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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뒷북경제]日 "한국의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무얼 근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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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정부가 14일 한국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목록)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습니다. 일본이 먼저 한국을 자국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데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앞서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뚜렷한 근거 없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했다는 건데요. 헌데 이제는 일본이 한국을 향해 손가락질합니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한국 정부가 화이트 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부는 일본과 한국의 조치는 분명 다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의 조치는 정당한 시행 근거가 있다는 얘기인데요. 일본 조치의 문제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은 지난 2일 전략물자 수출 규제와 관련해 화이트국과 비(非)화이트국 두 부류로 나눠 관리하던 것을 바꿔 전체 4개(A·B·C·D) 그룹으로 재분류했습니다. A그룹은 이전 화이트국, B, C, D 그룹은 이전의 비화이트국입니다. A그룹에는 4대 수출관리체제로 불리는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호주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모두 참가하고 있는 나라들이 포진했습니다. 4대 체제에 모두 참여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수출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헌데 한국은 4대 체제에 모두 참가하고 있는데도 B그룹에 배치됐습니다. B그룹에는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 정부는 16개국 중 4대 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머지 국가들은 4대 체제 중 일부에만 가입한 국가들입니다. 한국이 A그룹에 포함된 국가들과 같은 수준의 수출 통제를 하고 있는데도 자의적으로 강등시킨 셈입니다.

일본은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지만 A그룹에 포함되려면 4대 체제에 가입에 더해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거듭된 요구에도 일본은 이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한국은 화이트국인 기존 ‘가’ 지역을 ‘가의1’ ‘가의2’로 나누고 ‘가’ 지역에 포함됐던 일본을 ‘가의2’로 분류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바세나르 협정 등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를 ‘가’ 지역, 그 외 국가를 ‘나’ 지역으로 나눠왔습니다. 언뜻 보기엔 가의 1지역과 가의 2지역에 포함된 국가간 특별한 차이가 없습니다. 이들 국가 모두 4대 체제에 가입한 국가들입니다. 일본이 문제 삼으려는 부분도 이 지점인 듯합니다.

정부는 이 같이 분류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일본이 4대 체제에 가입했지만 제도를 잘못 운영하고 있는 명확한 사례가 있다는 것입니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 실장은 일본이 제도를 잘못 운영한 사례를 확인했냐는 질문에 “정부 관계자가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이미 언론에 많이 언급됐던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바로 일본 전략물자의 북한 밀수출입니다. 지난달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본의 비정부기관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의 자료를 인용해 관련 사실을 밝힌 바 있지요. 하 의원은 1996년부터 2013년까지 30건이 넘는 대북 밀수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통상당국은 일본이 우리 측 수출규제를 거듭 문제 삼을 경우 일본이 북한에 전략물자를 밀수출한 사실을 공식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의 추가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점, 공연히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아직까진 공식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한일 모두 4대 체제에 가입한 양국을 자국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일본과 달리 한국은 분명한 근거에 기반해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행태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우리 논리의 정당성을 잃지 않는 묘수를 북한에서 찾은 듯하네요.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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