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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美 '한국 영공' 대신 '그냥 영공'… '러 독도 침범 대응' 日까지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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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가 23일(현지 시각) 러시아와 중국의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우리 군이 경고 사격을 한 것과 관련, "한·일 동맹국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러나 러시아 군용기가 침범한 곳이 독도 위 한국 영공임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채 단순히 "중국과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라고만 했다. 독도 영유권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지 않은 채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강변을 부정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독도를 ‘영토 분쟁지역’으로 인식시키려는 일본 측에 기울어진 시각으로 비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의 소리(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강하게 지지하며 특히 중국과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 이들 동맹 대응도 강하게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미 국방부는 이 사건에서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러시아 TU-95 폭격기. /러시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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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번 대변인은 그러면서 "두 동맹국과 러시아·중국 간 외교 채널을 통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는 동안 관련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동맹국 방어 의지는 철갑처럼 확고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 같은 미 국방부 입장에 대해 미국이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한·일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러시아 군용기에 대한 우리 군의 경고사격은 물론 자위대 군용기를 발진시킨 일본에 대해서도 지지한다고 했고, 입장문에서 ‘한국 영공’이라 하지 않고 단순히 ‘영공’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 시각으로 23일 오전 8시쯤 중국 H-6 전략폭격기와 러시아의 TU-95 전략폭격기, A-50 조기경보통제기 등 중·러 군용기 5대가 독도 인근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진입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KADIZ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의 독도 영공 침범에 맞서 우리 군은 F-15K와 KF-16 등 공군 전투기 18대를 긴급 출격 시켜 20발의 플레어(섬광탄) 투하와 360발의 경고 사격을 했다. KADIZ를 침범한 중국 군용기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으로 넘어가자 일본도 F-15J, F2 등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다. 한·중·일·러의 전투기와 전략 폭격기 등이 한데 엉켜 신경전을 벌였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우리 정부와 러시아 정부 모두에 항의하며 끼어들었다. 이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竹島)’는 일본의 영토"라며 "영공 침범을 한 러시아에 대해서는 일본이 대응하는 것으로, 한국이 조치하는 것은 일본 정부 입장과 상충한다"고 했다. 일본은 독도가 다케시마란 이름의 자국 행정구역이며 우리가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현지 시간으로 23일 "위험한 행동을 한 건 한국 측"이라는 발표를 했다. 세르게이 코빌랴슈 러시아 항공우주군 사령관은 이날 동영상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 공군과 중국 공군이 합동으로 실시한 경계감시활동에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참가했지만, 한국의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라며 "한국 측이 위험한 행동을 했기에 문서로 공식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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