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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日극우·혐한 뒤에선 反한국인…“한국은 전과 50범 흔하다”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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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혐한단체의 막말이나 터무니없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되고 있지만 평범한 일본 시민들은 이들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도쿄 신바시나 긴자 등 직장인이 몰리는 경제·상업 중심지역에는 승합차에 거대한 ‘욱일승천기’와 확성기를 내걸고 극우성향 발언을 하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지만 가던 길을 멈추고 이들의 주장을 듣는 이들도, 심지어 경찰도 아무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그만큼 주목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간혹 일본 방송 신문에서 한국인(한국 국적)이 이들 우익이나 혐한 단체의 말에 근거를 제시하면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다. 공공성을 띤 언론에서 일본이 아닌 한국 사람이 나와 공식적으로 말하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들은 일본에서도 일정 사회적 지위가 있어 주장에 신뢰성을 더한다. 일본에서 다년간 체류한 이들은 일본인들의 정서나 문화 등을 잘 이해해 소위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매우 극적이고 자극적인 형태로 말한다. 반면 주장의 근거를 보면 허술해서 어이가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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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항의하는 시민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전과 50범 흔하다”

10일 일본 뉴스포스트7에 “한국에 전과 50범이 흔하게 있는 이유”라는 기사가 게재돼 한국에게 안 좋은 방향으로 화제가 됐다. 극우 성향인 이 매체 보도는 12일 현재 총 2362회 공유되고 2ch 등 우익성향 커뮤니티로 확산해 마치 ‘한국=범죄국가’ 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반한 감정이 절정에 달했다.

이 매체 보도를 보면 ‘한국에는 전과 50범이 흔하다’는 엉터리 주장을 뒷받침할 통계 등의 자료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매체는 이른바 ‘한국·한국인 전문가’의 말을 근거 삼아 "한국은 범죄자가 만더라" 식의 보도를 냈다.

매체는 오선화(일본이름 고젠카) 다쿠쇼쿠대 국제개발학부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오씨는 한국이 징용공 판결과 위안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건 “‘자국민(한국인)은 절대 선이고 일본은 절대 악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은 “조선시대 ‘정리(情理·인정과 도리)’를 추구하는 정신이 강했는데 이러한 전통이 현대 사회에서는 법보다 정이 우선되는 상황”이라며 “한국에서는 술 취해 범행을 저질러도 ‘정리’에 따라 반드시 감형되고, 단순 폭력은 벌금 또는 약식 기소돼 재판에 가지 않는 게 사법계의 관례다. 그래서 한국은 전과 40~50범이 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좀도둑질을 반복했더라도 전과기록이 50범을 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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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화(일본이름 고젠카) 다쿠쇼쿠대 국제개발학부 교수. 오씨는 일본에 귀화한 뒤 한국을 비하하고 맹목적으로 일본을 미화해 입국 거부된 인물이다. 사진=일본 TV 방송화면 캡처


◆“한국서 태어난 한국인들 말”

한국에서 보기에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일본에서는 “지식인으로 인정받는 한국인 교수가 한 말”이라며 “단순 혐한파의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한국을 비하하는 기사 등이 나오면 극우 혐한·성향의 이들로부터 온갖 비난과 비하 등이 나와 딱히 특별할 건 없지만 문제는 일반 시민들조차 여기에 동조하며 “정말 그런가” 등의 반응을 내는 데 있다.

실제 관련 기사 댓글에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이 말하는 것”이라며 “오죽했으면 그랬겠나”라는 댓글이 있었다. 또 다른 댓글에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모습”이라는 실망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오씨는 일본에 귀화한 뒤 한국을 비하하고 맹목적으로 일본을 미화해 입국 거부된 인물이다.

그는 앞서 화장품과 다이어트 식품 등을 판매하는 일본 DHC사의 인터넷방송 프로그램에서 “한국에 사과하면 영원히 사과하게 된다”며 “일본은 사과하면 끝나는 데 한국은 없었던 것이 안 된다. 이것이 한국인의 성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방송은 징용공부터 방탄소년단(BTS)의 욱일기 티셔츠 문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성매매한 매춘으로 묘사하는 등 도 넘은 내용을 특집 방영했다. 방송 후 관련 게시판이나 SNS에는 앞서 우려한 바와 같이 한국을 향한 안 좋은 글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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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DHC는 징용공부터 방탄소년단 욱일기 티셔츠 문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성매매한 매춘으로 묘사하는 등 도 넘은 혐한 내용을 특집 방영했다. 사진=DHC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한국 때리기, 日극우·혐한 뒤에선 反한국인

이보다 훨씬 앞선 2013년에는 한국을 조롱하는 혐한 서적들이 발간돼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들며 서평에 수천명이 동조 의견을 표시하는 등 일본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혐한 서적은 지금도 발간된다.

그런가 하면 2016년에는 “한국인은 숨 쉬는 것처럼 거짓말한다고 말해도 잘못된 것은 아니며, 한국인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나와 일본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매체는 한국에서 “거짓말은 과거부터 만연했고 최근에는 이러한 참상과 불황의 영향으로 사기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통계를 근거로 했는데 이 기사를 작성한 이도 한국인이다.

논픽션 작가인 최석영이라는 인물은 일본 극우 매체 등에 기사를 제공하고 한국과 관련한 책을 출간하는데 그의 이러한 주장은 얼추 한국의 문제를 정확히 지적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각국의 사법 문화가 너무 다르고 통계 내는 방식도 달라서 유엔의 국제 범죄 통계 조차에서도 살인을 제외하면 나머지 범죄 수치는 나라끼리 수평 비교하는 게 사실상 의미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 수치만 놓고 보면 일본보다 한국에서 사기 사건이 많은 건 맞는 얘기지만 한국이 ‘숨 쉬듯 거짓말하는 세계 제일의 사기 대국’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인인 이들이 그럴싸한 주장까지 펼치며 한국 때리기에 열중인 건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혐한성 기사나 방송 이 나오면 적지 않은 반응이 나와 이를 돈벌이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한국 비난하는 기사가 나오면 ‘판매가 증가하고 특히 혐한 서적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10만권 이상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고 전해진다.

혐한 정서를 이용한 비즈니스도 문제지만 이를 본 평범한 일본 시민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는 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치적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를 틈타 여기서 개인적 이윤을 추구하거나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일부의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기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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