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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南 겨냥한 北 신무기 3종…‘공포 극대화’ 노렸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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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들어서만 네번째… 北, 16일 오전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 동해상으로 발사

북한의 대남 위협이 심상치 않다. 북한은 16일 아침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이달 들어서만 4번째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8시 1분과 오전 8시16분경쯤 강원도 통천 북방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발사체의 고도는 약 30㎞, 비행거리는 약 230㎞, 최대속도는 마하 6.1 이상으로 탐지됐다.

세계일보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전날(10일) 함경남도 함흥 일대서 단행한 무력시위 관련해 “김정은 동지께서 8월 10일 새 무기의 시험사격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통신은 무기 명칭이나 특성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발사 장면 사진만 여러 장 공개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으로, 북한판 전술 지대지 미사일이라는 추정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 6일 “국가방위에 필수적인 위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개발, 시험, 배비(배치)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될 것”이라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던 북한은 10일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라 불리는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북한이 지난 5월 처음으로 발사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대구경조종방사포까지 고려하면, 남한을 겨냥한 ‘신무기 3종 세트’가 갖춰진 셈이다.

‘신무기 3종 세트’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개발, 한미일 3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손에 넣었다는 평가다. 실체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한 발이라도 떨어진다면 남한이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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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5월 4일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에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보유했다는 게 문제”

얼핏 보면 북한의 ‘신무기 3종 세트’는 우리 군이 대응하기 어려운 무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사일이나 방사포에) 적용된 기술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북한이 그런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게 놀라운 것이다”는 군 관계자의 말처럼 ‘신무기 3종 세트’의 기술이나 개념은 이미 알려진 것들이다.

북한이 KN-23에 적용했다고 주장하는 풀업(pull-up) 기능은 미사일이 포물선을 그리며 상승한 뒤 하강 단계에서 수평비행을 하다가 다시 급상승하는 기술이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에 적용된 기술이다. 이스칸데르는 1980년대부터 개발이 진행됐던 무기다. 풀업 기능을 최신 기술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우리 군의 현무-2 탄도미사일도 이와 유사한 개념을 갖고 있다. 대구경조종방사포에 적용했다고 주장하는 수평비행 및 변칙기동 기술도 방사포탄 앞부분에 장착된 보조날개(카나드)를 움직이면 실현 가능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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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기술들이 북한에 반입된 경위다. KN-23은 이스칸데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무기라는 관측이 다수다. 하지만 대구경조종방사포와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의 기술이 북한 미사일 개발에 활용된 흔적은 예전부터 포착됐다.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생일 100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KN-08 미사일의 탑재차량은 중국에서 제작된 WS15200 특수차량을 개조한 것이었다. 이 차량은 화성-14, 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도 활용됐다. 2017년 4월 15일 평양서 개최됐던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에서는 중국 최대 트럭생산업체인 시노트럭이 만든 특수차량이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채 등장했으며, 다른 미사일 발사차량(TEL)에서는 중국제 특수 타이어가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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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발사대(붉은 원)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이 공개한 대구경조종방사포는 중국의 400㎜급 방사포인 WS-2D와 유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 위성항법장치(GPS)로 유도되는 WS-2 방사포는 길이 7.1m, 탄두 중량 200㎏, 최고 비행 속도는 마하 5.6, 사거리는 70∼400㎞이다. 북한의 대구경조종방사포는 마하 6.9, 고도 30여㎞로 약 250㎞를 비행했다. 다만 방사포탄 유도장치 부분과 꼬리 날개는 WS-2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관련 기술이나 개념만 차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성능 검증 완료를 선언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경조종방사포 추가 발사과정에서 비행거리가 늘어날 수도 있다.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의 경우 중국 북방공업공사(NORINCO)가 개발한 킹 드래곤 300 미사일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300㎞인 전술 미사일로 NORINCO는 해외의 잠재 고객들을 상대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ATACMS의 전술적 개념에 킹 드래곤 300 미사일 기술을 더해 비행거리를 400㎞ 이상으로 늘린 전술 미사일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스커드를 비롯해 10~20여종에 달하는 각종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자체적인 성능개량을 진행할 역량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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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1일 전날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발사한 발사체가 '새 무기'였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속 진행된 시험 사격 장면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중앙TV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지도 모습. 연합뉴스


◆한미 MD 뚫으려는 北 집념…위협 강화로 주도권 노려

북한의 ‘신무기 3종 세트’에 적용된 기술이 새롭지 않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돌파하려는 북한의 집념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기존에 보유한 스커드 미사일은 1960년대 기술에 기반한 것으로, 한미 연합군의 패트리엇(PAC-3)이나 철매-Ⅱ 등으로 요격이 가능하다. 군 당국은 “북한의 신형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100% 요격’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KN-23과 대구경조종방사포,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은 발사관이 최소 2개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발만 탑재했던 스커드 발사차량과는 다른 부분이다. 미사일을 쏜 뒤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가 재장전을 해서 다시 발사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미사일 두 발을 탑재하는 이스칸데르 발사차량의 경우 첫 번째 미사일을 발사한 뒤 두 번째 미사일을 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분에 불과하다. 북한도 이같은 특성을 차용해 KN-23 등에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정 지점에 두 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이 연속으로 날아올 경우 미사일방어망이 뚫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방사포와 미사일을 함께 발사하면 대응은 더욱 어려워진다.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에 직면한 북한으로서는 미사일을 ‘더 빠르게, 더 많이’ 쏴서 방어망 돌파를 시도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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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김일성 탄생 10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KN-08 미사일. 발사차량이 중국제로 알려지면서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노동신문


북한이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돌파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공포’다. 서울 시내에 북한 탄도미사일이나 방사포탄이 떨어진다면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주유소나 가스저장소 등이 피격되면 2차 폭발에 따른 피해도 발생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뉴스가 실시간으로 퍼지는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한 공포도 빠르게 전파될 확률이 높다. 수도권이 공포에 휩싸이면 정부와 군의 전쟁 수행능력은 크게 저하된다. 반면 북한은 우리 군과 사회의 혼란을 이용해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 재래식 전력으로 한미 연합군을 압도하기 힘든 북한 입장에서는 미사일과 방사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미 연합군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패트리엇과 철매-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요격무기들이 있지만,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모두 막아낸다는 보장은 없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가 껄끄러운 이유다.

북한 미사일 부대 등을 사전에 제압하는 ‘원점타격’ 작전이 있지만, 북한도 이에 대비를 하고 있다. 지난 3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2일) 실시된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포차(TEL)의 전투전개 시간을 측정하시며 대구경조종방사포체계의 운영방식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료해(이해)하시고 감시소에서 시험 사격을 지도하시였다”고 전했다. 포차의 전투전개 시간은 숨어있던 TEL이 밖으로 나와 방사포를 쏘고 진지로 숨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한미 연합군의 공격으로부터 TEL을 보호하려면 이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원점타격’도 쉽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대목이다.

‘공포’는 활용하기에 따라서 치명적인 무기다. 언제 어떻게 모습을 드러낼지, 얼마나 퍼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를 통해 ‘공포’를 극대화하면서 한반도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없다는 점을 파고든 북한의 전략에 군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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