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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변호인 사임…법조계 “여론, 조력받을 권리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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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비난으로 사임…징계사례 없어

협박 감수…끝까지 가라는건 과해”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을 변호하기로 했던 변호사가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사임하자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흉악범 사건 등 특정 사건을 맡았다고 변호인을 압박해 그만두게 하는 것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변호사 윤리장전’ 제16조를 보면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날 고유정을 변호하려고 했던 박 모 변호사는 “급기야 가족 중 스트레스로 쓰러지는 분이 계셔서 소신을 완전히 꺾기로 했다”며 고유정 사건을 포기한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13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견 변호사 윤리장전의 내용과 어긋난다. 다만, 변협 관계자는 “윤리장전의 일부 규정은 변호사법과 결합돼 위반시 징계사유가 되지만, 16조는 훈시적 사항이므로 징계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고유정 사건의 경우 13일 열린 공판에서 고 씨를 변론하고 있는 A변호사에 대해서도 ‘싸이코패스를 변호하고 있다’,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 해서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란 저급한 변론을 한다’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의 역할은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까지도 변론을 하는 것”이라며 “변호인은 법정에서 당연히 피고인은 죄가 없다는 것을 부각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형이 확정되기 이전의 형사 절차는 예외없이 똑같이 보장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것이 형사재판 결과 자체에 승복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말도 덧붙였다.

반대로 변호사는 피고인을 방어할 공적인 의무를 지지만, 직업의 자유가 있는 이상 비난 여론을 감수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측면도 있다. 법조윤리 전문가인 경희대 로스쿨의 정형근 교수는 “이제까지 사회적 비난 때문에 사임한 변호사나 로펌을 징계한 사례가 없다”며 “모든 비난과 협박을 감수하고서도 수임을 거절해선 안되고, 끝까지 맡으라는 것은 과하다”고 밝혔다.

비슷한 사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11년 한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임했던 국내 대형로펌 변호인들도 예금피해자들로부터 ‘돈만 보고 사건을 맡았다’는 거센 항의를 받고 사임했다. 국선변호인이라고 예외는 없다.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을 변호하려는 사선 변호인이 없자, 재판부에서 국선 변호인을 지정했다. 하지만 이 국선변호인에 대해서도 ‘빨갱이’라는 비난이 가해졌다. 정 교수는 “변호사는 단순히 직업적으로 피고인을 돕는 사람이지, 그 사람에게 동의하거나 행위를 찬성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조인들이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일본 전범기업 민사소송을 대리한 자체를 비난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정에서 소송 대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변호사 중 누군가는 사건을 맡을 수 밖에 없다.

대형로펌의 한 파트너변호사는 “국제적인 기준에서 볼 때 한국 로펌 모두가 전범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했다면 한국 사회가 미성숙하다고 여겨질 것”이라며 “다만 사법농단 사태에서 드러나듯, 김앤장이 공개된 법정 외의 비정상적 로비 창구를 통한 점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민경 기자/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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