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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일 경제전쟁] 韓도 백색국가서 日 제외, 맞대응 의지…내달초까지 곳곳 지뢰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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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광복절~28일 日 수출관리령 시행 등 예정…당분간 칼끝대치 불가피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정부가 일본을 수출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한 것은 일본의 경제도발에 물러서지 않고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면서도, 당초 예정보다 발표시기를 연기하고 수위를 조절함으로써 신중한 접근 가능성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언제, 어디서건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힘으로써 일본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이달말까지는 15일 광복절에 이어,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시한, 28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시행 등 한일 간 긴장을 고조시킬 주요 이벤트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어 양국의 '벼랑끝 대치'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헤럴드경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전략물자 수출지역에 '가의2' 지역이 신설되며 일본이 여기에 포함되도록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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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2일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한 것은 당초 예정(8일)보다 4일 늦춰 발표한 것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 8일 홍남기 부총리 주재 경제장관회의와 이낙연 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발표할 방침이었으나, 보다 정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연기했다. 앞서 7일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34일만에 처음으로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1건 허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 정부도 일본에 대한 수출우대국 제외를 연기함으로써 속도조절 가능성을 보였던 셈이다.

특히 이번 일본에 대한 수출우대 배제는 당초 정부가 검토했던 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당초 정부는 지금까지 수출 심사기간이 5일인 '가'와 15일인 '나' 지역으로 나뉘었던 전략물자 수출지역 구분에 심사기간 90일을 적용하는 '다' 지역을 추가하고, 일본을 여기에 포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12일 발표한 개정안에는 '가' 지역을 '가의1' 지역과 '가의2' 지역으로 나누고, 일본을 '가의2' 지역에 포함하기로 했다. '가의2'지역에 대한 수출통제 수준은 '나' 지역 수준에 맞춰져, 수출 허가 신청서류가 1종에서 3종에서 늘어나지만, 심사기간은 5일에서 15일로 늘어나게 된다. 수출심사 기간을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었던 '다' 지역 신설 방안보다 수출통제 수위가 크게 낮은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맞대응 속도와 수위를 조절하며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발표문을 통해 "이러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통상적인 고시개정 절차에 따라 20일간의 의견수렴,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9월중 시행될 예정"이라며 "의견수렴 기간 중에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이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혔다.

이로써 공은 다시 일본으로 넘어간 셈이 됐지만, 당분간 일본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장 15일은 광복절(일본으로선 패전일)로, 한일 간 과거사와 최근의 경제전쟁에 대한 날선 공방이 펼쳐질 가능성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강제징용 등 한일 과거사를 직시하면서 일본의 경제도발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일본도 한일(청구권)기본협정과 위안부 관련 합의 등을 내세우며 과거사 문제가 정리됐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할 가능성이 많다.

이어 24일은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한이다. 여당 일부에서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우호·우방국 지위를 박탈한 상태에서 지소미아를 지속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신중히 검토한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일본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예전처럼 협정 만기일인 24일 즉각적인 연장을 발표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28일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수출무역관리령이 시행되는 날이며, 다음달 3일은 한국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가 시행되는 날이다. 양국의 상호 백색국가 제외는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로, 이들 시행령이 시행될 때까지 양국의 '칼끝대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시행령을 적용하는 데 속도와 수위를 조절하면서 대화를 통한 '출구'를 모색할지 주목된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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