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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TEN 인터뷰] '암전' 서예지 "진짜 미친 채로 연기...그래서 더 애틋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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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노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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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전’에서 신인 감독 미정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서예지./ 사진제공=킹엔터테인먼트


신들린 연기로 호평을 받은 OCN 드라마 ‘구해줘’를 통해 스릴러물에서 강한 존재감을 과시한 배우 서예지가 공포영화 ‘암전’으로 돌아왔다. 극 중 신인 감독 미정이 귀신이 찍었다는 영화 ‘암전’의 실체를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서예지는 몰입도 높은 연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겁에 질린 눈동자부터 목소리와 몸의 떨림 등 미세한 움직임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공포를 극대화했다. 과격한 액션 연기를 대역 없이 펼쳤고, 귀신 목소리까지 직접 내며 1인 2역을 넘나들었다. 광기 어린 연기로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입증한 서예지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암전’에 출연한 이유는?
서예지: 시나리오가 독특했고 캐릭터도 신선했다. 특히 김진원 감독님이 너무 신선한 사람이었다. 감독님이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이해 못 해요’라고 했는데 공감이 갔다.

10. 공포영화를 좋아하나?
서예지: 좋아한다. 귀신이 나오는 영화보다 스릴러물을 자주 본다.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

10. 시사회 때 완성된 영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나?
서예지: 과격한 장면 대부분을 대역 없이 연기했다. 고생했던 게 그대로 나와서 슬펐다. 촬영 때 기억이 나면서 몸이 다 아팠다.

10. 그래서일까 영화가 굉장히 생동감 있다.
서예지: 기계적인 도움을 거의 받지 않았다. 오롯이 배우들이 연기로 표현했다. 귀신도 CG 대신 분장으로 리얼함을 살렸다. 특히 귀신과 싸우는 장면 등은 웬만해선 끊지 않고 롱테이크로 찍었다.

10. 극 중 미정은 화장기 없는 얼굴이 인상적이다. 메이크업을 전혀 안 한 건가?
서예지: 100% 노메이크업이다. 선크림이라도 바르고 싶었는데 주근깨가 안 그려지고 다크서클 분장도 어색해진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했다. 사실 얼굴이 이상하게 나오는 것보다 미정이라는 인물이 어색하지 않게 표현되길 바랐다. 피폐한 얼굴로 보였다면 성공했다. 하하.

10. 머리 색깔도 독특했다. 회색 머리카락이 특별히 의미하는 것이 있나?
서예지: 감독님이 그냥 회색 머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 (웃음) 처음엔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동안 염색을 많이 안 해 봤는데 미정 캐릭터를 위해 탈색을 열 번이나 했다.

10. 손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다. 왜 그런 설정을 했나?
서예지: 감정의 높고 낮음이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래서 버릇들이 있다. 손을 물어뜯기도 하고 안경을 머리에 썼다가 다시 똑바로 쓰기도 한다. 실제 내 시력이 좋은 편이 아닌데, 미정의 안경 도수를 내 시력에 맞췄다. 안경이 떨어졌을 때 잘 안 보이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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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전’의 서예지는 “과격한 장면을 대부분 대역없이 연기하고, 롱테이크로 찍어 생동감을 살렸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킹엔터테인먼트


10. 굉장히 디테일한 것까지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서예지: ‘암전’은 감 감독님의 모습이 많이 투영된 영화다. 영화에 미친 것부터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것까지 미정과 감독님이 많이 닮아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감독님은 독특한 사람이다. 고양이 영상을 보면 공포영화를 보면서 힘들었던 감정이 싹 없어진다고 하더라. 그런 감독님을 보면서 연기해야 했다. (웃음)

10. 감독이 투영되어서인지, 미정은 중성적인 느낌이다.
서예지: 맞다. 내 성격이 원래 털털한 편인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더 털털해졌다. (웃음)

10. 털털하다고? 겉으로 봐선 안 그래 보이는데.
서예지: 사실 진짜 나를 잘 모르겠다. 배우가 되고 연기를 하면서 ‘일반인’ 서예지가 사라졌다. 누군가가 ‘뭘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생각이 잘 안 난다.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슬플 때가 있다. 그래도 어쩌겠나. 직업인데.

10. 그야말로 하드캐리했다. 런닝타임 내내 등장할 정도로 분량이 많았는데 부담은 없었나?
서예지: 군산에 있는 실제 폐극장에서 촬영했다. 영화에서 보이는 먼지, 빗물, 곰팡이 모두 있는 그대로다. 많은 먼지를 마시면서 찍었더니 몸이 힘들었다. 감독님을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에 부담감은 없었다.

10. 몸이 힘들어서였는지 극 중 욕하며 소리 지르는 모습이 제법 잘 어울렸다. 평소엔 욕도 잘 안 할 것 같은데.
서예지: 그 장면은 사실 애드리브였다. 감독님도 놀라더라. 되게 잘 나왔다며 감탄했다. (웃음) 평소에 그렇게 욕하고 다니진 않는다. 몰입해서 나온 연기다. 사실 화가 나도 잘 분출하지 않는다. 화를 내봤자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화를 내고 나면 꼭 후회가 남더라.

