 머니투데이 0 related

[이주의 판결]세월호 유족은 또 울었다…김기춘의 선고 공판

글자크기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편집자주] 법원에서는 하루 수십 건의 판결 선고가 이뤄집니다.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담은 판결들도 많습니다. 따끈따끈한 이번 주 판결 중 가장 의미 있었던 판결 내용을 법원 출입 안기자가 자세히 풀어 설명해드립니다.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법정 안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전달 드리겠습니다.

[the L] '기소 1년6개월 만에 난 판결' 김기춘·윤전추 집유, 김장수·김관진 무죄…재판부 "청와대가 국민 기만, 죄질 가볍지 않다"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2014년에 살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412호 법정. 정숙한 법정에서 보기 드문 소란이 일어났다. 선고가 진행되는 내내 법정 앞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고성이 난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권희)는 지난 14일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노란 옷을 맞춰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선고를 지켜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법원을 찾았다. 하지만 선착순 24명에게만 주어지는 입정 기회를 대부분 놓치게 되자 법정 앞에서 "자식이 죽었다", "저들을 왜 보호해주냐"며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세월호 사고가 난 지는 5년이 지났지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보고 조작 사태'에 대한 법원 판단은 이날 처음 이뤄졌다. 기소된 지 약 1년6개월 만의 결론이다. 전례 없던 VIP 허위 보고에 대한 판단인 만큼 그 과정도 복잡했다. 총 15차례의 공판이 열렸다.

이들이 받는 혐의는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등이다.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실시간 보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실시간 보고가 이뤄진 것처럼 국정감사 등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다.

사건은 2014년 4월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고가 난 수요일은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공식 일정을 잡지 않는 날'이었다. 지시에 따라 정호성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비서관은 아무 일정도 잡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은 오전부터 계속 관저에 머물러 있었다.

머니투데이


오전 8시52분, 총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해역에서 좌현으로 30도가량 기울었다. 2분 뒤 탑승객 최모씨가 최초로 119에 신고를 했다.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은 오전 9시20분에 해경 상황실과 통화 후 현황을 파악, 청와대에 보고하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후 오전 9시30분에 해경 123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세월호는 많이 기울어져 있는 상태였다. 오전 9시57분 위기관리센터는 사고 내용을 담은 상황보고서 1보를 완성시키고 청와대에 보냈다. 오전 10시19분쯤 상황보고서 1보가 대통령 침실 앞 탁자에 도착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평소에도 공무원과 직접 대면해 국정을 논의하거나 보고 받는 일이 드물었다. 대통령 비서실 등에서 대통령에게 보고를 할 때는 대부분 정 전 비서관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보고했고,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 침실 입구 탁자에 보고서를 올려두는 방법으로 보고서를 전달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안봉근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비서관은 대통령과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연결에 실패하자 직접 관저 내실로 들어가 대통령을 불렀다. 밖으로 나온 박 전 대통령은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급히 통화를 원한다"는 전달을 받곤 "그래요?"라고 답하며 김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연락했다. 사고가 났다는 상황을 인지한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미 세월호가 108도 이상 전복된 오전 10시22분의 상황이다.

8분 뒤인 10시30분, 세월호는 완전히 침몰한다. 이후에도 '서면 보고'는 계속됐다. 사회안전비서관실에서는 오전 10시36분부터 오후 10시9분까지 총 11회에 걸쳐 정 전 비서관에게 이메일을 발송했다. 하지만 누구도 정 전 비서관이 이메일을 수신해 열어봤는지, 대통령에게 실제 보고됐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로 승객 304명이 사망·실종됐다. 이후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대통령이 최초로 사고 내용을 보고받은 시간'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이 출근하지 않은 채 관저에 머무르고 국가안보실이 사고 상황을 신속히 보고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허비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비난이 고조됐다. 특히 2014년 7월에는 국회운영위원회의 청와대 업무현황보고와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된 국정조사가, 10월에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가 열리게 됐다.

이에 김기춘 전 실장은 세월호 보고와 관련해 강도 높은 추궁을 받을 것을 예상하고 대비를 시작했다. 사실은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 비서실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11회에 걸쳐 '실시간으로' 상황보고서를 보고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총 14회의 보고가 모두 '실시간으로' 이뤄진 것처럼 가장하기로 했다.

김 전 실장은 내부 회의에 참석한 비서관, 행정관 등에게 국회의원들로부터 대통령 보고와 관련된 질의를 받으면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무선 보고를 하였기 때문에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를 받은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답변하라고 발언한 후 예상 질의응답 자료 등에 대해서도 이런 내용을 기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비서실에서는 오전 10시36분쯤부터 오후 10시9분쯤까지 정 전 비서관에게 총 11회에 걸쳐 '4.16 여객선 침몰 사고 상황' 보고서를 이메일로 발송하기는 했으나 '실시간으로' 보고되지 않았다. 정 전 비서관이 이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즉시 관저에 머물던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이 아니라 불상의 방법으로 여러 번으로 나눠 전달했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세월호 보고시각 조작 등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기춘 등이 이 보고서가 박 전 대통령에게 실제로 실시간 보고가 되었는지를 확인하지 않았을뿐더러, 상황보고서들이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대한 대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2014년 7월10일자 VIP 관련 주요 쟁점사항 및 답변기조에 첨부된 예상 질의 답변자료에 관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해당 문서가 초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식문서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에서다.

재판부는 "김기춘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국회의 질의에 대해 최대한 성실히 사실대로 답변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그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면 국민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였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대통령이 제때 보고 받지 못해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이 밝혀질 경우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허위 내용의 서면 답변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범행은 청와대가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들을 기만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에 있는 점, 다른 행위들로 기소돼 장기간의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장수·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는 무죄를, 윤전추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실 행정관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선고가 끝난 후에도 "김기춘·김장수·김관진·윤전추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지켜본 세월호참사의 최고책임자이자 박근혜를 보호하기 위해 국정을 농단해 대국민사기극을 일삼은 자들"이라며 "이런 자들에게 무죄를 줄 수가 있냐"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 볼만한 영상 - TV줌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