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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vs 울릉도] ③ 울릉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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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도, 울릉도 주민도 첫손에 꼽는 울릉도의 비경은 단연 행남 해안 산책로다.

울릉도의 주요 항인 도동과 저동, 그 가운데 지점의 행남 등대를 잇는 해안 산책로는 화산 활동과 풍화로 빚어진 기암절벽과 동굴을 지나고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위를 걸으며 울릉도를 가장 가까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도동항에서 일주 유람선을 타기 전, 일찌감치 여유를 두고 나와 해안 산책로로 먼저 향했다. '아침이라 그런가, 한산해서 좋네' 했던 건 섣부른 착각이었다. 산책로 입구의 철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겼고, 빨간색으로 새겨진 '입장통제' 안내문이 가로막았다.

바닷물과 바닷바람에 다리가 부식돼 7월 말까지 보수 공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애꿎은 안내문만 째려보다 돌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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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동 해안 산책로 초입의 낚시터에서 행남 등대가 보인다. [사진/한미희 기자]



저동 해안 산책로도 통제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지만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안 되면 항에 정박해 있는 오징어잡이 배라도 구경하자는 마음으로 저동항으로 향했다.

다행히 저동 해안 산책로는 완전히 폐쇄된 건 아니었다. 낙석으로 파손된 다리에 도달하기 전 350m 지점까지는 다녀올 수 있었다. 파손된 다리는 추가 낙석 위험이 있어 위치를 옮겨 새로 다리를 놓아야 하는데 예산 부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었다.

다행히 올해 말에는 공사를 시작해 내년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통행 제한' 안내문을 읽고 있자니, 입구를 지키던 관계자가 "울릉도에서 제일 좋은 곳을 제대로 못 보시게 됐다"며 더 안타까워했다.

저동 해안 산책로는 초기 화산 활동 당시 만들어진 화산암 위에서 시작한다. 용암이 물속에서 분출해 만들어진 베개 모양의 암석인 베개용암, 마그마가 기존 암석의 틈을 따라 올라와 생성된 암맥, 용암이 식을 때 용암 속의 기체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암석에 만든 구멍인 기공, 기공에 광물이 채워진 행인, 흐르는 용암의 표면이 굳은 뒤 부서져서 생긴 클링커 등 수백만년 전에 꿈틀대던 땅의 흔적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해는 이미 절벽 뒤로 넘어가고 저녁 공기가 가라앉는 시간이라 지질 공부는 금세 접고, 행남 등대가 바라다보이는 쉼터에 앉았다.

울릉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제법 널찍하고 평편한 해안가에 자리 잡은 낚시꾼들도, 아직 해가 비추고 있는 행남 등대와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혼자 온 여행객도,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는 부부도, 울지도 않고 얌전히 앉아 있는 괭이갈매기도 모두 각자의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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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전 옛길에서 만난 식물들. 고사리, 섬바디꽃, 섬초롱 [사진/한미희 기자]



저동에서 내수전, 석포를 따라 북쪽 중심지인 천부까지 이어지는 울릉 숲길은 개척민들이 처음 섬에 발을 들인 이후 100여년 동안 폭풍우로 배가 뜨지 못할 때면 걸어 다니던 유서 깊은 길이다.

내수전 정상에서 석포까지 이어지는 옛길은 울릉도의 생태길 중 주민이 거주하지 않는 유일한 지역으로, 자연 그대로의 질박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덕분에 이곳에서 윤판아재비나물, 섬기린초, 회솔나무, 섬단풍나무, 섬벚나무, 우산고로쇠, 여우꼬리사초, 울릉미역취 같은 울릉도 특산 식물들도 알게 됐다. 제철을 맞아 활짝 피어있는 건 이름도 예쁜 섬바디꽃과 섬초롱꽃이었다.

작은 흰 꽃이 여러 개의 꽃다발처럼 송이송이 피어있는 섬바디꽃은 그 청초한 외양과 상관없이 가축의 사료로 널리 쓰여 '돼지풀'이라고 부르고, 자줏빛 반점을 새긴 초롱 모양의 꽃이 너무 예뻐 차마 건드리지도 못한 섬초롱은 그 잎을 나물로 무쳐 먹는다고 한다.

섬사람들의 생활과 동떨어진, 물정 모르는 육지 사람의 객쩍은 감상은 길을 따라 이어졌다. 그렇게 깎아지른 절벽을 옆에 끼고 걷다 보면 우거진 숲 사이로 바다와 죽도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옛길의 중간 지점인 정매화골에는 쉼터가 있다. 토착민 중 정매화라는 사람의 외딴집이 있던 곳이다. 1962년부터 20년 가까이 이곳에 살았던 이효영 씨 부부가 폭설이나 폭우에 조난한 사람을 300여명이나 구조했다는 미담이 옛길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옛길을 나오면 내수전으로 내려가는 포장도로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난 내수전 전망대로 올랐다. 내수전 전망대는 독도 다음으로 가장 먼저 일출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이 직접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울릉도는 '전망대의 섬'이라고 할 정도로 곳곳에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많다. 맑은 날엔 독도까지 볼 수 있지만, 이날은 자욱한 해무 뒤로 저동항과 죽도만 흐릿하게 보였다.

옛길 반대쪽 끝에 있는 석포 전망대는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1904년 러일 전쟁 당시 일본군의 망루가 있던 곳으로, 관음도와 죽도, 삼선암, 북면의 해안 절경까지 한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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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 원시림을 따라가는 '신령수 가는 길' [사진/전수영 기자]



나리분지에서 성인봉 기슭에 이르는 숲길인 '신령수 가는 길'은 마음이 부듯해지는 트레킹 코스다.

