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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취재파일] 더울수록 심해지는 실내 공기오염…낮 동안 빈집에도 에어컨 켜놔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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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낮 기온은 35℃ 안팎까지 올라가고 서울, 경기와 충북, 영남 내륙 등에는 또다시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단지 밖에만 뜨거운 것이 아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집안도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건물에서 뿜어내는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밤에는 바깥보다 오히려 실내가 더 뜨거운 경우도 종종 있다. 열대야에 건물에서 내뿜는 열기에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뜨겁게 달궈진 건물과 벽, 각종 내장재와 가구 등은 단순히 뜨거운 열기만 뿜어내고 있을까? 혹시 폭염으로 기온이 올라가고 건물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건물이나 벽, 가구, 내장재에 들어 있던 각종 오염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것은 아닐까? 폭염으로 기온이 올라갈수록 실내 오염물질 농도도 높아지는 것은 아닐까?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연구팀 조사결과 실내온도가 올라갈수록 실내 공기에서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농도가 크게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Huangfu et al., 2019). 포름알데히드와 벤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연구팀은 미국의 가옥을 대표하는 다양한 형태의 집에서 실내 공기오염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 대상 집은 워싱턴주 시골지역인 풀만(Pullman)에 있는 집들로 풀만은 산불이 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오염물질 농도가 낮은 지역이다.

측정결과 우선 사람이 거주하고 있지 않은 집의 실내 공기 오염물질의 농도가 하루를 주기로 시간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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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메탄올, 벤젠 같은 오염물질의 농도가 오후에 최대로 높아졌다가 아침에 최저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실내온도와 실외온도가 최고로 올라간 뒤 약 2시간 정도 뒤에 실내 공기 오염물질의 농도가 가장 높게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기와 실내 공기 오염물질 농도 사이에는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반비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실내 공기 오염물질의 농도는 집을 지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새 집인지 아니면 오래된 집인지, 그리고 집에서 몇 명이나 거주하는지, 건축 자재에 문제가 되는 것은 없는지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한 예로 1972년에 지었고 어른 2명과 어린이 1명이 살고 있고, 중앙에서 조절하는 공조 시스템이 없는 집의 실내 포름알데히드 농도 변화를 보면 거주자가 없는 경우와 비슷하게 하루를 주기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가운데 실내온도가 높아질수록 포름알데히드 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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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실내 포름알데히드 농도는 실외 포름알데히드 농도보다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지은 지 40년이 훨씬 넘었지만 실내 포름알데히드 농도가 지은 지 10년이 채 안 된 집과 별 차이가 없는 것도 큰 특징이다. 실내 공기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지은 지 오래된 집이라고 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중앙에서 조절하는 공조 시스템이 없는 탓인지 실외온도가 올라가면 실내온도 또한 실외온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연구팀은 여름철에 실내온도가 1℃ 상승할 때마다 포름알데히드 농도는 3.0ppb에서 4.5ppb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일부 석고보드를 사용한 집의 경우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뿐 아니라 수은까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주장하고 있다.

흔히 공기오염이라고 하면 외부 공기오염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미세먼지와 오존,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체나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 모두 외부 공기오염에 대한 규제다. 하지만 실내 공기의 오염은 외부에서 실내로 들어오는 오염물질과 함께 실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까지 더해져 오염이 더욱더 심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많은 사람들이 실외 공기오염을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공기청정기 같은 특별한 시설이 없을 경우 실외보다 오염이 더 심한 실내에서 하루 중 대부분을 생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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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자재나 마감재, 가구, 요리 같은 실내에서의 활동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실내온도가 올라갈수록 실내 공기오염은 심해진다. 난방을 많이 하는 겨울철도 문제지만 기온이 높은 여름철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에너지 효율 등을 이유로 건물이 점점 밀폐된 형태로 바뀌면서 하나하나의 작은 공간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최근 건물 구조에서는 실내 공기오염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국내 연구 결과가 아닌 만큼 곧바로 국내 상황으로 생각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실내 공간에 대해서도 온도가 크게 올라갈 경우 오염물질이 얼마나 나오는지 또 어떤 종류의 오염물질이 나오는지, 사용하는 건축 자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없는지, 실내 오염물질 농도가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 수준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서 앞으로 폭염이 점점 더 잦아지고 또 극단적인 폭염까지 나타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내온도 상승에 따른 실내 공기오염 문제가 앞으로 점점 더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환기만 하면 문제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하더라도 적어도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는 낮 동안 집을 비우는 시간에도 실내온도가 높게 올라가지 않도록 에어컨을 켜놔야 하는 것인지, 혹시 에어컨을 지속적으로 켜 놓을 경우 전기 낭비나 안전 등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하나 더 늘었다.

<참고문헌>

* Yibo Huangfu, Nathan M. Lima, Patrick T. O'Keeffe, William M. Kirk, Brian K. Lamb, Shelley N. Pressley, Beiyu Lin, Diane J. Cook, Von P. Walden, Bertram T. Jobson, Diel variation of formaldehyde levels and other VOCs in homes driven by temperature dependent infiltration and emission rates, Building and Environment, 2019; 159: 106153 DOI: 10.1016/j.buildenv.2019.0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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