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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트럼프 "韓방위비분담금 증액협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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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대화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본인 트위터에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이며 이제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적 방어에 기여하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며 "두 나라 관계는 매우 좋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은 훨씬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한국 땅에 군인 3만2000명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그들을 약 82년간 도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기준으로 '82년 동안'이라고 언급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타국 정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발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제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은 아직 공식 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는 지난달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방한 계기에 앞으로 합리적으로 공정한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구체적 내용은 협상에서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9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방한 타이밍에 맞춰 분담금 대폭 증액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에스퍼 장관으로 하여금 한국에 분담금 인상을 강하게 요청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년 단위로 방위비 분담금을 협상하던 지난해에도 분담금 인상을 기대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한미 외교·국방 당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1년 시한으로 소폭 인상하는 데 그쳤다.

한미 양국은 지난 2월 올해 분담금을 전년 대비 8.2% 인상한 1조389억원에 합의하고 1년 단위로 재협상하기로 했다. 따라서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임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가 시작됐다'고 했으나 아직 한미 당국은 공식 협상을 개시하기 전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방한했을 때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거론한 것을 두고 '대화 시작'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언급은 미국 내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 주둔국 방위비 분담액이 너무 적다는 인식에 따라 주둔비용 분담에 대한 새로운 원칙을 정하고자 '글로벌 리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구체적인 인상 폭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눈높이'가 대폭 인상에 맞춰졌을 가능성이 크다. 볼턴 보좌관이 방한했을 당시 5배 인상을 요구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한국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상당한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대선 당시부터 '한국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공언했던 만큼 내년 재선에서 본인 공약 준수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민법 개정, 멕시코 장벽 건설,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대부분 공약을 지켰으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까지 강행했다. 공약 준수를 재선에 디딤돌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한국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또 한국과 진행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향후 일본·독일과 진행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증액 폭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도발이 계속되면서 한국으로서는 안보 수요가 높아지고, 미국에 대한 방위 의존도가 높아지며 결국에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안보당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유지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대폭 증액을 요구해 놓고 일부 양보하는 대가로 지소미아 유지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갈등 양상 속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 측 보복 조치에 대응해 지소미아 파기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지소미아 파기 여부를 결정하는 시한은 오는 24일이다.

한편 볼턴 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중거리 미사일 배치 장소로 한국과 일본을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배치 목적에 대해서는 동맹국 방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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