10. ‘구해줘’ ‘암전’ 등 비슷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
서예지: 캐릭터를 먼저 본다. 안 해 봐서 신선하거나 이질감이 없는 캐릭터에 관심이 간다. ‘구해줘’와 ‘암전’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구해줘’의 상미는 여리면서 강인하다. ‘암전’에서의 미정도…. 앗. 다시 생각해보니 비슷한 것 같다. 내가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나 보다. 하하. 하지만 지난해 찍었던 ‘무법 변호사’의 하재이나 9월에 개봉하는 ‘양자물리학’의 성은영은 각각 다른 캐릭터다. 계속해서 어두운 연기만 하는 건 아니다. (웃음)

10. ‘암전’을 보면서 새삼 느꼈지만, 공포-스릴러물과 확실히 잘 어울린다. ‘누가 이렇게 연기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서예지: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몸을 다치더라도 끝까지 가는 것이 좋다. 만약에 감정을 유지하고 가다가 다쳤을 때, 아픈 것보다 (연기가) 잘 나온 것에 만족한다.

10. 후반부엔 그야말로 광기 어린 연기를 보여줬다. 에너지 소비가 심했을 텐데 어땠나?
서예지: 광기 어린 연기가 가장 힘들긴 했다. 감독님도 중요하게 생각하던 장면이었다. 굉장히 긴 시간 동안 롱 테이크로 여러 차례 찍었는데, 완성본에서는 편집된 부분들이 있어서 아쉬웠다.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진짜 미쳐 있었다.

10 이런 작품을 찍고 나면 정신적으로도 힘들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하나?
서예지: 애써 밝아지려고 노력하진 않는다. 다음 작품을 하면 풀린다. 작품으로 푸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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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전’에서 미정 역을 연기한 서예지. 그는 “광기 어린 연기를 할 땐 진짜 미쳐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킹엔터테인먼트


10. 보통 공포영화를 찍을 때 귀신을 본다고 하지 않나. 귀신 본 적 없나?
서예지: 가위는 자주 눌렸다. 예전에 ‘구해줘’를 찍을 땐 거의 매일 눌렸다. ‘무법 변호사’ 때는 액션이 많아서 피로했는지 많이 눌렸다. ‘암전’까지 이어져서 힘들었나 보다.

10. ‘귀신 목소리’까지 1인 2역을 소화했다. 지난 언론시사회 때 원래 귀신 목소리는 자신의 분량이 아니었다고 밝혔는데.
서예지: 안부 문자도 잘 안 하던 감독님이 어느 날 갑자기 연락해서는 ‘순미(귀신) 목소리 좀 내주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했다. 처음엔 내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거절했다. 감독님이 워낙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 한 번 더 물어봤다. ‘미정이 곧 순미’라는 한마디에 하게 됐다.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해도 되겠구나’ 싶어서 했다. 기계로 만지기보다 제 목소리를 더 살렸다. 그래서 또 고생했다. (웃음)

10. 진선규와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서예지: 배려의 아이콘이다. 내가 영화를 끌고 가다시피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많이 위로해주셨다. 힘들 때마다 대화도 많이 했다. 촬영 내내 진심으로 행복했다. 공포영화인데 스틸컷에 웃는 모습밖에 없어서 걱정이 많다.

10. 지난 2년 동안 ‘암전’ ‘양자물리학’ ‘내일의 기억’까지 영화 세 편을 내리찍고, 중간에 드라마 ‘무법 변호사’도 했다. 힘들만도 한데, ‘열일’의 원동력은 뭔가?
서예지: 내 자신이다.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열정이 원동력이 됐다. ‘암전’도 미정이란 인물로 작품을 끌어가야 하니까 ‘지치지 말자’라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맡은 일을 최대한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10. 데뷔한 지 어느덧 6년이 됐다. 배우 생활에 만족하나?
서예지: 어떤 의미에서일지는 모르겠지만 만족한다. 어릴 땐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지만 배우가 되고 나서는 다른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만족한다는 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눈 뜨면 해야 하는 게 연기가 됐다. 직업이 됐다. 습관처럼 하고, 습관처럼 살고 있지만 만족한다.

10. 연애는 왜 안 하나?
서예지: 영화 세 편을 잇달아 찍었다. 연애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연애보다 지금은 쉬고 싶다. 쉴 때 태국에 가고 싶다. 태국에 가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거기 귤이 맛있다. 달다.

10. ‘암전’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의 영화인가?
서예지: 배우가 작품을 하고 나서 후회하는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는데, 내게 ‘암전’은 흥행 여부를 떠나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베스트다. 30년 살면서 그렇게 크게 소리를 질러보고, 굴러본 건 처음이다. 정말 많은 걸 해봤다. 그래서 왠지 더 애틋하다.

10. 다음 작품 계획은?
서예지: 당분간은 쉴 계획인데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쉬는 날도 반납할 생각은 있다. ‘암전’에 이어 ‘양자물리학’이 개봉하고, 내년엔 ‘내일의 기억’으로 관객을 만날 계획이다. ‘내일의 기억’도 ‘암전’과 비슷하다. 내가 많이 나온다. (웃음)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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