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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민간 분양가상한제로 노무현 정부 부동산 대책 모두 되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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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2일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노무현 정부때 쏟아진 부동산 대책 모두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현됐다.

금융과 세제 등 전방위에 걸쳐 유주택자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에서 시작해 민간 분양가상한제까지 내놓으면서 노무현 정부 때와 똑같은 정책 노선을 걷게 됐다. 당시 대책들은 모두 부동산 폭등으로 이어졌는데, 이번 추가 규제들은 어떤 결말로 이어질 지 우려와 관심이 엇갈리고 있다.

조선일보

지난해 11월 서울 개포주공 4단지 아파트 철거 현장의 모습. 재건축을 통해 '개포그랑자이'로 새롭게 탄생하는 이 아파트는 일반 분양을 앞두고 있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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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

우선 상한제를 피하려고 후분양으로 돌아서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의 과열을 잡기 위해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점이 눈에 띈다. 기존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됐는데, 사실상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 상한제를 소급적용하는 셈이 된다.

전매제한도 현재 3~4년에서 5~10년으로 크게 강화된다.

또 기존에는 분양가상한제 지정 필수요건이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였는데, 이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바뀌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그동안 업계에서 예상했던 수준보다 강력하다고 평가된다. 지정요건 변경은 예상됐지만, 재건축·재개발사업까지 분양가상한제로 묶어둘 정도로 강력한 대책이 나올지를 두고는 반신반의했던 부분이 있었다.

이로써 서울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8·2 대책, 9·13 대책은 잠시 부동산 수요를 묶어두는 효과는 있었지만, 결국 시장의 에너지를 견디지 못했고 집값은 급등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017년 8월 1.05% 오른 뒤 다음 달 상승폭이 줄었지만, 11월부터 0.6%대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대책 약발이 길게 가지 않았다.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도 마찬가지. 10월 상승률이 1.84%로 전달의 반 토막 수준이 났고, 심지어 올해 1월부터 하락 전환됐지만, 결국 이달 0.37% 상승했다. ‘백약이 무효’였던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똑같이 밟은 셈이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똑같은 결과를 불러올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분양가상한제가 시장에 먹혀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은 일반분양 수입감소에 따른 사업 수익 하락을 의미해 서울과 과천 등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과 재개발 투자 수요가 줄고 가격 약세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수요자들의 관심이 단기적으로 신축 아파트나 일반 아파트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지만, 거래가 많이 증가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기존 아파트를 굳이 사지 않고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수요가 늘 수 있어서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공급부족 신호로 강하게 받아들인다면 예상치 못한 집값 급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소비자 심리는 오히려 노무현 정부 때보다 훨씬 단단해졌다. 웬만한 규제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때 규제로 집값이 폭등한 경험을 한 주택 수요자들은 규제로 집값을 잡는 건 불가능하며, 오히려 정부 정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이 뛸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재개발·재건축 등 신축 공급을 막아 결국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생겨 집값이 크게 뛸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서성권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당장 일반분양을 앞둔 강남구 개포주공1·4단지 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강동구 둔촌주공 등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단지일 텐데, 이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나타날지에 따라 시장 분위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재건축·재개발은 물론 일반 주택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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