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거짓말에 속아 부실수사 확인”…경찰, 진상조사 결과 발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범행 펜션 인근 CCTV 확인 소홀 / ‘실종’ 오판… 시신 찾을 적기 놓쳐 / 수색 때 증거물 확보도 제대로 못해 / 서장·수사라인 등 3명 감찰 의뢰

사건 발생 두 달여가 지나도록 피해자 시신을 찾지 못하는 등 ‘제주 고유정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진상조사 끝에 수사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수사 초기 거짓말로 일관한 고유정의 말을 믿고 실종자 수색에만 집중한 나머지 폐쇄회로(CC)TV를 늦게 확인하는 등 초동 조치 등이 부실했던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세계일보

고유정이 지난 6월1일 충북 청주시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잠복 중이던 제주동부경찰서 형사팀에 의해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찰은 이런 부실한 대응이 전체적인 수사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고유정의 시신유기 등 일부 혐의 입증과 관련해 부실 수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찰청은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 사건의 현장점검 결과, 실종 초동조치 및 수사과정에서 미흡한 점을 확인해 전 제주 동부경찰서장과 동부서 소속 형사·여청 과장 등 3명을 감찰 의뢰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세계일보

이번 현장점검은 지난 5월25일 발생한 전 남편 살해 사건의 초동조치가 부실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경찰청은 지난달 2일부터 한 달여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세계일보

현장점검단에 따르면 수사 초기 경찰은 지난 5월27일 피해자 남동생으로부터 실종 신고를 받고 최종목격자인 고유정에게 연락했지만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한 뒤 도망쳤다’는 거짓 진술에 속아 시간을 허비했다. 고유정의 진술을 그대로 믿고 실종자 수색에 집중한 탓에 펜션 인근 CCTV 확인을 서둘러 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점검단은 설명했다. 실제 경찰은 신고가 접수된 다음날인 28일 CCTV 위치만 확인했고, 중요 증거물인 펜션 인근 CCTV는 남동생이 확인을 요청한 29일에야 살펴본 뒤 수사로 전환했다. 고유정이 범행 사흘 뒤인 28일 배편으로 제주를 빠져나간 점을 고려하면 시신을 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점검단 관계자는 “최종목격자인 고유정이 하는 거짓말에 휘둘렸다”며 “사실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했고, 더 일찍 거짓말이란 걸 캐치해야(알아채야) 했다”고 말했다.

점검단은 아울러 범행 장소인 펜션을 조금 더 일찍 확인하지 못한 점과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 점도 감찰 조사 의뢰 대상으로 삼았다. 이와 함께 경찰이 고유정 주거지를 압수수색할 당시 수면제인 졸피뎀과 관련한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도 감찰 대상에 포함됐다.

세계일보

점검단은 미흡한 수사 탓에 시신을 찾지 못해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서도 고유정의 공소유지 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살인과 시신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이 살인 외에 다른 부분에서 법정 공방을 예고한 만큼 경찰이 시신을 찾지 못한 부분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유정이) 살인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입증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신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 논쟁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면서 “시신이 있었으면 완벽하게 (이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경·이강진 기자 hjhk38@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