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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트래블] 100마일 오솔길따라 발칸을 누비다 `로큰롤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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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창한 오후, 에디터는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보스니아 시골의 네레트바 강가를 달리고 있었다. 목이 마른 터라, 근처의 네레트반스키 구사르라는 바에 들렀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스바보라는 별명의 주인 니콜라 베반다가 "시원한 맥주밖에 없다"며 사과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자전거를 내려놓았다. 몇 분 후, 야외 피크닉 테이블 위에 차가운 맥주 캔들이 있었다. 즉흥적인 파티가 시작된 것. 그는 외쳤다. "모든 것은 로큰롤(rock and roll)이다. 그게 내 인생의 좌우명이야"라고. 당시에는 '로큰롤'이 자전거 탈 때 우리의 좌우명이 될 것이라고 꿈도 꾸지 못했다. 그 파티가 삼 일 동안 두 개의 바퀴로 보스니아를 도는 여행의 시작이 된다. 우리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까지 자전거 도로인 시로 트레일을 따라가는 중이었다. '100마일의 오솔길'. 이 길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결국 그곳으로 가리라는 것을 느꼈다. 1990년대 초 발칸 분쟁 이후 버려진 오래된 마을들, 어떻게 이곳들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 두 바퀴로 가는 보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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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인 시로 트레일의 일부인 포포바 폴제를 통과하고 있다.
ⓒ 2019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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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지 않은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보스니아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에디터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번 여행에 대해 말했을 때, 몇몇 친구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동행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 기자 킴 바커, 가이드북 에디터 캐럴라인 트레플러, 그리고 두브로브니크 레스토랑 아즈르의 주인이자 요리사 베드란과 다코 페로제비치 형제가 그들이다. 바커와 트레플러는 적절한 장비를 갖춰 도착했다. 한 가지 도움이 된 점은 바커와 트레플러, 그리고 내가 두브로브니크에 본사를 둔 여행사인 에픽 크로아티아에서 자전거를 빌렸다는 것이다. 에픽 크로아티아는 산악자전거 대여 및 모스타르로 환승권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여행사다. 그래서 우리는 한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고 스바보가 준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고 난 후 차례로 차가운 네레트바강으로 걸어 들어갔다. 별로 효율적이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트레일은 질주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우리는 술집 사장이 영감을 줬을 때 이미 자전거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술집 벽 한쪽에는 지미 헨드릭스에서 메릴린 먼로, 성모 마리아, 그리고 콧수염이 멋진 크로아티아 가수 미소 코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다시 여행할 준비가 돼 있었다. 우리가 말을 타고 떠날 때 스바보는 외쳤다. "기억해! 모든 건 로큰롤이야."

시장을 둘러보려고 멈춰섰을 때 우리는 수르만치(Surmanci) 마을을 순항하고 있었다. 이 곳은 메주고르제(Medjugorje)로부터 약 4마일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1981년 여섯 명의 아이들이 성모 마리아에 대한 환영을 봤다고 주장한 이후로 마을은 주요 순례지가 됐다. 여성들은 우리에게 구슬 장식 팔찌, 처녀자리 이미지, 나무 십자가를 들고 호객 행위를 했다. "아가씨!" 그들은 여성 동료들에게 반복해 소리쳤다. 그날 밤 카플지나에 있는 편안하지만 소박한 모텔 젤릭에서 잠을 잔 후, 우리는 녹슨 철제 다리를 가로지르면서 이튿날을 시작했다. 길은 종종 산비탈을 따라 완만하게 굽어지면서 철로로서의 예전의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 까짓것, 오르막 험로를 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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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토미슬리시 인근 네레트바 강둑의 카페에서 마시는 와인
ⓒ 2019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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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마일쯤 달리고, 우리는 갈림길에 다다랐다. 표지판은 더 쉽게 포장된 경로와 오래된 철로를 따라 곧장 올라가는 오르막 자갈길, 두 갈래로 안내했다. 우리는 후자를 택했고 디나릭 알프스 산맥의 일부인 키 크고 짙은 녹색 피라미드 모양의 산들로 이뤄진 자연 보호구역인 후토보 블라토의 장엄한 광경을 누릴 수 있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경치를 만끽하기 위해 자주 멈췄다. 어느 순간, 우리는 20피트 높이의 하얀 석회암 벽을 마주쳤다. 그 벽에는 보스니아어로 '피 묻은 흡혈귀 주의'라고 적혀 있었다. 일행 중 하나가 번역했고, 우리는 모두 껄껄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몇 마일 후에 우리는 그 조크가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모퉁이를 돌자 불길한 검은 통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400피트 터널의 중간쯤 지나서 높고, 삐걱거리는, 지저분한 소음의 불협화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 자전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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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의 터널들은 박쥐들의 서식지였다.
ⓒ 2019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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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플러는 손전등을 천장으로 향했고 우리는 그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수백 마리의 박쥐들이 우리 머리 바로 위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우리가 그들을 잠에서 깨워 화가 잔뜩 나 보였다. 그러던 중 내 타이어가 무심코 트레플러의 종아리에 닿았고, 그는 크게 패닉에 빠진 채 비명을 질렀다. 우리는 모두 웃음을 터트리며 분위기가 밝아졌다. 터널을 나와 우리 중 흡혈귀로 개종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한숨 돌렸다.

