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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초읽기…새아파트 강세 vs 재건축 약세 지속될까?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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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정부가 지난해 '9·13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놓은 지 11개월 만에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라는 추가 카드를 빼들었다.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도 정부가 적정 수준에서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재건축 아파트 등의 높은 분양가가 전체 부동산 시장 재과열을 이끌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당과 정부는 오는 12일 오전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당정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 큰 이견이 없는 한, 협의가 끝나는 대로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곧바로 입법 예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는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다.

2007년 본격적으로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된 토지비용(택지비), 정부가 정해놓은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 비용(개별 아파트에 따라 추가된 비용)을 더해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분양가를 못 박는 방식이다.

◆정부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카드 꺼내든다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는 모두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일일이 공공택지 아파트의 가산비를 포함한 분양가 적정성을 심사·승인하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 당시에는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으나, 주택공급 위축이나 아파트 품질 저하 등의 부작용 탓에 2014년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택지 적용 요건이 강화됐다.

그 결과 현행 주택법 시행령 제61조에 따르면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3개월간 해당 지역 주택가격 상승률이 해당 지역이 포함된 시·도 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어야 한다. 여기에 △최근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 △최근 3개월 주택매매량이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증가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 경쟁률이 5대 1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 주택 청약경쟁률이 10대 1 초과라는 3개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2014년 말 이후 지금까지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개정안은 민간택지에도 쉽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물가 상승률 대비 분양가 상승률의 배수(倍數)를 1∼1.5배 수준으로 낮추고 '과열' 지표로서 주택 거래량과 청약 경쟁률 기준을 크게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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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에는 전세 매물 관련 문구가 게시돼 있다. 뉴시스


이런 조건 완화를 통해 민간택지 아파트에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시세와 크게 관계없이 토지비, 기본형 건축비 등을 기반으로 분양가가 정해져 그 수준이 현재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발(發) 부동산 시장 동요가 이번 대책의 시발점인 만큼, 대책의 효과를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 정비사업 아파트에 대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분양가 지금보다 얼마나 낮아질까?

현행 시행령 61조 2항은 정비사업 아파트의 경우 진행 단계 가운데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하는 아파트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정비사업 아파트도 일반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부터 적용받도록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이미 정비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단지의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소급'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청약 과열, 과도한 시세 차익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입법 예고와 함께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전매제한 기간 연장이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경우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 미만이면 4년, 70% 이상이면 3년간 전매가 제한되는데 이 기간이 5∼7년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부가 이번 추가 대책의 초점을 서울 강남 등 재과열 지역에 맞추고 있기 때문에,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가능한 지역을 아예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역'으로 한정하는 내용이 시행령에 추가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매제한 기간 연장 규제 가능성은?

민간택지내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방안 발표를 앞두고 주말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상한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매수자들이 일제히 관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상한제와 무관한 기존 신축 아파트 단지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지난달부터 본격화된 상승세가 주말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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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 범위와 강도에 따라 주택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상한제 발표를 앞두고 숨죽인 분위기다.

지난달 초 상한제 도입이 공론화된 이후 한차례 내려간 호가가 더이상 떨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매수 대기자들이 "정부 발표를 지켜보고 움직이겠다"며 관망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상한제 발표를 앞두고 한산한 분위기였다. 전용면적 75㎡는 올해 최고 19억9000만원까지 팔렸으나 지난달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도입 계획을 발표한 뒤 매수 문의가 줄고, 상승세도 멈췄다.

그러나 고가 대비 4000만∼8000만원 가량 낮은 19억1000만∼19억5000만원 짜리 급매물은 최근까지도 거래가 이뤄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단지도 정부의 상한제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건립 가구수가 1만2032가구, 조합원 물량과 임대주택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이 4787가구에 달해 일반분양가에 상당히 민감한 상태다.

일반분양가가 얼마에 책정되느냐에 따라 조합의 수익과 추가부담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범위, 강도에 따라 주택시장 파장 엇갈릴 듯

대표적인 재개발 단지인 용산구 한남뉴타운, 동작구 흑석뉴타운 일대도 거래가 뚝 끊긴 채 매도자·매수자들이 정부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진 한남3구역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매수문의가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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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택시제도 개편방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 이인영 원내대표가 김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비해 새 아파트를 비롯한 일반아파트값은 강세가 이어졌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운데 준공 5년 이내 신축 매매가격은 0.09% 뛰었다.

작년 11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세가 지속하다가 지난달 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공론화한 이후 상승 전환해 4주째 오름세가 이어진 것이다.

지난주 15년 초과∼20년 이하가 0.01%, 20년 초과가 0.02% 오른 것과 비교해도 새 아파트의 상승폭은 두드러진다.

기존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상한제 시행으로 서울시내 주택공급이 위축되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조바심에 서둘러 집 장만에 나선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상한제 시행 이후 신축 등 기존 아파트값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성동구 옥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연합뉴스에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자 증가 등으로 매물이 감소한 상황에서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신축 아파트 공급도 줄어들면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 같다"며 "상한제가 발표되면 재건축 단지들은 약세를 보이겠지만 새 아파트 가격은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단지가 시세를 견인하는 형국이어서 분양가 상한제로 재건축 가격이 내려가면 새 아파트만 강세를 보이긴 어렵다"며 "기존 아파트값도 거래가 줄면서 일정 기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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