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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詩 인용된 배경엔…文대통령의 '특별 주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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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의 '그날이 오면'도 인용
文대통령 "광복 후 경제건설 이야기한 것 찾아보라" 지시

조선일보

김기림(왼쪽), 심훈(오른쪽) /조선DB


문재인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이 표현을 7차례나 썼다. 이 표현은 납북 시인 김기림(1908~미상, 사진)의 시(詩) '새 나라 송(頌)'에 나오는 싯구다. 새 나라 송은 새로운 나라를 기원하는 노래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경축사를 준비하면서 참모들에게 "광복 직후 나온 문학 작품 중 경제 건설을 이야기한 게 있으면 찾아보자"고 주문했는데, 대통령 마음에 김기림의 시가 들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에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이고 철판을 펴자. 세멘과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 가자"는 김기림 시 일부를 인용한 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는) 외세의 침략과 지배에서 벗어난 신생독립국가가 가져야 할 당연한 꿈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어떤 위기에도 의연하게 대처해온 국민들을 떠올리며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시 다짐한다"면서 일본의 경제보복에도 흔들리지 않을 평화경제와 교량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김기림은 이 시를 광복 한해 뒤인 1946년에 썼다. 1948년 간행된 시집 '새노래'에도 실렸다. 함경북도 출신 김기림은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시인이자 문학이론가다.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는 구절로 유명한 시 '바다와 나비'도 그의 작품이다. 6·25 때 납북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성고등보통학교를 나온 뒤 일본 니혼대·도호쿠제국대 등에서 유학했고, 귀국한 뒤 조선일보 기자를 하면서 신문에 '가거라 새로운 생활로', '시의 기술 인식 현실 등 제문제' 등을 발표하며 시인·평론가로 등단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일보 마지막 학예부장이었다.

'새 나라 송'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거리로 마을로 산으로 골짜기로 / 이어가는 전선은 새 나라의 신경 / 이름 없는 나루 외따른 동리일망정 / 빠진 곳 하나 없이 기름과 피 / 골고루 돌아 따사로운 땅이 되라 // 어린 기사들 어서 자라나 / 굴뚝마다 우리의 검은 꽃묶음 / 연기를 올리자 / 김빠진 공장마다 동력을 보내서 / 그대와 나 온 백성이 새 나라 키워가자 // 산신과 살기와 염병이 함께 사는 비석이 흔한 마을에 / 모터와 전기를 보내서 / 산신을 쫓고 마마를 몰아내자 / 기름 친 기계로 운명과 농장을 휘몰아 갈 / 희망과 자신과 힘을 보내자 //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에 /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이고 철판을 펴자 / 세멘과 철과 희망 위에 /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가자 // 녹슬은 궤도에 우리들의 기관차 달리자 / 전쟁에 해어진 화차와 트럭에 / 벽돌을 싣자 세멘을 올리자 / 애매한 지배와 굴욕이 좀먹던 부락과 나루에 / 내 나라 굳은 터 다져가자"

문 대통령이 이날 경축사 첫 머리에 인용한 시는 심훈(1901~1936, 본명 심대섭)이 쓴 '그 날이 오면'이다. 문 대통령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라는 시구를 인용했다. 심훈은 1928~1931년 조선일보 기자로 일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나는 씨앗이 땅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 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는 독립운동가 이승훈(1864~1930) 선생의 경구도 인용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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