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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건물 내부 예쁘게 해야 임대 잘된다? 헛돈 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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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빌려주는 기간에는 사실상 건물 주인은 세입자라고 봐야 합니다. 건물 내부를 꾸미는 것도 세입자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상업용 건물을 지을 때 건축주가 '내부도 예쁘게 해야 임대가 잘된다'며 마감에 돈을 써봐야 헛돈 쓰는 겁니다."

인테리어 회사 AT얼론투게더 최한희(48) 대표는 상가나 사무실 건물을 지을 때 건축주가 내부 마감 공사에 쏟을 비용을 과감하게 줄이는 것이 돈 버는 건축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건물주는 카페를 염두에 두고 내부 마감 공사를 했는데, 옷 가게가 들어올 수도 있다. 프랜차이즈 가게가 임차하면 본사 매뉴얼에 따라 건물주가 해놓은 내부 마감을 모두 뜯어내는 경우도 있다. 최 대표는 "상가 건물은 커피숍, 옷 가게, 미용실, 레스토랑까지 어떤 임차인이 들어올지 모르는데 미리 내부 마감 공사를 다 해놓으면 뜯어내는 비용이 추가로 들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건물에 내부 마감 공사는 최소화하고 공용부인 계단을 특화해 설계한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상가 주택 '어반멤브레인'(왼쪽 사진). 벽과 천장을 노출 콘크리트 구조로 만든 서울 중구 신당동의 '모퉁이빌딩' 내부 모습. /리슈건축사무소 홍만식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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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인테리어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최 대표는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에서 '돈 버는 건축 인테리어'를 주제로 강연한다. 그에게 수익형 건물 내부 마감 노하우를 물었다.

최 대표는 "상업 시설이라면 바닥재나 천장 마감을 하지 않고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 좋다"며 "콘크리트 벽체와 기둥은 물론 천장 에어컨과 전선까지 드러나게 하는 인테리어는 이런 트렌드를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마감을 최소화하면 비용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통상 카페나 레스토랑 등이 입점하는 상가 건물을 짓는다면, 내부 마감에 3.3㎡(1평)당 50만~70만원쯤 든다. 건물 연면적(건물 각 층의 바닥 면적 합계) 330㎡(약 100평)짜리 건물이라면 내부 마감에 5000만~7000만원이 필요하다. 최 대표는 "연면적 100평 건물을 지을 때 최소한의 내부 마감만 하고, 화장실만 꾸미면 3000만원은 충분히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용 주택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다. 주택은 마감 공사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벽지와 조명까지 건축주가 직접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임대주택은 대부분 젊은 층이 세입자라서 50대 이상인 건축주가 본인 취향을 반영해 인테리어에 돈을 쓰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최 대표는 "원색 계열의 거실 아트월이나 중문, 꽃무늬 포인트 벽지 같은 인테리어는 요즘 젊은 세입자 취향과 맞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임대용 주택에서 집주인 취향의 내부 마감 공사나 인테리어가 공실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감 공사에서 아낀 돈, 출입구에 투자하라"

그렇다면 수익형 건물 내부 마감은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최 대표는 "매장 내부 마감 공사는 최소한으로 해 건축비를 아끼고 이 돈을 화장실, 1층 출입구, 엘리베이터 등 공용부 인테리어에 투자하라"고 했다. 임차인도 매장보다 공용부가 매력적이고 고급스러운 건물을 선호한다.

하지만 상업용 건물 내부 마감에 천연 대리석같이 비싸고 관리가 어려운 고급 자재는 적합하지 않다. 상업용 건물 공용 공간은 방문객이 수시로 드나들어 자재가 자주 파손되기 때문이다. 유지·관리가 수월하고, 파손되면 즉각 교체할 수 있는 저렴한 자재가 효율적이고, 건물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요즘은 대리석이나 나무, 석재처럼 보이는 플라스틱(PVC·Poly Vinyl Chloride)인 마감재가 많이 나온다"면서 "가격도 저렴하고 디자인과 색상이 훌륭해 상업용 건물에 적합하다"고 했다. 주거 공간은 벽지와 바닥재를 웬만하면 흰색·회색 등 무채색 계열로 시공하라고 조언했다.

건축주가 건물 내부 마감이나 공용부 인테리어를 결정하기 전에 유명 브랜드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최근 지은 대형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최 대표는 "대형 건설사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전 연령층 취향에 잘 어울리도록 트렌디하게 꾸며놓은 이런 공간들만 잘 벤치마킹해도 절반은 성공"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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