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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로 튄 반일 불똥… 국부펀드, 전범기업 투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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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공사, 日 46개사 5321억 투자… 국민연금도 75개사 1조 이상

국회선 “국민정서에 반하는 투자 막아야”… “투자사 재량 맡겨야” 반대도

한국일보

한국투자공사 일본전범기업 주식투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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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조되는 사회 전반의 ‘반일’ 분위기가 연기금 및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코드(사회적 책임투자 원칙)’로까지 번지고 있다. 일부 연기금에서 일본의 ‘전쟁범죄 전력 기업(전범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선 스튜어드십코드를 활용해 아예 이런 투자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도입할 태세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최종 판단은 투자자 재량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라는 반론이 적지 않다.

◇“전범기업 투자, 법률로 제한해야”

13일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한국투자공사( KIC)가 일본 전범기업 주식에 투자한 금액이 5,32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3,799억원이었던 KIC의 전범기업 투자액은 2017년 6,522억원까지 급증했다가 지난해 4,609억으로 줄었지만 올해 다시 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전범기업은,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조선인을 강제 동원했던 사실을 확인한 299개 기업이다. KIC는 이 중 46개 기업에 투자 중이다. 유 의원은 “일본의 경제 도발 상황에서 ‘국부펀드(정부 외환보유액으로 출자한 투자 펀드)’인 KIC가 5,000억원 이상을 전범기업에 투자하는 건 사회적 책임투자 원칙에 어긋나고, 국민 정서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KIC 외에 대표적인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 전범기업 75곳에 약 1조2,3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에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유승희 의원은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시급히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IC는 지난해 12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지만, 전범기업 투자까지 막을 근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현행 스튜어드십코드로도 견제 가능”

하지만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에 학계와 기업지배구조 업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전범기업 투자에 제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측면에선 정치권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명시적인 규칙이나 법률로 막는 건 다른 얘기라는 것이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적 책임투자 차원에서 전범기업에 투자를 안 할 수는 있지만,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건 보기 드물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스튜어드십코드로도 충분히 전범기업 투자를 억제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스튜어드십코드는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에 문제가 있어 기업 가치를 훼손할 경우 적극적으로 주주의 역할을 하라는 지침이다. 일본 전범기업이라면 이런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기업지배구조 업계 관계자는 “KIC가 투자 중인 전범기업 중 미쓰비시중공업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유엔이 만들어 국제적으로 준용되는 ‘책임투자원칙(PRI)’의 인권 침해 연루 기업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은 “최근 일본제품 불매 운동 등으로 일본 전범기업의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면, 스튜어드십코드를 바탕으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줄일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연기금의 자체적인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고 있으며, 이 기준에 따라 일본 전범기업을 투자 목록에서 배제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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