섬단풍나무, 섬피나무, 우산고로쇠, 회솔나무 같은 울릉도 고유종으로 이루어진 원시림(천연기념물 제189호)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눈과 코와 가슴이 탁 트이면서 아, 하고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초기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화산암은 토양이 만들어지기도 어려운 척박한 땅이었다. 하지만 약 5천년 전의 마지막 화산 활동으로 부석이 울릉도 전역을 뒤덮었고, 이 부석이 풍화하면서 원시림이 조성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졌다.

부석은 화산이 분출할 때 마그마 속의 가스가 빠져나오면서 만들어진 수많은 공기 방울을 품은 채 식은 암석이라 물에 뜰 정도로 가볍다. 숲길에 굴러다니는 주먹만 한 부석을 들어 올리니 정말 스펀지처럼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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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백리향 [사진/전수영 기자]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군락지(천연기념물 제52호)에서는 가을에 꽃을 피우는 울릉국화 대신 향기가 백 리를 간다는 섬백리향이 연보랏빛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개척민들이 살았던 형태가 그대로 보존된 투막집(중요민속문화재 제256호)을 지나 시원한 신령수 약수로 목을 축이고 돌아오는 코스는 지친 몸과 마음을 위한 최고의 휴식과 치유 그 자체였다.

나리분지가 만들어진 이후 그 틈으로 다시 한번 마그마가 분출해 솟아오른 알봉 주변으로도 최근 생태길이 만들어져 더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 가는 법

포항, 울진(후포항), 강릉, 동해(묵호항)에서 여객선을 탄다. 포항에서는 도동항과 저동항으로 가는 배가 모두 있고, 후포에서는 사동항으로, 강릉에서는 저동항으로, 동해에서는 도동항으로 들어간다.

차량 선적은 포항과 묵호에서 가능하지만, 비용을 따지면 현지에서 차를 빌리는 게 낫다. 기상에 따른 결항 여부, 차량 선적 가능 여부는 각 해운사에 확인해야 한다.

◇ 교통

렌터카, 관광버스, 택시,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일주도로 완전 개통에 따라 버스 노선이 개편되면서 1번 버스는 도동에서 시계 방향으로, 2번 버스는 도동에서 반시계방향으로 섬을 일주한다.

직접 운전할 때는 양방향 차량이 번갈아 진입해야 하는 왕복 1차선 도로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신호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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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1차선인 터널 입구의 신호등을 잘 지켜야 한다. [사진/한미희 기자]



◇ 물가

모든 물자를 육지에서 배로 실어와야 하는 섬 지역 특성상 숙박, 식비 등 대부분의 물가는 꽤 높은 편이다. 식비를 예로 들면 백반이 9천∼1만원, 홍합밥이나 오징어 볶음 등은 1만5천원 선이다.

◇ 들러볼 만한 곳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

1910년대 일본인 벌목업자가 지은 일본식 2층 목조주택이다. 해방 이후 10년 정도 여관으로 운영되다가 이후 2008년까지 개인 주택이었다. 2006년 등록문화재(235호)로 지정됐고 2008년 문화재청이 매입해 국민신탁이 관리하고 있다.

보수공사를 거쳐 2011년 역사문화체험센터로 문을 열었다. 울릉도 개척사와 일제 수탈사를 보여주는 영상물과 사진 자료, 책 등이 전시돼 있다. 카페를 겸하고 있어 2층 다다미방에서 쉬어가기 좋다.

봉래폭포

저동천 상류 주사골에 있는 3단 폭포다. 나리분지로 흘러든 빗물은 물이 잘 통과하는 부석층 아래로 스며들고 물이 통과하기 어려운 조면암을 만나 갇혀 있다가 급사면이나 단층을 만나 지표로 솟아올라 폭포나 용출소가 된다.

폭포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약간 오르막이긴 하지만 삼나무숲이 멋들어진 산림욕장이 충분히 보상해 준다. 바위틈에서 찬 바람이 나오는 천연 에어컨 앞에서 땀을 식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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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새우 [사진/한미희 기자]



◇ 맛볼 것

울릉도 하면 오징어와 호박엿이지만, 요즘 그 이상으로 더 유명해진 건 '독도 새우'다. 어획량이 적은 고급 새우라 가격이 비싸지만, 2017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 오른 이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독도새우는 도화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꽃새우), 가시배새우(닭새우) 3종을 통칭하는데 동해 청정 해역인 울릉도·독도 인근 깊은 바다에 서식해 통발을 300m까지 내려 잡는다.

트럼프 만찬에 오른 것은 3종 중 가장 크게 자라는 도화새우다. 빨간 줄이 선명하고 빛깔이 곱다. 각종 요리 프로그램에도 소개되면서 수요가 급증하자 경상북도 수산자원연구소는 지난해 도화새우 종자를 생산해 울릉해역에 방류하기도 했다.

독도 새우는 찜으로도 주문할 수 있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회는 절대 먹을 수 없다'는 게 아니라면 찜보다는 회를 추천한다. 탱탱하고 단 속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살아 있는 새우가 튀지 않도록 랩으로 씌워 테이블로 가져온 뒤 머리와 다리를 떼 준다. 껍질이 딱딱하고 날카롭기 때문에 피를 보지 않도록 조심하자. 떼어 낸 머리는 튀겨주는데 속살만큼이나 별미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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