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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팝업리뷰]'나랏말싸미' 위대함 속 가려졌던 인간 '세종'…그 묵직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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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영화 '나랏말싸미'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팩트냐 팩션이냐를 떠나 인간 ‘세종’에 집중한다면 꽤 깊은 울림을 전할 ‘나랏말싸미’다.

1443년 세종대왕은 새로운 ‘소리글자’인 ‘훈민정음’을 반포한다. 당시 사대부의 반대에 부딪히지만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날로 씀에 편하고자’하는 문자를 만들어 권력층의 지식 독점을 무너뜨리고자 했다. 여기까지가 많은 이들이 교과서에서 익히 배운 훈민정음 창제의 과정이다. 하지만 훈민정음의 창제 이면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신미 스님과 팔만대장경의 업적도 존재했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이러한 문제적 역사해석을 영화의 전면적인 스토리로 가지고 온다. 훈민정음 해례본 속에서 팔만대장경과 신미 스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조철현 감독은 훈민정음 창제의 과정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작 낸다. 유교를 국시로 창건된 조선의 임금 세종이 신미 스님과 손을 잡고 한글을 만들었다는 문제적 시선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가 관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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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나랏말싸미' 스틸


물론, 여전히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그럼에도 세종대왕의 단독 창제설이 유력한 학설이다)하니 이러한 문제를 곁으로 떼어두고 본다면 ‘나랏말싸미’는 꽤 탄탄한 완성도를 가진 영화임이 분명하다. 해인사 장경판전부터 부석사 무량수전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 유적지에서 직접 촬영된 화면의 영상미는 수려하고 뛰어나다. 여기에 곁가지 없이 직선적으로 뻗어나가는 힘 있는 이야기까지 어우러진다.

송강호, 박해일, 故 전미선이 주축이 되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빼어나다. 전작 ‘관상’, ‘사도’에 이어 세 번째로 사극 연기에 도전하는 송강호는 그간 많은 배우들이 연기한 세종대왕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글 창제 과정에서 느꼈을 세종대왕의 고뇌와 외로움을 중심으로 인물을 그려낸다. 그런 의미에서 송강호가 그려낸 세종대왕은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 영웅적인 모습이 아닌 인간 이도 그 자체에 가깝다.

‘나랏말싸미’에서 한글 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신미 스님을 연기한 박해일은 우직한 힘으로 이야기를 밀어붙인다. 특히 영화 초반부 일본에서 온 스님들에게 직언을 날리는 모습은 현 시국에서 관객들에게 큰 통쾌함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화 개봉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故 전미선은 소헌왕후를 연기하며 당당한 여장부의 모습을 그려낸다. 영화 속 생생한 고인의 모습이 더욱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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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나랏말싸미' 스틸


하지만 이러한 배우들의 열연과 수려한 영상미에도 불구하고 ‘나랏말싸미’는 명확한 갈등구조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내지 않으면서 다소 심심한 느낌을 준다. 또한 한글 창제 과정과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중심적으로 드러내다 보니 어느 순간 ‘나랏말싸미’는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부분은 관객들의 취향마다 다소 호불호가 엇갈릴 듯하다.

개봉 이전부터 표절 시비가 붙어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 제기되고 역사왜곡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나랏말싸미’. 다행히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은 기각됐지만 여전히 역사왜곡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의 소지가 크다. 특히 영화 속에서 한글 창제의 학문·기술적 업적이 신미 스님에게 집중되고 있는 모습은 학계의 정설을 다분히 벗어난 모습이기에 아슬아슬하다. 팩션으로 받아들인다면 재밌게 관람을, 팩트로 받아들인다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나랏말싸미’다.

하지만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의 역사적 문제를 떼어내고 관람했을 때의 장점이 확실하다. ‘세종대왕이 왜 그토록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훈민정음을 반포하고자 했느냐’를 관람 포인트로 두고 그의 인간적 면모를 들여다볼 때 그 장점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물론, 계속되는 논란 속에서 이러한 진솔함이 관객들에게 오롯하게 전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화 ‘나랏말싸미’ 오늘(24일) 개봉했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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