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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엑시트' 감독 "쓰레기봉투 쓴 젊은이들은 쓰레기가 아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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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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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엑시트'(이상근 감독)는 '젊은' 영화다. 정체모를 유독 가스가 삽시간에 퍼진 위기 상황, 청년 백수와 사회초년생 주인공이 이를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은 '재난 영화'라는 익숙한 틀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시종일관 유지되는 밝은 톤과 공감에 기반한 웃음은 현실에 지친 600만 관객(지난 13일 기준 누적 관객 619만 4363명)이 망설임없이 이 영화를 선택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였다.

관객들은 신인 감독인 이상근 감독이 주인공 용남(조정석 분)의 실제 모델일지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상업 영화로 입봉을 하기까지 작품을 준비 중인 감독의 삶은 '취업준비생'의 생활과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개봉 전 뉴스1과 만난 이상근 감독은 "창작자이기 때문에 내 삶이 투영되기는 했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용남이처럼 운동을 열심히 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웃음) 용남이에게 철봉이 있다면 저는 글을 썼고, 용남이처럼 뭔가 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 시간이 있었고, 그걸 집안에서 하다보니 가족들로부터 애정어린 잔소리들을 듣기도 했고, '왜 시간이 오래 걸릴까?' 한탄하기도 했었죠.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지인들의 에피소드, 주변에서 들었던 한국적 오지랖들을 기억해 써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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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관객들을 웃게 했던 가족들의 모습은 역시 감독 자신 가족의 모습에서 나왔다. 채널권을 갖고 티격태격 하는 어머니(고두심 분)와 아버지(박인환 분), 시원하게 '등짝 스매싱'을 날리다가도 부모님 몰래 용돈을 챙겨주는 큰 누나(김지영 분) 등.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은 보편적으로 한국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것들이라 생각했다.

"저도 가족이 부모님과 남매에요. 부모님끼리 티격태격 하시다가다도 금방 아이처럼 화해하고 풀어지시고, 누나한테 많이 맞고 잔소리를 듣다가도 몰래 쥐어준 용돈에 살아남고…. 100% 우리 가족의 모습을 담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모습이 전형적인 한국 가족의 기준치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가족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활용했어요.(웃음)"

실제 이상근 감독은 자신의 가족들이 이런 얘기를 들으면 "치부를 드러낸다"며 부끄러워 할지 모른다고 했다. 실제로 이 감독의 누나는 영화 제작 당시 배우 김지영이 캐스팅 됐다는 소식에 영화 속에 누나가 등장하고, 그것이 자신을 반영한 것 아니냐며 장난스럽게 따져묻기도 했단다.

'엑시트'는 아이템 개발부터 완성까지 약 7년이 걸렸다. 2012년 택시 뒷자리에서 유독가스의 유해성 관련 라디오 방송을 들은 후 시나리오 개발이 시작됐고 1년간 이어졌다. 이어 2013년쯤 영화진흥위원회 기획 개발 공모에 당선돼 준비를 하다가 2015년 지금의 제작사인 외유내강을 만났고, 약 4년의 시간을 보낸 끝에 극장에 걸게 됐다.

"유독가스로 인한 재난과 주인공이 산악부 출신이라는 설정은 처음부터 유지돼 온 것이었어요. '빌더링'이라고 빌딩을 오르는 클라이밍 종류가 있습니다. 이벤트성으로 하기도 하고, 불법이지만 취미로 건물을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있죠. 건물과 지형, 지물을 이용해 맨손으로 오르는 것을 도심에서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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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자신도 따로 클라이밍 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선생님들에게 실제적인 것들을 많이 얻었다고. 그는 클라이밍이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하지만 클라이밍을 취미로 계속 해볼 생각은 없다고 했다. 직접 잘 하지는 못하고 보는 것을 좋아할 뿐이란다.