그날 밤, 국경을 넘기 전에 보스니아에서 마지막으로 고기를 구워 먹고 호텔 식당에서 현지 와인을 홀짝홀짝 마셨다. 박쥐들과의 모험이 끝나 행복했다. 다음날 우리는 현재 식당이 된 옛 기차역인 고스티니차 자발라(Gostinica Zavala)에서 커피를 마셨다. 내부에는 1901년 시로트레인(Ciro Train)이 처음으로 자발라 마을을 지나던 날의 사진이 있었다. 기차가 그랬던 것처럼, 철도도 사람들의 환호를 듬뿍 받았다. 우리는 보스니아에서 가장 큰 계곡 중 하나인 포포바 폴제(Popova Polje) 옆을 따라 뻗어 있는 길고 완만한 곡선을 따라갔다. 여기서 도로 표지판이 라틴어에서 키릴 문자로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1995년 보스니아 전쟁을 종식시킨 데이튼 협정에서, 타협의 결과인 레푸블리카 스르프스카(Republika Srpska)에 들어가고 있었다.

◆ 자전거로만 만날 수 있는 소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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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 마을은 방목하는 소떼와 버려진 19세기 건물들이 있고 많은 사람이 황폐한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10명 정도가 살고 있는 듯했다. 그 마을을 지나자마자 우리는 두개골과 십자형으로 휘두른 오솔길의 한쪽에 불길한 징조들과 키릴어로 적힌 "MINE"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었다. 그때 우리는 한 무리의 남자들을 우연히 만났는데, 방탄조끼를 입고 주위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리더인 넬븐 스토닉(Nerven Stonic)은 "우리는 이 지역이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지뢰를 제거하고 있다. 여러분과 같은 사람들이 더 잘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금속탐지기를 들고 다시 일터로 돌아갔고, 우리는 자전거를 들고 보스니아-크로아티아 국경까지 도달하기 전, 마지막 5마일이나 되는 거리를 페달을 밟았다. 버려져 있는 우스코프제 마을에서는 지금은 소떼가 살고 있는 기차역을 지나쳤다. 우리는 바퀴에 낀 샌드위치가 된 것만 같은 이상한 느낌을 경험하면서 국경에 다다랐다. 여권을 꺼내 재빨리 도장을 찍은 후 우리는 두브로브니크에 있는 그루즈 항구로 이어지는 가파르고 포장된 길을 따라 내려갔다. 우리는 시로 트레인이 처음 출발했던 이전의 기차역을 지나 바로 새로운 양조장인, 두브로브니크 비어 컴퍼니의 술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로큰롤이야"라고 말했다.

※ 뉴욕타임스 트래블 2019년 7월 12일자 데이비드 페리 ⓒ 2019 THE NEW YORK TIMES

[김아현 여행+ 인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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