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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러시아 “영공 침범한 적 없어…한국이 비전문적 비행”… 청와대 “러시아 영공 침범 입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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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오전에 전한 ‘러시아, 깊은 유감 표명’과 전혀 다른 공식 입장 밝힌 러시아…청와대 브리핑 혼선



경향신문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24일 ‘한국 영공을 침범한 적 없고, 오히려 한국 조종사들이 비전문적 비행을 했다’는 러시아의 공식 입장에 대해 “저희의 요구 사항은 (러시아가) 영공을 침범한 사실을 입증시키겠다, 그러니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측이 ‘깊은 유감’을 표했다는 자신의 오전 브리핑 이후 공개된 러시아의 공식 입장이 영공 침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정반대의 내용인 것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외교부나 국방부에서 짐작하는 이유들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밝힐 만한 내용은 아닌것 같다. 정확히는 모른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이날 오후 6시15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지난 23일 독도 영공 침범과 관련해 보내온 공식 전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공식 전문에서 “2019년 7월23일 러시아 항공 소속 2대의 전략 폭격기와 조기경보통제기가 계획된 비행을 수행했다. 그런데 한국 F16 전투기 2대가 러시아 공군기들에 근접해서, 공군기 한 대에 비행항로를 방행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등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한국 조종사들은 러시아 조종사들과의 교신에 나서지 않았다. 경고 비행을 하지도 않았다”며 “객관적인 영공 감식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기는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독도로부터 25km 이상 떨어진 상공에서 계획되니 항로를 벗어나지 않고 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공군 측의 유사한 비행이 반복되면,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고 윤 수석은 밝혔다.

이에 대해 윤 수석은 “저희 쪽 입장은 일단 조종사 교신 음성 내용을 확보하고 있고, 플레어 발사 사진도 갖고 있다. 레이더 영상, 경고 사격 통제 음성도 저희들이 확보하고 있다”며 “비상주파수 교신을 시도했다. 교신 내용은 ‘나가라’는 저희 쪽 음성이 담겨 있고, 이에 대한 러시아 측의 응답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비상주파수 교신은 서로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다 비상상황 발생 시 국제적 주파수 하나로 통일 해 서로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저희쪽 입장은 이러한 자료를 열람시켜 주겠다, 그래서 영공 침범 사실을 입증시키겠다, 그러니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는 것이 요구사항” 이라고 밝혔다.

■ 같은 날 오전엔 “러시아가 깊은 유감 표명”했다고 전한 청와대 ‘러시아 공식 입장 바뀌어’

윤 수석이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소개한 러시아 측 입장은 같은날 오전 윤 수석이 “언론에 밝혀지지 않은 내용들이 있다”며 밝혀온 러시아 차석 무관과 국방부 정책기획관의 통화 내용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차석 무관의 발언이 러시아측의 공식 입장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무관의 입장은 공식 입장”이라며 ‘청와대가 파악한 러시아의 공식 입장은 어제와 오늘이 달랐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밝혔다.

앞서 윤 수석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공식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취지의 러시아 차석 무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당시 브리핑에서 윤 수석은 “전날 오후 3시 주한 러시아 대사관 차석 무관이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대화했다. (러시아 무관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러시아 국방부에서 즉각 조사에 착수해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 수석의 브리핑 후 국방부 측에서는 해당 무관의 발언이 러시아의 ‘공식입장’ 인지 명확치 않다는 취지의 반응이 나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정확한 입장을 받아봐야 한다”며 “저희 판단은 기계 오작동일 수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후 국방부는 “오늘(24일) 주러시아 무관부를 통해 어제(23일) 자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 조종사들이 자국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는 내용의 공식 전문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 ‘TU-9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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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혼선 있었나…“러시아 무관이 말 한 것은 사실, 러시아 입장 바뀐 이유는 짐작만 할 뿐”

윤 수석은 러시아의 공식 입장을 소개한 브리핑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오전에 러시아 무관의 입장을 전달한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필요에 의해서 한 것이다. (어떻게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 (판단을 결정한) 회의체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서는, 그것은 보안사항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무관의 입장을 밝힌 것이 개인적 판단이었는지, 청와대의 판단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공식입장이 바뀐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외교부나 국방부에서 짐작하는 이유들은 있더라. 그러나 공식적으로 밝힐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외교적 문제에 있어서 짐작만 할 뿐이다. 정확히는 모른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결과적으로 오전 브리핑에서 상황 판단이 잘못 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러시아 무관이 밝혀온 내용을 전해드린다는 그 상황은 동일 한 것이다. (러시아 무관이) 이러한 상황을 밝혀왔다는 것이다. 러시아 무관의 이야기가 사실이다, 아니다를 말씀드린게 아니라, 러시아 무관이 이러이러하게 말 했다라고 한 것은 사실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차석 무관이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혀온 사실이 있었기에, 그것을 청와대에서 그대로 전달한 것 뿐이었다는 뜻이다. 러시아 측 공식 전문을 청와대에서 입수한 시각에 대해서는 “제가 (오전) 브리핑 할 때는 없었던 내용”이라며 “그 당시(브리핑시) 모르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용기 1대는 전날 2차례에 걸쳐 독도 영공을 침범해 한국 공군 전투기가 출격해 경고사격을 했다. (관련기사: 러 군용기, 한국 영공 첫 침범…공군 경고사격 )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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