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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경찰, 고유정 수사라인 감찰의뢰…"실종대응·현장보존 미흡"(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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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거짓말에 휘둘려"…전 제주동부서장 등 3명 감찰 의뢰

고유정 체포동영상 유출도 감찰 대상…실종 수사 매뉴얼 등 개선

연합뉴스

긴급체포 당시 고유정 모습
(제주=연합뉴스)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이 사진은 경찰이 촬영한 영상의 캡처본. [세계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전 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제주 '고유정 사건'의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 경찰 수사 책임자들이 감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실종 초동조치 및 수사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보고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현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을 비롯해 제주동부서 여청과장과 형사과장 등 수사책임자 3명에 대해 감찰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점검 결과, 실종 신고 접수 후 초동조치 과정에서 범행 장소인 펜션 현장 확인 및 주변 수색이 지연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압수수색 시 졸피뎀 관련 자료를 발견하지 못한 사실 등을 확인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부실수사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2일 현장점검단을 제주로 보내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등 관련 부서를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작업을 벌이고 문제점을 분석해왔다.

고유정(36)은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고유정 사건과 관련해 ▲ 실종수사 초동조치 미흡 ▲ 범행현장 보존 미흡 ▲ 압수수색 당시 졸피뎀 미확보 문제 등을 두고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됐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실종 수사는 수색을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범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순서를 정해야 한다"며 "우선순위 판단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어서 감찰 조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전 남편 강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이뤄진 5월 27일 사건 현장을 찾았지만, 인근에 설치된 CCTV 위치만을 확인했을 뿐 즉각 CCTV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신고 3일째인 5월 29일에서야 경찰은 강씨 남동생의 요청으로 펜션 인근 CCTV를 살펴보고 여기에서 고유정의 수상한 거동을 확인했다.

이에 경찰이 좀 더 일찍 CCTV를 확인했더라면 시신유기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또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이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고유정의 거짓 진술에 속아 시간을 허비했다고 판단했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최종목격자(고유정)가 하는 거짓말에 휘둘렸다"며 "사실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했고 더 일찍 거짓말이란 걸 캐치해야(알아채야) 했다"고 아쉬움을 지적했다.

아울러 범행 장소인 펜션을 조금 더 일찍 확인하지 못한 점과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 점도 감찰 조사 의뢰 대상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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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검찰 송치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지난 6월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진상조사팀은 수사팀이 고유정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할 당시 졸피뎀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한 경위도 조사했다.

진상조사팀은 "압수수색 당시 졸피뎀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압수수색 과정에서) 좀 더 깊이 있는 고민과 수사 지휘가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도 감찰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고유정 체포 영상이 언론에 유출된 경위도 감찰 조사 대상이다.

해당 영상은 박 전 서장이 동부서장 재직 시절 한 차례, 제주청으로 자리를 옮긴 뒤 두 차례 등 총 3번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피의자 검거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부에 공개된 사실도 확인했다"며 "감찰 단계에서 공보 규칙과 인권 규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조금씩 시간이 지체되는 등 아쉬운 부분이 있어 지휘 책임을 물어 감찰을 의뢰했다"며 "다만 수사의 방향성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 관계자들은 현장 상황의 어려움을 진상조사팀에 호소했으며, 박 전 서장은 자신의 불찰이라며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진상조사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같은 사례가 반복되는 일을 막기 위해 제도개선에도 나설 방침이다.

경찰청은 고유정 사건처럼 중요사건이 발생할 경우 초기 위기관리를 위해 종합대응팀을 운영하고 실종 사건 발생 시 신속하고 면밀한 소재 확인을 위해 실종 수사 매뉴얼도 개선하기로 했다.

경찰은 실종자 위험군 등급 조정 시 여청수사팀장이 명확한 사유를 실종자 정보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하고, 고위험군의 경우 알람 경보 기능이 표시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또 15개 항목으로 구성된 '범죄 피해 판단 및 생명 보호를 위한 질문' 체크리스트에 모호한 부분이 없도록 현장 의견을 수렴해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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