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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 백색국가서 제외했지만 보복 조치 아니다" 두고 볼 아베 정부 속내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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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가 거세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2일 ‘안보’를 이유로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에서 제외하며 일본 제품의 한국 수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현지 언론은 경제보복도 아니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더라도 ‘한일 관계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본 측 입장은 ‘수출을 금지한 건 아니다’라는 논리인데 일본 동양경제 등 현지 언론은 일본 정부 입장을 대변하면서 ‘수출은 일본 기업이 한국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하면 이번 조치로 그간 미비한 수출 허가 절차를 보완해 수출한다는 것인데, 동양경제는 “일본 기업이 한국과 무역을 위해 엄격한 수출 통제 체제를 갖추는 등 (일본) 정부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면 기존처럼 수출절차 간소화를 이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근거로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 말을 덧붙였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더라도 “일본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기본적으로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출업자들은 계속 특별 대량 수출 허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같은 날 오전 “한국의 수출 제도 및 운영에 부족한 점이 있어 이를 고려한 운용의 재검토”라며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됐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이달 28일쯤부터 적용된다. 이에 일본 정부나 언론 보도를 신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주장만 보면 우리가 크게 걱정할 건 아닌 거로 보인다.

◆문제는 일본 정부 마음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됨에 따라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의 한국 수출은 원칙적으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뀐다.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빠지면서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되는 품목은 지난 4일부터 규제 대상에 포함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을 포함해 약 850개로 늘어날 거로 추산된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나 언론의 ‘주장(문제가 없으면 통상 절차에 따라 허가)’과 달리 앞서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소재 등 기업 경제활동에 안 좋을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정 항목을 일본 정부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앞세워 수출을 불허할 수 있어 우리 기업들의 생산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일본 정부는 표면적으로 한일 무역 분쟁 문제에서 빠져나갈 여지를 놓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 이에 이번 조치로 일본 한일 관계 해소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한편, 자칫 자국(일본) 기업에 나쁜 영향이 감지되면 수출을 허가할 수 있는 두 가지 카드를 거머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일보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후 ‘협상이나 경제면에서 우위를 차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분한 일본 언론

이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의결된 후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성 모두발언을 발표하고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반대하는 의견을 드러내지만 일본 언론은 관련 소식과 아베 정부 입장을 재차 전하는 등 한국과 달리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자국 제조업 중소경영인이나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QNA 페이지를 제작해 질문을 받고 이를 설명하는 코너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일본이 먼저 공을 던지며 추후 어떤 조치를 할지 모른다. 악화한 관계가 심화해 추가 경제 보복 등 다양한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 앞서 일본의 경제 조치 전 미국 정부는 분쟁중지 합의를 권고했지만 일본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 중재를 기대하기보다 한일 양국이 테이블에 마주 앉자 회담 등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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