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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북한 ‘신무기 3종 세트’… 한·미 방어체계 허점 찔렀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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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북한이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발사대(붉은 원)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로 무력시위를 자제했던 북한이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대남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일 함경남도 영흥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2회 발사했다. 우리 군이 탐지한 바에 따르면, 고도는 25㎞이며 추정비행거리는 220여㎞, 최대비행속도는 마하 6.8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31일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실시한 사실을 1일 밝히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기존에 알려진 KN-09 방사포보다 더 먼 거리인 250㎞를 날아간 신형 방사포는 휴전선에서 충남 계룡대를 포함한 중부지역을 타격할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같은달 25일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으며, 23일에는 새로 건조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을 공개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지난달 11일 담화를 통해 우리 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과 관련, “남조선에 증강되는 살인 장비들을 초토화시킬 특별병기 개발과 시험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KN-23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와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추가 도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감춰둔 신무기 공개한 北

북한은 지난 1일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발사를 보도하면서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모자이크로 처리했다. 발사관 개수나 TEL의 형태 등을 감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방사포탄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은 그대로 공개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대구경조종방사포는 포탄 최상부의 보조날개와 유도장치부가 KN-09 300㎜ 방사포와 유사하다. 대신 직경은 KN-09보다 다소 두꺼워졌다. 포탄 구경을 연장하면 연료탱크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어 연료 탑재량이 늘어난다. 이는 비행거리 연장 효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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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발사대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모자이크 처리된 TEL은 무한궤도형으로 추정되며 4~6개의 발사관을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 KN-09가 차륜형 TEL에 발사관 8개를 얹은 것과 대조된다.

이를 두고 국제사회의 제재로 구경과 무게가 늘어난 방사포탄을 탑재할 수 있는 차륜형 TEL을 중국 등 제3국에서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북한은 일본과 중국, 러시아에서 확보한 특수차량을 TEL로 개조해 사용했으나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는 북극성-2형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처럼 자체 제작한 무한궤도형 TEL을 사용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다. 방사포탄의 중량이 증가하면서 이를 지탱할 TEL로 무한궤도형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경조종방사포가 KN-23처럼 요격회피 기능을 갖췄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합참은 1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새로운 형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중국의 웨이스(WS) 다연장로켓 중에는 요격회피 기능을 갖춘 개량형도 있어 북한이 이를 모방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웨이스 로켓의 전투개념이나 기술을 모방했을 경우 400㎜ 구경에 사거리가 약 300㎞에 달하는 대구경조종방사포가 실전배치될 수도 있다. SLBM 3발을 탑재하는 잠수함, 요격회피 기능을 갖춘 KN-23과 함께 한반도 군사력 균형을 뒤흔들 수 있는 ‘게임체인저 3종 세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신형 방사포 위협이 가장 큰 이유

북한이 최근 공개한 신무기 중 SLBM 탑재 신형 잠수함과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위협은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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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이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 연합뉴스


신형 잠수함이 SLBM 3발을 탑재해 전략적 타격 능력을 확보했지만, 소음 감소 등 잠수함이 해상에서 작전을 펼치는데 필요한 핵심 기술은 부족한 실정이다. SLBM도 북한 연안에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SLBM으로 공격하려면 목표물과 인접한 해상까지 항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미 연합전력과 일본 해상자위대에 포착될 확률이 높다. KN-23의 요격회피 기능도 우리 군이 2000년대 초반에 이미 확보한 기술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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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5월 4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에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대구경조종방사포는 문제가 다르다. 방사포탄은 탄두중량이 150㎏ 안팎으로 파괴력이 수류탄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위성항법장치(GPS 또는 GLONASS) 등을 통해 정밀도를 높이고, 구경을 늘려 비행거리를 연장한다면 탄도미사일보다 저렴한 정밀유도무기로 탈바꿈한다. 탄도미사일보다 작고 비행고도도 낮은데다 여러 발이 동시에 날아오기 때문에 탐지 및 요격도 쉽지 않다. 제작비가 적게 들어 TEL만 확보된다면 대량생산을 통한 실전배치도 가능하다. 한미 연합군 입장에서는 남쪽으로 날아오는 수십발의 방사포탄을 피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소모해 군사작전에 차질이 생길 우려도 있다.

대구경조종방사포 위협을 저지하려면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과 같은 요격체계를 새로 확보하거나 대(對)화력전 체계를 활용, 제압하는 작전을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아이언 돔은 헤즈볼라나 하마스처럼 간헐적으로 날아오는 로켓을 저지하는데 효과가 있으나 북한처럼 10여발 이상 발사하는 방식에 대한 효과는 미지수다. 대화력전 체계도 북한이 내륙 깊숙한 곳에서 방사포를 쏘면 한미 포병전력으로 제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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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5월 4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 연합뉴스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이나 타우러스(TAURUS)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투입하면 방사포를 포함한 북한 장사장포를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시설, 전쟁지도부 등에 대한 타격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어떤 위협에 먼저 대처할 것인지를 놓고 한반도 유사시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될 합참의 전략적 판단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합참의 행보를 보면 북한 대구경조종방사포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방사포의 유도기술이 향상되고 사거리가 늘어나면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특성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방사포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오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 매체가 발사 사진을 공개했는데도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정밀 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섣부르게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했다가 북한의 발표와 사진 공개로 군의 분석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은 예전부터 한미 동맹 체제의 ‘빈틈’을 파고들면서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미 본토를 위협하지 않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카드를 이용해 한미 양국의 전략적 입장차를 벌렸으며, 휴전선과 북방한계선(NLL)에서 국지도발을 감행해 우리 측을 수세에 몰리게 했다. 이같은 북한의 전략에 직면한 상황에서 우리 군의 북한 발사체에 대한 분석 신뢰성이 낮아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북한 군사력 평가와 대응 능력에 대한 총제적인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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