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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밀착카메라] '양산' 무료대여…돌아오지 않는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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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너무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시민들에게 양산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빌려간 양산들이 잘 돌아오지를 않습니다. 두 달 만에 75%의 양산이 사라진 곳도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역 인근에 있는 고가 정원인 서울로입니다.

위에 올라오면 이렇게 양산 거치대가 마련이 되어 있는데요.

오늘(12일)처럼 무더운 날 시민들이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이렇게 무료로 양산을 대여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여기 적혀있다시피 서울로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대여 서비스는 지난 5월 말부터 시행됐습니다.

연이은 폭염에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반가워합니다.

[최정현/서울 수유동 : 오픈 공간이다 보니까 햇빛이 세서. 자주 왔다 갔다 하는데 이렇게 더울 때는 양산 대여해주는 게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이곳 서울로에는 총 네 군데에 양산 거치대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를 보시면 텅 비어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요.

원래대로라면 총 18개의 양산이 이곳에 걸려있어야 됩니다.

하지만 같은 시간, 양산을 쓰고 서울로를 걷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모두 분실된 것입니다.

[서울로 보안관 : 쓰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떤 분들은 하나씩 주는 거냐고 가지고 가는 사람도 있고. 일부러 가지고 가요. 별사람이 다 있어요.]

실제로 취재진이 지켜본 결과, 가져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짝을 지어 양산을 쓴 시민들.

서울로를 빠져나가 골목길을 한참 걸어갑니다.

목적지는 1km 떨어진 곳에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이들에게 양산에 대해 묻자, 주민이어서 잠깐 사용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지고 갈 거예요. 우리가 서울로 다시 넘어갈 때 갖다 놓을 거예요.]

인근 시장에서도 양산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로 바로 앞에 있는 남대문 시장입니다.

그런데 보시면 또다른 시민이 양산을 들고 가게에서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서울로에서만 가능하다고 그래서) 아 그래요? (모르셨어요?) 네네. 갖다 놓고 와야겠다. 저희가 몰라가지고.]

사용한 양산을 아무 데나 걸어놓고 가는가하면, 밖으로 나가려다 보안관한테 제지당하기도 합니다.

[아저씨 우산 가져가면 안 돼요.]

[서울로 보안관 : 보면 남산 올라가는 거 보이는데. 보이는데, 가는데, 보여도 못 잡지 뭐.]

이렇게 두달 반 만에 올해 준비해놓은 양산 400개 중 300개가 사라졌습니다.

[서울로 관계자 : 소유하고 싶은 거죠 공짜니까. 할 말이 없죠. 제가 거기다 대고 그분하고 싸울 처지는 아니잖아요. 서울시 자산입니다 얘기를 하면 들은 척도 안 해요.]

서울시는 내년을 대비해서 부족한 양산을 새로 구입할 계획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 시민성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기 때문에. 위치추적 시스템을 달아야 되는 게 아닌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생길 것 같아서.]

언젠가는 돌려줄 양심을 믿는다면서, 자비로 양산을 구입해 빌려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 설치한 거치대에 아침마다 새 양산을 꽂아놓습니다.

[이효열/설치미술작가 : 작년에 폭염 있으면서 일사병으로 많이 쓰러지고 그랬잖아요. 그때 좀 뭔가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지난해 회수율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이효열/설치미술작가 :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누군가) 다시 돌려놓아 달라고 적어놓으셨더라고요. 여기에 제가 적어놓지 않았으니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으셨나 봐요.]

일부 지자체에서는 버려지거나 헌 우산을 수리해서 비오는 날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습니다.

회수율이 낮은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안 될 것이라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공유 경제 서비스는 곳곳에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민의식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인턴기자 : 곽윤아)

이선화,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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