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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번호 2626번' 김학의,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결백'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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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공판] 흰수염 덥수룩한 채로 3개월 만에 모습 드러내... "10여년 전 일, 물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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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 마친 김학의 ▲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지난 5월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은 후 대기장소로 가기 위해 법원을 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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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김, 학, 의입니다. 1956년생..."

3개월 만에 처음으로 '피고인 김학의'가 모습을 드러냈다. 흰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그는 황토색 수의 왼쪽 상단에 수인번호 2626번을 달고 있었다. 정장 차림에 깔끔하게 이발을 하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검은색 손목시계를 김 전 차관은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고 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의 질문에 답했다.

이날 법원은 그의 뇌물사건 1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그가 2006년~2007년 윤씨의 강원도 원주별장과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 등에서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고, 약 3100여만 원의 현금과 그림, 명품 의류 등을 받았다며 기소했다. 김 전 차관과 성관계를 맺은 여성이 윤중천씨로부터 가게 보증금 1억 원을 변제받은 것도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김 전 차관은 2003~2011년 또 다른 사업가 최아무개씨로부터 신용카드와 차명 휴대전화 대납 등 모두 395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최근 두 사람 사이에 뇌물 1200만 원이 더 오간 사실을 확인,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김 전 차관 쪽은 '이미 6년 전 무혐의로 끝난 사안'이란 종전 주장을 반복했다. 변호인은 "두 차례에 걸쳐 무혐의처분이 나고 법원에서 재정신청을 모두 기각했는데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다시 조사받고, 수사 권고에 따라 기소되게 이르렀다"며 "피고인은 6년간 파렴치한이라는 비난과 조롱을 감수하며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침묵을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의 객관적 물증이 부족하고, 재판부에 제출된 자료들의 증거능력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학의, 여전히 결백 호소 "6년간 비난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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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 피해자 증언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적 범죄, 조작 은폐 자행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이 지난 5월 2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김학의 사건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 2명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증언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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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들은 검찰이 '기소를 위한 기소'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에선 현직 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수사단을 꾸린 후 어떤 혐의로든 처벌하기 위해 기존에 문제 삼은 강간과 별개로 신상털이 수준의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 뇌물죄로 기소하기에 이르렀다"며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범행 일시와 장소가 특정 안 되고 공소사실을 구성하려고 작의적으로 기소했다"고 말했다.

또 윤중천씨와 최아무개씨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친분 관계에서 금품 등을 제공한 것이라며 뇌물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펼쳤다. 김학의 전 차관은 변호인들이 공소사실 의견 진술을 하는 내내 입술을 꾹 다문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중간중간 눈을 뜨더라도 시선은 아래로 떨궜다.

김 전 차관 쪽은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으로 알려진 자료가 불법증거라고도 했다. 변호인은 "통신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은 증거로 쓸 수 없다, 마찬가지로 영상이나 사진도 촬영대상자의 동의를 얻지 않았으면 사용할 수 없는 불법증거가 아니냐"고 말했다. 정계선 부장판사는 나중에 위법수집증거 여부를 따지더라도, 우선 해당 동영상을 CD로 만들었다고 알려진 윤중천씨 조카 윤아무개씨에게 그 사실을 물어볼 수밖에 없고, 추가로 영상 감정인을 증인신문하겠다고 정리했다.

재판부는 8월 27일 이 사건 첫 증인으로 핵심인물 윤중천씨를 부를 예정이다. 또 9월 3일에는 윤씨 조카와 영상 감정인을, 9월 10일에는 최아무개씨를 증인 신문한다. 오전 11시 6분 "이상으로 마치겠다"는 말을 남긴 뒤 재판부가 퇴정하자 김 전 차관은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고친 뒤 또다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판사들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박소희 기자(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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