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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내 욕망엔 계기가 없어"…'검블유', 사랑 아닌 성공을 꿈꾸게 하다[SS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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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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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유니콘은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합니다"


완벽한 수미쌍관이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의 파격적인 시작을 알렸던 이 대사는 드라마의 마지막 문을 닫으며 16회를 함께 달려온 시청자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연애와 결혼이 아닌 여성들의 일과 욕망에 주목하며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검블유'가 지난 25일 자체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의미있는 끝을 맺었다. 그간 한국 드라마가 걸어왔던 길과는 조금 다른 흐름과 캐릭터들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내 욕망에는 계기가 없다"는 명대사를 시작으로 시청자들을 홀렸던 '검블유'의 이유있는 흥행 요소들을 되짚어봤다.


▲ '연애 말고 성공'…'사랑'이 중심이 아닌 드라마


'흥행'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한국 드라마의 특성상 로맨스는 극의 흐름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소재다. 그러나 '검블유'는 이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내며, '로맨스'라는 소재를 극의 중심이 아닌 여성들의 일과 성공을 빛나게 만드는 매개체로 녹여냈다.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대립하던 배타미(임수정 분)와 박모건(장기용 분)의 재결합이 이를 증명한다. 제작진은 이들의 연애를 결혼으로 끝맺지 않았다. 로맨스에 주목했다면 가장 꽉 닫힌 해피엔딩은 이들의 '영원한 사랑' 즉, 결혼이겠지만,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이 장난스런 농담으로 포옹하는 것을 이들의 마지막 모습으로 그려내며 잔잔한 여운과 함께 끝맺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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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체적, 그 이상의 여성 캐릭터 그리고 '워맨스'


'검블유'의 성공은 극을 이끌었던 세 여자주인공 임수정(배타미 역) 이다희(차현 역) 그리고 전혜진(송가경 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같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드는 포털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진 이들은 자신의 욕망과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했고, 해냈다.


'검블유'의 메인 악의 축 역시 여성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극 중 송가경의 가장 큰 대립 상대였던 장회장(예수정 분)은 무서울 정도로 송가경을 압박하고 괴롭히는 존재였으나, 그간 한국 드라마 속 여성 악역과는 조금 달랐다.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와 같이 클리셰와 전형적인 틀 속에 갇혀있던 캐릭터들과는 달리 자신의 욕망과 권력을 마음껏 낭비했다. 돈 봉투와 함께 "내 아들한테서 떨어져!"라고 소리지르는 것 대신 "넌 왜 자아가 있느냐"고 나지막하게 되물으며, 신선하지만 무서운 공포감을 선사했다.


여자 주인공들의 능력뿐 아니라 이들의 서사 그리고 반전 매력 역시 '검블유'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가장 큰 요소였다. '검블유'는 '워맨스'의 가장 좋은 예였다. 일 앞에선 무서울 정도로 차갑고 냉정하지만 오직 한 사람, 차현 앞에서는 무너질 준비가 되어있는 송가경과, 동경하는 선배를 위해 인생을 바꾼 차현의 서사는 '검블유'의 여러 사랑이야기 속 또 하나의 로맨스이기도 했다.


'톰과 제리'에서 이름을 따 '탐과 차리'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배타미와 차현의 사내 이야기도 인기 요소 중 하나였다. 드라마 초반 경쟁사 직원으로 만났던 이들이었으나,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며 누구보다 좋은 동료이자 친구로 발전했다. 술에 취해 "쪼꼬미!"라고 외치는 장면을 비롯해 두 사람을 지지하는 시청자들을 제대로 겨냥한 베드신(?) 등은 차현의 걸크러쉬와 배타미의 귀여움을 동시에 그려내며 '워맨스'의 표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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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딩 맛집' 다운 마지막 회…짜릿한 반전으로 전한 '굿바이 인사'


'검블유'는 매회 짜릿한 엔딩 장면으로 다음 회차를, 또 다음주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16회 역시 그랬다. 차현을 위해 유니콘을 내려놓는 송가경의 모습은 그간 유니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내던졌던 그의 모습과 달리 안타깝게 표현되며, 자칫 잘못하면 '캐붕(캐릭터 붕괴)'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송가경은 유니콘을 내려놓는 동시에 장회장과 KU 그룹, 그리고 이를 종용한 정부 모두를 무너트리는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뒀다. 완벽히 송가경다운 마무리였다.


전국민이 보는 뉴스를 통해 이들의 악행을 폭로하고 건물 밖으로 나온 송가경의 앞에 서 있던 스포츠카는 마지막회 장면 중 가장 최고의 반전이기도 했다. 모두가 송가경의 전 남편 오진우(지승현 분)의 백마탄 왕자와 같은 등장을 예상했으나, 차 안에 있던 이들은 차현과 배타미였다. 1회에서 청문회를 마친 배타미를 차현이 구했던 것을 그대로 연상시키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그간 시청자들은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며 이상적인 연애를 그리고, 자신이 꿈꾸는 사랑을 함께해 줄 이상형을 떠올렸다. 그러나 '검블유'는 드라마를 통해 '성공'과 '욕망'을 꿈꾸게 했다. 이들이 '포털'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여성 위주의 서사를 녹여내 한국 드라마가 걸어가야 할 새로운 발판을 마련한 것처럼, 보다 다채로운 소재와 이야기들을 담아낸 드라마들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younwy@sportsseoul.com


사진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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