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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출입금지’ 간판 ‘No Japs’ 팻말은 왜 인종차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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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 트위터에 글 올려 비판

“한국의 ‘아베 비판’ 이해하지만 ‘일본인 출입금지’는 차별”

“차별에 대한 교육 미비·차별금지법 부재 관련 있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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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출입금지’라고 썼지만, 한국어로만 쓰여 있어서 정작 일본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알 수도 없어요. 이런 현수막을 내건 이유가 정말 일본인들을 막기 위한 거였을까요? 현수막 홍보의 대상은 사실 한국인이죠. 한국인 고객들에게 ‘애국심이 있는 우리 식당에 오라’는 애국 마케팅이요.”

올해로 한국생활 9년 차인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32)는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일본인 출입금지’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건 부산의 한 식당 사진과 함께 “이것은 국가주의가 아니라 인종차별주의다”(This ain't nationalism, this is racism.)라는 글을 남겼다. 일본인의 식당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 현수막이 ‘인종차별주의’에 해당한다는 뜻이었다. 영국의 대학에서 한국학과 일본학을, 한국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했다는 라파엘은 왜 이런 글을 쓴 것일까.

그는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국인들이 왜 일본을 비판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지 다 이해한다. 하지만 비판의 대상은 일본인이 아니라 아베 정부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 트위트를 쓴 뒤 ‘한국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 동양인이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따졌을 때 ‘인종차별’이라고 규정할 수 없을진 모르겠지만, 국적이나 피부색 등을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하는 건 결국 차별이죠. 한국에 사는 제 일본인 친구들도 한-일 과거사를 잘 알고 있는데, 이들이 왜 식당 출입을 금지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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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이 게재한 이 게시물은 14일 오전 10시 현재 1300회 넘게 리트윗되며 전 세계의 누리꾼들에게 퍼져 나가고 있다. 이들은 한국 식당의 현수막 문구에 대해 ‘인종차별이 맞다’, ‘엄밀히 말해 민족차별이란 표현이 더 정확하다’ 등 생각의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차별’에 해당한다는 의견에 다수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식당 뿐만 아니다. 앞서 지난 7일께에는 강원도 강릉의 사설 박물관인 참소리박물관이 ‘일본인 관람금지’와 ‘No Japs Allowed’(노 잽스 얼라우드)라고 적은 ‘보이콧 재팬’ 팻말을 내걸었다가 관람객의 항의를 받고 철거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Japs’(잽스)는 일본인들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인종차별적 영어 표현이다. 참소리박물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달 초 일본에 항의하는 의미로 사흘 정도 걸었는데, 찾아오신 손님이 인종차별이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일주일 정도 전에 바로 내렸다. ‘잽스’라는 표현은 (인종차별적 의미를) 모르는 상태에서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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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는 외국인 이용자와 한국인 이용자들이 공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일본 대학원에서 공부했다는 한 미국 출신 트위터 이용자(@BrianDavidB****)는 “난 일본의 과거사 부인과 역사 수정주의에 역겨움을 느끼지만, 이런 인종차별주의는 완전 넌덜머리가 나고 그 어느 사회에서도 용인돼선 안 된다”(As much as I am disgusted by historical denial and revisionism in Japan, this racism is outright disgusting and should not be acceptable anywhere.)고 했다. 국내 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는 일본인(@yuki7979s****) 역시 “일본정부 비판: 공감함, 일본제품 불매: 이해함, 일본인 배척: 노!”라고 ‘일본인 출입금지’ 현수막과 팻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이에 동의하며 “이걸(현수막 문구) 정당화할 방법은 없다. 인류 보편적으로 규탄돼야 한다”(There is no way to justify this. This should be universally condemned.)는 멘션을 영어로 남긴 한국인 누리꾼(@rickyinabo****)도 있다.

반면 대마도 등 일본 내 일부 지역에서 외국인의 공공시설 이용이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을 봤다며 ‘일본인 출입금지’를 내건 한국 식당만 비판하기는 어렵다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라파엘도 이런 지적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외국인을 차별한 일본의 안내문에도 당연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종차별 이슈를 놓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논리로 싸우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번 일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일본인 출입금지’라는 문구는 차별에 대한 교육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라파엘은 최근 한-일 갈등 국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넘어 ‘일본인 출입금지’ 현수막까지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한국사회의 인권교육 미비와 차별금지법의 부재를 꼽았다.

“한국 학교에선 ‘차별’이 무엇인지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 같아요. 또 아시다시피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제정되지 못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일본인 뿐만 아니라 다른 차별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 ▶관련 기사 :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가 다룬 ‘차별금지법’, 현재 어디까지 왔나)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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