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경기 취소 협박도 했다···까도 까도 나오는 유벤투스 만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끝없이 나오는 유벤투스의 '만행'

킥오프 직전 경기시간 단축 요청

무리한 중국 일정에 호날두 분통

돈벌이에 혈안 한국 팬만 무시해

중앙일보

호날두가 30일 열린 스페인 매체 마르카의 레전드상 시상식에서 여자친구 조지나 로드리게스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을 상대로 한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유벤투스의 ‘만행’이 양파껍질 같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온다. 이번엔 경기 취소 협박이다.

‘팀 K리그’와 친선경기가 열린 26일, 유벤투스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약속한 킥오프 시각(오후 8시)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경기 시작은 58분이나 지연됐다. 그런데 이날 오후 8시를 넘겨 유벤투스 측이 경기 시간 단축을 요청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기 취소 협박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유벤투스 네드베드 부회장이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네드베드 부회장은 프로축구연맹에 경기시간 단축 요청을 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진형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은 30일 “유벤투스가 ‘경기 시간을 전·후반 40분씩 하고, 하프타임을 10분으로 줄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게다가 ‘킥오프가 오후 9시가 아니면 경기를 취소할 수도 있다’라고까지 했다”고 전했다. 프로연맹 측은 제안을 곧바로 거절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한 경기 시간은 전·후반 45분씩이고, 하프타임은 15분이다.

이에 앞서 유벤투스 마케팅 책임자 마르티노 리몰디는 사전 미팅 차 지난달 방한해 “입국 당일에 경기하지만, 전세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고 자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연맹에 따르면 유벤투스와 주최사인 더페스타는 당초 계약서에 ▶호날두 팬 사인회 ▶호날두 45분 이상 출전 ▶1군 선수 70% 포함 ▶경기 시간 준수 ▶기타 행사 등을 넣었다. 위반 시 위약금 조항도 삽입했는데, 유벤투스는 이들 대부분을 어겼다.

더페스타 장로빈 대표에 따르면 경기 당일 후반 10분이 지나도 호날두가 나오지 않자 장 대표는 파벨 네드베드 유벤투스 부회장을 찾아가 따졌다. 하지만 네드베드 부회장은 “호날두는 명단에 포함돼 있다. 호날두가 안 뛰면 어쩔 수 없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중앙일보

K리그 선발팀과 친선경기를 위해 방한한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호날두는 입국장부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사진 연합뉴스TV]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벤투스는 경기 후 “호날두가 근육 문제로 출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인천공항에 발 디딜 때부터 뛸 마음이 없었던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유벤투스 사정에 정통한 한 축구계 인사에 따르면 호날두는 24일 중국 난징에서 인터 밀란 경기에 풀타임 출전했다. 이어 25일 상하이로 이동해 또 다른 행사를 소화했다. 중국 일정이 너무 빡빡해 호날두가 화를 냈고, 유벤투스 관계자들이 안절부절못했다고 이 관계자가 전했다. 호날두는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중국을 보는 것은 항상 기쁘다’는 글을 남겼다. 한국만 무시당한 셈이다.

중앙일보

호날두가 30일 열린 스페인 매체 마르카의 레전드상 시상식에서는 어린이 팬에게 사인을 해줬다. 26일 방한 당시 호날두는 아무런 설명 없이 사인회에 불참했다.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연맹은 “유벤투스는 물론, 친선경기 승인권자인 이탈리아 세리에A 사무국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유벤투스는 무례했고 오만했다. 6만 팬들이 받은 배신감을 간과할 수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유벤투스는 한국에 12시간 머문 대가로 대전료 등 약 35억원을 챙겼다. 하지만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아 더페스타가 위약금을 청구해도 그 액수는 7억~8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페스타가 일부를 환불하더라도 이 액수를 넘지 않을 전망이다.

중앙일보

26일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호날두가 후반 종료시간이 다 되도록 출전하지않자 관중이 경기장을 뜨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장 비싼 40만원 짜리 입장권을 산 김영겸(43·경기 수원시 영통구)씨는 “사인회는 허탕 치고 밤 8시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뷔페가 이미 끝났다고 하더라. 너무 화가 나 집단소송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더페스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참가자는 30일까지 2400명을 넘었다.

중앙일보

호날두가 이탈리아로 복귀하자마자 SNS에 러닝머신을 뛰는 사진을 올렸고, 집에 돌아와 좋다는 문구도 남겼다. 호날두는 서울에서는 근육상태를 이유로 워밍업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호날두가 끝까지 한국팬을 기만한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호날두 인스타그램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관중 2명이 더페스타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청구 금액은 입장권 7만원·수수료 1000원·정신적 위자료 100만원 등 총 107만1000원이다. 또 오석현 변호사가 주최사와 유벤투스, 호날두를 사기 혐의로 고발한 데 따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30일 발표된 2019~20시즌 세리에A 일정에 따르면 이승우(21)의 소속팀 헬라스 베로나는 10월 22일 유벤투스와 맞붙는다. 국내 네티즌들은 게시판 등에 ‘승우야,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줘라’ 등의 응원 댓글을 남기며 유벤투스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다.

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