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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50년간 무상 베트남 부지 확보… 문화 넘어 산업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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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은 “베트남 꾸이년시와 23년째 이어온 문화ㆍ교육 교류를 이젠 경제 교류 활성화로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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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국민 영웅’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보다 먼저 베트남 주석이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등급 ‘우호훈장’을 받은 이가 있다. 성장현(64) 서울 용산구청장이다. 용산구가 베트남 빈딩성의 성도(省都) 꾸이년시와 23년째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덕분이다.

성 구청장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꾸이년시와는 악연으로 만났지만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고 있다”며 “9월에는 빈딩성이 50년간 무상으로 제공한 부지에 국내 기업이 건립하는 태양광발전소 기공식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빈딩성에 투자하려는 한국 기업은 용산구를 거쳐야 한다”고 너스레를 놨다.

1998년 당시 최연소로 용산구청장이 된 그는 2010년 다시 돌아와 내리 3선을 하면서 용산구 최초의 4선 구청장이 됐다. 한국일보와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실시한 ‘2019년도 전국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는 전국 69개 자치구 단체장에 대한 주민평가에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용산구 재산을 가장 많이 불린 구청장”으로 자평하는 그는 현재 전국 226개 지방정부의 대표인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을 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트남 꾸이년시와 23년째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용산구에서 창설된 맹호부대가 주둔하던 곳이다. 파병됐던 모든 군인 중 가장 훌륭하고, 용감했던 부대다. 반대로 그쪽에선 말로 다할 수 없는 얘기가 있을 거다. 1996년 용산구의원으로, 1999년 용산구청장으로 꾸이년시를 방문했을 당시 이런 역사는 우리가 풀어버리면 좋겠다, 후손들에게까지 남겨주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꾸이년시와 자매도시를 맺게 된 이유다.”

-그 동안 어떤 결실 맺었나.

“해마다 두 채씩 집을 지어 안전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 채는 꾸이년시민 중 무주택 빈곤층에, 한 채는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라이따이한’에게 돌아간다. 2013년 시작해 벌써 20채를 기증했다. 자외선이 강한 꾸이년시에서는 가장 무서워하는 병이 백내장이지만 현지에 수술할 인력도 시설도 없다. 그래서 순천향대서울병원, 아모레퍼시픽 등 후원을 받아 현지에 백내장치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국내 안과 계통 권위자인 이성진 순천향대 박사팀이 1년에 두 번씩 현지에 가 직접 수술을 집도하고 현지 의료진도 양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4,000여명이 눈을 뜨게 해줬다.”

-교류프로그램도 활발한 것 같다.

“꾸이년시의 우수 학생 1명을 매년 초청해 숙명여대에서 공부하게 하고 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7명의 학생이 한국에 유학을 왔다. 졸업 후 양국의 우호 교류를 위한 버팀목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등에 취업하는 등 당당히 자기들 몫을 해나가고 있다.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우리가 세종어학당과 손잡고 꾸이년시에 한국어학당도 열었다. 베트남에 처음 갔을 때 북한 김일성대를 졸업한 사람이 통역을 하는 걸 본 후 남한말로 통역을 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다. 한국어학당에는 한 학기에 300명씩 공부를 하고 있다. 꾸이년대에 한국어학과 설치도 준비 중이다. 꾸이년시 모든 중ㆍ고교에 제2외국어로 한국어가 채택되는 게 바람이다. 상시 교류를 위해 아예 공무원을 서로 파견해 행정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양 도시를 상징하는 테마거리도 만들어졌다. 꾸이년시에는 용산거리가, 용산에는 꾸이년거리가 있다. 특히 용산거리는 베트남에선 처음으로 외국도시가 도로명으로 공식 지정된 사례다.”

-전국 최초로 경기 양주시에 구립치매안심마을을 건립하려다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중증 치매가 아니라 이제 막 치매에 걸린 분들의 병 진행을 늦출 수 있게 프로그램을 통해 케어하는 곳이다. 전문요양보호사와 함께 텃밭을 가꾸고, 반려견을 키우고, 문화생활도 즐기는 등 자유롭게 일상을 누리면서 치료를 병행하는 마을이다. 특히 가족실을 별도로 신설해 매월 1회 이상 보호자와 치매 환자가 함께 하도록 의무화하는데 이들이 밖에 나가 먹고 자면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거다. 추후 이 시설을 벤치마킹하거나 요양보호사ㆍ사회복지사 실습 등으로 방문객 증가가 예상되고, 관리 인력 100여명도 양주시민으로 우선 채용해 오히려 양주에 도움이 되는 시설이다. 이런 내용으로 설득해 현지 주민들도 반대 플래카드를 스스로 철거했다.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다.”

-용산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을 완료하면서 기존 터에 용산공원이 조성되는데.

“최근 국토교통부 소속이었던 용산공원조성 추진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둔다는 결정이 났는데 환영한다. 이제야 방향이 잡혔다. 우리 땅이면서 들어가볼 수 없었던 금단의 땅이 120년 만에 국민들 품으로 돌아온다. 용산국가공원이 아닌 남북분단이라는 민족의 아픈 역사가 담긴, 거국적인 ‘통일공원’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앞서 부대 내 환경오염에 대해 조사하고 복원해야 한다.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건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또 그 안에 남겨진 근현대사 유물 130여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 동의도 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미군들이 살았던 좋은 주택이 많은데 그런 마을은 남겼으면 한다. 주둔했던 미군들이 나중에 한국으로 여행을 왔을 때 추억을 되새기며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만들면 어떤가.”

-옛 철도병원에 용산박물관 건립 사업이 진행 중인데.

“코레일이 기증한 옛 철도병원을 리모델링해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용산 역사박물관을 만들려고 한다. 용산에는 국립중앙박물관부터 전쟁기념관, 국립한글박물관 등과 미등록 박물관까지 다 합쳐 20개의 박물관이 있다. 용산처럼 박물관 많은 데가 없다. 역사문화박물관특구(가칭) 지정을 추진 중이다.”

진행=한창만 지역사회부장

정리=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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