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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경제] 제조업 대기업, 좋은 일자리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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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저성장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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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동구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사진은 기사내 특정 사실과 관계 없습니다) ⓒ 울산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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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회의에 갔다가 지역 경제단체 실무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조선업 불황으로 한동안 비어 있던 도크에 일감이 하나 들어왔다. 급히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조선업 경력이 있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지역을 떠난 상황이었다. 원청 대기업은 직고용 의사가 없고, 하청 기업이 고용하는 형태여서 사람 구하기는 더 어려웠다.

외국인 노동자 쪽을 알아보려니 현장을 둘러본 인력소개소 사장은 "요즘 어디 가도 최저임금 받는데 이런 위험한 환경에서 이 돈 받고 일할 사람 못 찾는다"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지역의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들을 선취업 시켜 급한 불을 껐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학생들이라고 좋아서 들어온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고용 기업에서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게 해줄테니 입사하라고 학생들을 설득했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제도는 15~34세 청년 노동자가 2~3년간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보태서 최대 3,000만원의 목돈을 만들어 준다는 제도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목돈 필요 없으니 내 월급에서 돈 안 떼 가면 안 되느냐?"는 질문이 많았다고 한다. "어차피 2~3년이나 다닐 생각이 없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이 학생들에게는 곧 군대에 가야 하는 사정도 있다. 기업은 일만 잘 하면 군입대 기간 동안 고용을 유지해 줄 의향도 있다고 하지만 어차피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한다. '머리가 굵어지면' 생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릴 때 최대한 착취하자"는 문화

하나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 아직도 달라져야 할 것이 많다고 일깨우는 이야기다. 첫째, 한국에는 여전히 나이 어린 사람들을 천대하는 문화가 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전통 사회의 유교적 체제가 어린이의 인격을 말살하고 있다면서 "어린이를 '인간'으로 대우하고 경어를 쓰면서 존중하자"고 주장한 것이 무려 100년 전이다.

그 말에 따라 '어린이날'을 제정해 지켜오고는 있지만, 그 뜻이 아직 통하지는 않은 것 같다. 어리고 말 잘 들을 때 최대한 부려먹어 이득을 취하자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렇게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2016년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한 김군은 19세, 2017년 제주 음료공장 프레스 사고로 사망한 고교 실습생 이민호군은 17세,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의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사망한 김용균씨는 24세였다.

이 사건들을 관통하는 원인으로 '위험의 외주화' 등이 제기됐지만, 또다른 원인은 '말 잘 듣는' 청년들을 위험의 최전선으로 내모는 문화에 있다. 이들은 죽기 전에도 위험한 상황을 여러 차례 직면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상사에게 의견을 내거나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다시 현장으로 갔다는 것은 그 위험보다 더 공포스러운, 공고한 위계의 조직 문화가 있었다는 뜻이다.

지난 2월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등에서 경기도 특성화고 졸업생 300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58.7%는 작업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었고 그중 가장 많은 경우가 '무시와 차별'이었다. 응답자 중 상당수는 차별을 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거나, 고용주가 근로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본인 탓으로 여기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 1월 여성가족부 조사를 봐도,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청소년 중 3분의 1이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받았고, 3분의 2 가량은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은 채 일했다. 갑작스럽게 초과 근무를 강요받거나 급여를 제 때 받지 못하고, 언어 폭력이나 성희롱을 당하는 등 부당 처우를 당한 청소년들의 70%는 "그냥 참고 일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생애 첫 취업이라도 국가가 관리해 준다면?

몇년 전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해서 "생애 첫 취업을 하는 청년 및 청소년들만이라도 지방 고용노동청이 1대 1로 관리를 해 주자"는 내용의 발제를 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얼마 전 다른 자리에서 한 노동 전문가로부터 들은 제안을 전달한 것이었다.

첫 취업자들이 근로계약서를 적법하게 체결했는지,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관청에서 현장 조사를 나가면 제일 좋겠고, 그게 어려우면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라도 주의할 점을 일러주면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OO지방청 OOO 담당자에게 연락하라"고 안내해 주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토론자로 참석한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취지는 좋으나 인력이 부족해서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논의는 진전되지 못 했다. 모든 노동자에게 하자는 것도 아니고 일생에 한 번, 생애 첫 취업자에게 국가가 그 정도 서비스도 할 수 없는지, 고용노동부와 지방고용노동청의 업무 중에 그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업무가 얼마나 되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꼭 이 방법이 아니더라도 청소년과 청년들이 노동 현장에서 착취 당하고 위험에 내몰리는 일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경제 성장기의 경험, 지금은 틀리다

