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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상대성이론 덕에 GPS 쓰듯, 기초과학은 손자세대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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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 전 나온 상대성이론 덕분에 매일 자동차에서 위성항법장치(GPS)를 쓰고 있습니다. 기초과학은 이처럼 다음, 다음 세대를 위한 먹거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김영기(57)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서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중성미자니 힉스니 하는 물리학의 기본 입자들을 완전히 이해하면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에서 보듯 우리 손자 세대가 실생활에 쓸 유용한 지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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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한국이 공학으로 경제성장을 이뤘다면 이제는 입자물리학 같은 기초과학으로 다음, 다음 세대가 먹고살 원천 지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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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미국 과학 잡지 '디스커버'가 지난 2000년 '향후 20년간 세계 과학 발전을 주도할 과학자 20명' 중 한 사람으로 꼽은 인물이다. 당시 '충돌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가속기에서 입자를 충돌시켜 물질의 근본 원리를 밝힌다는 의미였다. 1990년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 물질의 근본 입자 중 하나인 톱쿼크 발견에 참여했으며, 2006년 페르미연구소 부소장을 거쳐 현재 시카고대 물리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중국도 최근 가속기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지금 잘 살 수 있을지 몰라도 기초과학을 안 하면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김 교수는 "한국도 그동안 공학에 집중 투자해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이제는 기초과학을 통해 미래 원천 기술이 될 지식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기초과학은 과거 경제성장기처럼 서두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집중 투자한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중이온가속기 사업이 최근 인사나 예산 집행 문제로 논란이 많다고 들었다"며 "방향은 옳았지만 과거 방식대로 너무 속도를 낸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은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1년은 무조건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듣고 이후 1년 동안 세부 계획을 잡는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머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프라가 없는 데서 출발했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일정만 잘 조정하면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기초과학 인프라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카이스트 석좌교수를 겸직하면서 대전에서 미래 입자가속기 워크숍을 열었다. 과학계는 7년 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만물에 질량을 부여한 힉스 입자를 발견한 이후부터 차세대 입자가속기를 논의하고 있다.

김 교수는 "힉스 입자 발견으로 물리학의 표준 모형이 완성됐다고 하지만 힉스가 왜 그만큼의 질량을 주는지, 우주 생성 당시엔 입자와 반입자가 반반씩 있다가 왜 지금은 입자만 있는지 모르는 부분이 여전히 많다"며 "우주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도 가속기로 우주 탄생 상황을 재현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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