'엑시트'에는 악인이나 희생자가 없다. 이 감독은 처음부터 이를 계획했다. 주인공들의 활약이 지나치게 숭고해 보이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이타적인 행동들이 사실은 상식선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가 너무 순수하고 착한 척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재난 영화에서 보이는 형식상의 롤들, 고구마처럼 답답한 캐릭터나 분노를 유발시키는 캐릭터들을 탈피해보고 싶었어요. 우리 영화에도 클리셰가 있고 재난 영화의 플롯을 따르고 있지만, 이용할 건 이용하되 피할 수 있는 건 새롭게 해봤어요. 예를 들어 결과적으로는 악역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구 점장(강기영 분) 캐릭터도 귀여울 수 있는 느낌으로 남긴 게 그런 거예요. 저는 사실 구 점장이 일반적인 생각을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일반인의 시선과 행동으로 보면 그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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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스틸 컷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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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에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떤 사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장면 하나가 나온다. 유독 가스가 차오르고 있는 가운데, 보습학원에 갇힌 고등학생들에 구출될 기회를 양보하는 용남과 의주의 모습을 그린 시퀀스다.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용남과 의주가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 시간대 어딘가에 갇힌 사람은 누굴까? 생각했을 때 주말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이지 않을까 했어요. 이들의 선의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 트라우마를 꺼내서 해소하고자 하는 접근은 아니었죠."

조정석과 임윤아는 시나리오에 최적화된 배우들이었다. 특히 이 감독은 캐스팅하기 위해 조정석의 스케줄을 1년이나 기다려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에 대한 욕심이 있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조정석씨처럼 용남이를 잘 표현할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있을까요. 윤아씨는 예능 프로그램과 영화 '공조' 등에서 요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인간적인 면을 보여줬어요. 모두가 하는 걸 척척 잘해냈죠. 조정석씨와 신선한 조합일거라 생각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조사한 바로 체력이 너무 좋아요. 두분의 호흡도 너무 좋았고요. 서로 의지하면서 좋은 연기를 많이 제공해줘서 감독에게 선택권을 많이 줬죠."

두 사람이 만든 생각못한 장면이 있었느냐고 했더니, 이 감독은 연기를 했던 장면보다는 촬영 중 있었던, 충격적인 '몰카 사건'을 꺼냈다.

"제작발표회 때 얘기했는데 마지막 촬영날 조정석씨가 깁스를 했어요. 다리가 부러졌대요. 마지막 촬영인데 저는 난리가 났어요. 조정석씨가 오열하면서 '나는 배우 자격이 없다'고 난리를 쳐서(?) '어떡하지'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몰래카메라였던 거예요. 생각해보면 조정석씨는 외면 연기를 했어요, 내면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놀라지는 않고 그저 '이 양반이 왜 이러지?' 이랬던 것 같아요. 조정석씨는 국내에서 외면 연기의 최고봉인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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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감독은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할 뿐인데, 듣는 이들로 하여금 쿡쿡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슬랩스틱이나 과장된 설정 없이 공감가는 내용만으로 관객을 울고 웃긴 '엑시트'를 만든 사람 다웠다.

"저는 말장난에는 소질이 없어요. 웃음에서는 타이밍 조절 혹은 리듬에서 오는 것들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0.1초 차로 웃을 수 있고 아닐 수 있죠. 그리고 싶은 소재는 보통 공감대가 높은 것들이에요. 본인이 겪어보고 상황의 밑바닥을 알아야 '나도 저랬는데' 하면서 반응하고 웃는 것 같아요."

그는 영화 속 '쓰레기 봉투 슈트'의 의미를 강조했다. 일상에서 매일 보고 쓰던 것들이 재난의 상황에서는 특수한 장비로 탈바꿈했다. 쓰레기 봉투를 쓴 청춘의 사투를 응원해주고 싶었다.

"쓰레기 봉투를 뒤집어 쓴 젊은이들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달리기. 우스꽝스러워보일 수 있지만 혹자에게는 숭고해 보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쓰레기 봉투라고 이름이 박힌 옷을 입고 달리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젊은이들은 쓰레기가 아니에요. 그들의 거친 숨소리, 달리는 모습을 누군가는 '우습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응원하고 싶은 감정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엑시트'는 훌륭한 데뷔작이다. 공감가는 내용과 기발한 아이디어, 따뜻한 연출로 8월 중순, 500만 관객을 넘기며 올 여름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로 여겨지고 있다. 이상근 감독은 "그저 잘 봐주시기를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어떤 작품하고 붙게 될까 경쟁의식보다, 저의 작품이 좋은 결과로 좋은 인상을 남겨서 좋은 입소문도 나고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곘어요.(웃음) 좋은 입소문과 꾸준한 반응으로 결과물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작품이요? 아직 일러요. '엑시트'를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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