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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베네수엘라 대정전, 마두로 말처럼 '전자기 공격'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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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미국의 고성능 전자기 공격 받았다"

EMP 공격 증거 없어...야당에선 '정부실패' 탓

아시아경제

22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정전으로 쇼핑센터의 불이 모두 꺼진 모습(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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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22일 발생한 베네수엘라 전국 대정전의 원인으로 미국의 전자기공격을 지목해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전국적 정전을 일으킬만한 전자기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고고도에서 핵무기를 폭파시켜 전자기 펄스(pulse)를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EMP(Electro Magnetic Pulse) 공격이 필요하지만, 그러한 공격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베네수엘라 야당과 전문가들은 경제 파탄에 따른 전기시설 관리소홀, 노후화, 보수인력 부족 등이 겹친 정부실패라 입을 모으고 있다.


베네수엘라 현지 언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군 행사에 참석해 지난 22일 정전의 원인이 미국의 전자기 공격 때문이라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우리는 고성능 전자기 공격을 받았다"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 말했다. 앞서 22일 오후 베네수엘라에서는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번 정전은 지난 3월 세차례의 대정전 이후 올들어 네번째 발생한 대정전이다.


마두로 대통령의 말처럼 베네수엘라 전국에 대정전을 일으킬만한 전자기공격이 발생하려면 대기권 내에서 핵무기가 폭발, 대량의 전자기 펄스로 전자기기가 공격당하는 EMP 공격 등의 정황이 있어야한다. 이 EMP 공격의 원리는 지난 1962년 미국이 태평양 일대에서 핵폭발 실험을 하다가 발견됐다. 핵실험 지역에서 1000킬로미터(km) 정도 떨어진 하와이에서 정전이 발생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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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권상에서 핵무기 폭발로 인한 대규모 전자기 펄스를 일으키는 핵 EMP 공격이나 EMP탄을 이용한 비핵 EMP 공격이 발생하면 대규모 정전 발생이 가능하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전사태에서 그러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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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핵폭발이 일으킨 강력한 전자파가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핵무기가 지상에서 약 30km 내외 고고도에서 폭발할 경우 대량의 감마선이 대기중에 퍼지는 '컴프턴 산란 효과(Compton effect)'가 발생하는데, 이때 고에너지 전자들이 대기 중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각종 전자기기를 망가뜨리게 된다. 이처럼 핵무기에 의해 발생한 EMP 공격은 흔히 '핵 EMP 공격'이라 부른다. 이 핵 EMP 공격이 발생하면 미국 전체 정도의 거대한 지역에 대정전을 일으킬 수 있다.


이보다 작은 규모로 반경 수km 내외 지역의 전력망을 무력화시키는 공격으로는 핵무기가 아닌 대규모 코일로 전자기 충격파를 일으키는 '비핵 EMP' 공격 방식이 있다. 비핵 EMP탄을 이용한 공격은 군사작전에 많이 쓰이며 지난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미군이 EMP탄을 이라크 발전소 등에 투하해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베네수엘라 대정전 상황에서는 이러한 EMP 공격 정황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마두로 대통령과 베네수엘라 정부 역시 미국의 전자기공격이 있었다고 밝힐 뿐 정확한 증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베네수엘라 야당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자기공격은 선전구호에 지나지 않고 실제 문제는 노후화 된 전력시설에 경제파탄으로 시설보수가 소홀해진데다 기술자들까지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전력시설 관리에 실패한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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