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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나무의 바다 속으로 빠져보자,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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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가볼만한 전국의 숲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여름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방법을 한시 '소서팔사(消暑八事)'에 남겼다. 대나무 자리 깔고 바둑 두기,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달밤 개울가에서 발 씻기, 텅 빈 정각에서 투호놀이 하기 등이 나온다. 동쪽 숲에서 매미 소리 듣기(東林聽蟬)도 있다. '적막함 가득한 숲속 첫 매미 소리 들리니(萬寂林中第一蟬), 괴로운 지경 다 지나 이 세상이 아니다(苦境都過非世界)'라고 읊었다. 더위를 쫓는 매미소리가 반가운 여름 숲이 전국 곳곳에서 기다린다.

전남 장성군 서삼면과 북일면에 걸쳐 있는 축령산 일대에는 40~50년생 편백과 삼나무가 울창하다. 산림청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했다.

숲 사이로 숲내음길·하늘숲길·산소숲길 등 산책로와 오솔길이 뻗어 있다. 곳곳에 편백맨발길·산림욕장·안내센터 등 휴식 시설이 갖춰져 있다. 산책로 전 구간(23.6㎞)을 걸으려면 8시간가량 걸린다. 1시간 20분(3.8㎞)~3시간(9㎞)의 네 가지 코스 가운데 한두 곳을 골라 둘러봐도 된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축령산 편백 숲에서 산림욕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다면, 올여름 무더위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지난 7일 경기 가평군 잣향기푸른숲에서 시민들이 하늘을 향해 높이 뻗은 잣나무 사이를 산책하고 있다. 잣향기푸른숲이 있는 가평 축령산은 조선시대부터 울창한 잣나무 숲으로 널리 알려졌다. 면적이 약 1671㏊로 전국 최대 규모다. 1970년대까지 전국의 모든 잣나무는 이 숲에서 키워 각지로 보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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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군 원대리엔 전국 최대 규모의 자작나무 숲이 있다. 면적이 138㏊에 이른다. 지난해 산림청이 '산림휴양·복지형 국유림 명품 숲'으로 선정했다. 자작나무 숲에 서면 마치 북유럽에 온 듯하다. 특히 여름에 둘러보기 좋다. 하늘 높이 곧게 솟은 자작나무와 새하얀 수피, 푸른 하늘이 한데 어우러진다. 숲은 자작나무코스(0.9㎞), 치유코스(1.5㎞), 탐험코스(1.2㎞) 등 일곱 코스로 꾸며져 있다. 치유 코스에선 나무 벤치에 앉아 산림욕을 즐길 수 있고, 탐험 코스에선 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에 있는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은 전국 휴양림 중 유일하게 폭포란 이름이 들어간다. 휴양림 매표소에서 30분 정도 걸어가면 낙차 15m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보고만 있어도 더위를 날려준다. 폭포 아래 연못은 속이 비칠 정도로 투명하고 새파랗다. 둘레가 100m에 이르는 연못이다. 가운데가 워낙 깊어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 연못 주변으로 노각나무, 들메나무, 서어나무, 박달나무가 우거져 있다. 스릴과 모험과 체험, 피서가 기다리는 숲도 있다. 경남 하동군 적량면 서리 구재봉 기슭에 위치한 자연휴양림은 길이 1004m에 이르는 집라인과 집와이어, 모노레일 등 체험시설이 조성돼 있다.

조선일보

경기도 가평에는 국내 최대 잣나무 숲이 있다. 해발 886m의 축령산 기슭에 60~100년 된 잣나무가 빼곡하다. 축령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잣나무가 우거져 있다. 경기도에서 관리하는 축령산자연휴양림에는 심신수련장, 산림휴양관, 문화마당, 야영장 등이 마련돼 있다.

전북 전주시 건지산 숲길은 도심 속 무더위 쉼터로 꼽힌다. 149만m²에 이르는 울창한 숲 속은 도심보다 7~9도가량 기온이 낮다. 시원한 바람과 편백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전북대는 지난 2015년 건지산에 둘레길을 만들었다. 길이 11.4㎞ 숲길 곳곳엔 전주의 역사·문화·생태가 담겨 있다. 숲길을 걷다 보면 '산소 공장'이라는 호수공원 오송제가 나온다. 오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청정 지역에서만 사는 곤충과 수생식물이 자생한다. 편백나무 군락에 있는 '건지산 숲 속 작은 도서관'엔 2000여권의 책이 있다.

충북 제천에는 천연림이 잘 보존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생태 숲이 있다. 동식물 자원이 풍부한 제천 백운산 자락에 자리한 덕동생태숲이다. 충북도산림환경연구소가 2008년 280㏊ 규모로 조성했다. 덕동생태숲은 치악산 남대봉에서 백운산을 모산으로 삼봉산을 끼고 있으며 백운산·구학산·시랑산·십자봉 등 아름다운 능선으로 둘러싸여 있다. 덕동생태숲 산책 코스는 덕동생태관에서 시작해 약 1㎞ 구간이다. 백운산과 십자봉에서 발원해 5㎞에 걸쳐 흐르는 덕동계곡은 덕동생태숲의 최고 명소로 꼽힌다. 물이 차고 깨끗하며 울창한 숲과 기암이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다워 제천 사람들이 꼭꼭 숨겨놓고 찾는 피서지였다고 한다. 계곡 주변으로 산림욕장이 조성돼 있어 맑은 공기를 마시면 무더위가 사라진다.




[장성=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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