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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쿨'한 여행지] ① 냉기 가득한 밀양 얼음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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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더울 때는 역시 시원한 곳이 최고다. 소름 돋게 서늘한 동굴, 얼얼한 물맞이 폭포, 한여름에 더 시원한 골짜기 등 국내 대표적인 '쿨'(cool)한 여행지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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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얼음골 계곡 [사진/조보희 기자]



◇ 발 디딜 때마다 가까워지는 겨울왕국

경남 밀양 얼음골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한기(寒氣)가 엄습했다. 겉보기에 별로 특별한 것도 없는 계곡 입구에서 에어컨이라도 틀어놓은 듯 차가운 기운이 온몸으로 파고들었다. 바람막이를 챙겨야 했다.

매표소를 지나자 계곡 왼편으로 오르막이 이어진다. 여름에 고드름을 볼 수 있다는 결빙지까지는 450m. 계곡 길을 따라 10여분을 오르자 조그만 산사인 천황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석불좌상을 사자 11마리가 떠받친 통일신라 시대의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1213호)이 있다고 하는데, 볼 수 없었다. 탐방로는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 건너로 이어진다. 다리를 건너자 또 다른 한기가 느껴진다.

"천황사 앞과 다리를 건넌 후, 그리고 오르막을 살짝 오른 뒤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계곡을 따라 오를 때면 몸의 좌우 느낌도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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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사 입구 [사진/조보희 기자]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처럼 장소를 옮길 때마다 느껴지는 차가움이 달라졌다. 계곡 위쪽은 희뿌연 안개가 끼어 신비한 느낌을 준다. 결빙지가 가까워지면서 한기는 한층 더해만 간다. 마침내 도착한 결빙지에는 사방으로 차가운 바람이 휘돌고 있었다.

돌무더기가 쏟아져 내린 너덜겅 지형인 결빙지는 철제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차가운 기운은 펜스에서 가장 가까운 돌무더기 사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계곡 아래쪽이 에어컨이었다면 여기는 냉동고쯤 될 것 같다.

얼음을 확인하기 위해 관리사무소의 허락을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돌무더기 사이의 어두운 공간을 자세히 들여다봤지만 고드름은 없었다. 바위 표면에 물방울이 얼어붙은 모습이 관찰될 뿐이었다. 고드름은 3∼6월에만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쪽 바위틈에 놓인 온도계는 0도를 가리키고 있다. 30도를 넘나드는 여름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한겨울에도 이곳은 이 온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한겨울에는 조금 따스하게 느껴지는 곳인 셈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이유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얼음골 인근 백운산 자락 계곡에는 한여름 더위를 씻기 좋은 시례호박소와 오천평반석이 있다. 얼음골처럼 한기가 서린 곳이 아니라 풍광이 시원스러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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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빙지 바위 틈에서 관찰된 얼음 [사진/조보희 기자]



호박소는 계곡의 물줄기가 바위에 떨어져 커다란 못을 만든 지형으로 그 모습이 절구의 일종인 호박을 닮았다 하여 호박소라 불린다. 폭포수가 소를 향해 떨어지는 광경이 무척 아름답다.

계곡을 1㎞ 정도 걸어 올라야 나오는 오천평반석은 이름처럼 드넓은 화강암반 사이로 물길이 지나는 지형이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거나 넓은 반석에 누워 휴식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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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치장된 트윈터널 [사진/조보희 기자]



◇ 환상적인 트윈터널과 안개비 내리는 꽃새미마을

밀양은 '여름 도시'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시원한 곳이 여럿 있다. 삼랑진에 있는 트윈터널은 여름 휴가지로 제격이다. 1902년 경부선 철길에 있던 무월산 터널을 관광 명소로 변신시킨 곳으로, 연중 15도 정도를 유지한다.

총 1㎞의 터널 내부는 색색의 LED로 화려하게 치장돼 있다. 빛의 터널과 가재, 컬러 테트라, 에인젤피시 등이 있는 수족관, 각종 동화 속 캐릭터가 있는 공간, 으스스한 공포의 구간, 소망을 적어 걸 수 있는 하트 구간 등 다양한 주제로 꾸며져 있다.

산타 마을이 있는 핀란드 로바니에미,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스위스 융프라우요흐와 전통마을인 뮈렌 등 겨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꾸며진 공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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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새미마을 [사진/조보희 기자]



올여름에는 농촌체험마을인 꽃새미마을도 빼놓을 수 없겠다. 꽃새미마을은 이른 봄 복수초가 피어 늦가을 강국이 질 때까지 연중 꽃이 핀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곳에선 봄에는 야생화 축제, 가을에는 허브 축제가 열린다.

손정태 꽃새미마을 위원장은 "'소원을 들어드립니다'가 이 마을의 주요 테마인데 돌탑이 365개 있는 우리 마을을 방문하고 나면 1년 내내 건강과 행운이 깃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의 중심에는 '참샘허브나라'가 있다. 이곳에서는 로즈메리, 캐모마일, 세이지, 레몬 밤, 페퍼민트 등 온갖 허브가 자라고 있다. 허브가든을 한 바퀴 돌면서 각종 허브 식물을 만지면 향긋한 허브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각종 야생화와 아름다운 분재, 기와를 얹은 낮은 돌담도 볼 수 있다.

꽃새미마을의 올여름 테마는 '비 내리는 꽃새미마을'. 분무 장치가 달린 호스를 설치해 곳곳에서 안개비가 내리게 했다. 방문객은 입구에서 나눠준 우산을 펼쳐 들거나 안개비를 맞으며 여름 한낮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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