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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상 없고 성폭력 무방비…‘을 중의 을’ 농촌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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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금 이번 사고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 얘기를 들어보셨습니다만...

요즘엔 농촌에도 이렇게 해외에서 건너온 이주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근로시간 보장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산재 위험에 성폭력 위험에까지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손은혜 기자가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네팔 출신 22살 청년, 과수원 작업 중 농기계에 깔렸습니다.

한국에 온 지 불과 두 달만이었습니다.

[수라/네팔인 이주노동자 : "쓰러지는 상황에서 괜히 농기계를 운전했구나 싶었어요. 제가 벌어서 동생들 공부를 시키고 싶어서 한국에 왔는데…"]

장애가 생긴 것도 서러운데, 보험이 없는 탓에 수천만 원 병원비까지 떠안게 됐습니다.

1인 미만 사업장도 산재보험에 다 들도록 법이 마련됐지만, 보험에 가입한 농장은 드뭅니다.

농축산업 분야에는 다른 기준이 적용됩니다.

상시 근로자 숫자가 다섯 명이 안되는 농어촌 영세사업장은 산업재해보험 적용대상이 아닙니다.

여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성폭력 위험에 시달립니다.

강원도의 한 농장에 일하러 갔던 이 태국 여성은 첫날부터 달아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태국 여성 이주노동자 : "(농장주가) 제 얼굴을 만지더니, 저를 안으려고 했어요. 저는 그 분을 밀었어요. 택시 타고 도망쳤어요."]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당했다"는 농촌 여성 이주자가 40%가 넘는데도, 속으로만 삭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장주가 숙소까지 제공하는 현실에서 농장을 떠나면 당장 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열악한 움막이나 비닐하우스를 거처로 해놓고, 주거비조로 월급 삭감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농장주/음성변조 : "돈을 어느 정도 물어줘야 될 것 아니야. 하루에 5만 원씩 물어, 알았어? 열흘이면 50만 원이야, 한 사람당. 알았어?"]

계절과 날씨 영향을 받는 업종 특성상, 휴일이나 근로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습니다.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농장주도 있습니다.

[농장주/음성변조 : "싸가지 없는 것들이 xx 봐주니까. 확 쥐어 패버릴라. 내가 '시작' 하면 시작하는 거고 '끝' 하면 끝나는 거야. 이것들이 건방지게. 10시간이고 11시간이고 내가 하라는 대로 일하는 거야."]

농촌 이주 노동자는 공식 집계로만도 2만 2천여 명,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노동력의 상당수를 이들에게 기대는 형편입니다.

[류지호/의정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담팀장 :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지금의 구조 안에서 노동자들이 제대로 인권을, 또 사업주들이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부분들에 있어서 어려움은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농촌 이주노동자들, 인간으로서 제대로 된 처우를 받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손은혜입니다.

손은혜 기자 (grace3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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