둘째, 우리 사회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권하고 있는 '좋은 일자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사례에서 특성화고 학생들은 왜 만족스럽지 않은 일자리에 결국 들어갔을까? 아마도 부모님이 권하고, 학교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설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들에게는 졸업생 취업률이라는 성과도 작용했겠지만 대체로는 '제조업, 되도록 규모가 큰 조직의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수도권보다는 지방 도시들에서 그런 인식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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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평균 임금 대비 산업분류 별 평균 임금 수준. 300인 이상 제조업 대기업의 임금 수준은 전체 임금 평균의 184%에 달한다. ⓒ 2017, 고용노동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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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300인 이상 제조업 대기업의 임금 수준은 전체 평균 임금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184%)이다(2017년 고용노동통계). 금융 및 보험업보다도 높다. 그렇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하청의 하청 기업들과의 임금 차이가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왜 기성세대는 여전히 제조업 일자리에 자녀 세대들을 진입시키려고 할까? 아마도 경제 성장기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경제가 성장할 때는 고용 기회가 급격히 확대되기 때문에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그 기회를 잡기 쉬웠다. 그리고 장기근속을 하다보면 어느 시점에는 차별을 극복할 수도 있었다. 사환으로 입사해서 정사원이 되고, 야간대학을 나와서 임원까지 승진했다는 식의 성공 스토리들이 나올 수 있었다.

지금은 저성장이 '뉴 노멀'이 된 시대다. 그 때는 맞았던 것들이 이제는 틀리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고용을 늘리기는커녕 어떻게든 줄이려고만 한다. 노동자를 기계 및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경향도 있다. 공채로 입사한 사원들도 40세부터 명예퇴직을 권고받는다. '정규직 전환'을 국가 목표로 삼고 정부가 나서도 여간해서는 한 번 만들어진 차별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이런 상황인데도 원치도 않는 직장에 "일단 들어가서 참고 다녀 보라"고 자녀들에게, 학생들에게 권하는 것이 옳은가?

제조업 대기업 임금은 왜 높을까?

왜 제조업 대기업이 좋은 일자리인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제조업 중에서도 중화학 공업의 대기업 임금과 직원 복지 수준이 높은 것은 노동조합이 1980년대 말부터 꾸준히 투쟁해 온 결과다. "툭하면 파업한다", "빨갱이다" 등 소리 들으면서, 단식하고 삭발하면서 매년 임단협 해 온 결과가 누적돼서 다른 산업과의 차이가 그만큼 벌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그 기간 동안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이 수익을 올렸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즉, 그냥 대기업이어서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들의 임금과 근로수준이 대체로 높은 것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임금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고, 직원 복지 수준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산업이 하강하고 기업이 매출을 내지 못 하면 아무리 강력한 노동조합이 있어도 임금을 올리기 어렵다. 물론 경제 성장이 정체되더라도 새로 생겨나는 산업, 기업들이 있다. 최근에는 비영리기업, 사회적기업, 소셜 벤처 등 분야에서 일자리들이 다수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신생 일자리들의 임금과 근로조건들이 낮은 수준으로 수렴될 때다. 그리고 노동조합과 같이 협상을 통해 이를 높여갈 만한 구조가 없다면, 한 번 낮게 설정된 임금과 근로조건은 계속 그 수준에 머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이직하는 것 외에는 더 나은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획득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게다가 출산율 제고, '워라밸' 확산 등의 이유로 법정 최대 노동시간을 줄이고 육아휴직을 늘리는 등의 국가적 노력이 있지만 그 적용은 조직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작은 조직은 노동 최저선이 올라가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 위해 국가가 할 일

그러니까 국가가, 사회가 해야 할 노력은 노동의 법정 최저선을 올리는 것과 함께, 조직과 산업 내부에서 협상을 통해 노동의 질을 높여가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무분규 사업장'을 포상할 것이 아니라, '노사가 잘 소통해서 일자리의 질을 높여가는 기업'을 국가가 높이 평가하고 널리 알리기만 해도 현장에서는 많은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이에 더해서 제조업 대기업과 금융업 등 일부 부문에서 수십 년에 걸쳐서 해온 노사협상과 투쟁의 결과를 다른 부문들이 단기간에 따라가는 것은 어려우므로 다른 측면에서 차이를 좁힐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 4대보험 가입, 자녀 학자금 지원, 가족 건강검진, 교육훈련비 지원 등 대기업 노동자만 누리던 혜택을 국가 복지의 차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얼핏 생각하면 대기업 노동자들에게는 손해인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다. 오늘 대기업 노동자가 내일은 실업자가 될 수 있고, 모레는 중소기업 노동자가 되는 것이 '뉴 노멀'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달라져야 할 것'이 있다. 앞의 사례에서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악용된 것처럼, 사람들을 원치 않는 일자리에 묶어놓는 데 국가 제도가 이용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고용과 노동을 위한 제도, 즉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면 한 사람이라도 더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게 한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또한 나쁜 일자리는 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어야 한다. 기업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하면 된다. 시장 원리에 따라서는 선택받지도 못 할 일자리에 청년과 청소년들을 밀어넣는 것 말고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황세원 기자(joonchigir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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