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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29:121… 세계 500大 기업, 중국이 美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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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폭탄·규제에도 중국 기업 8개 늘고, 美는 5개 줄어

中, 3분의 2가 국영기업… IT 업체 급성장 속 샤오미 첫 진입

"중국 세상이다(It's China's World)."

22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지 포천(fortune)이 전년도 매출을 기준으로 선정한 '2019년 글로벌 500대 기업'을 발표하면서 내건 기사의 제목이다. 올해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대만을 포함한 중국 기업 수는 129개로 미국(121개)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은 작년보다 8개 늘어났지만, 미국은 5개가 줄었다.

포천은 "이는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국의 수퍼파워를 장악하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작년은 미·중 무역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미국의 관세 폭탄과 규제에도 중국 기업들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한 것이다.

중국式 국영 성장 모델, 세계 시장 장악

이번 약진의 배경에는 '중국식(式) 국영 성장' 모델이 있다. 500대 안에 들어간 중국 기업 중 국영기업은 3분의 2인 82개다. 에너지·전력·금융 등 필수 인프라를 담당하는 국영기업이 상위권을 독식했다. 중국의 양대(兩大) 국영 석유 업체인 시노펙(Sinopec)과 CNPC(China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가 2·4위를 차지했고, 전력망 구축을 맡는 스테이트 그리드(State Grid)는 5위에 올랐다. 중국공상은행(26위), 중국건설은행(31위), 중국농업은행(36위) 등 3대 국영 은행도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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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엔 13억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내수(內需) 시장이 있다. 지난 30여년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일궈낸 중국은 생활 인프라 개선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13억명이 새로 계좌를 만들어 금융 거래를 시작했고, 자동차를 사 기름을 넣고, 집에 전기를 연결했다. 이들이 모두 국영기업의 고객이 되면서 실적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이 중 대다수는 또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정책을 등에 업고 첨병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시노펙과 CNPC 등은 매년 수백억달러를 투입해 해외 자원 개발을 주도하고, 3대 국영 은행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중국인 고객들을 기반으로 현지 금융 시장에 속속 진입하는 식이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은 "미국이 중국식 국영 성장 모델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미 중국과 개발도상국 일대에 자리 잡은 이들의 영향력이 쉽게 줄어들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장세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패권 경쟁서도 빠르게 영향력 확대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중국 IT 기업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468위)는 중국·인도 시장에서 스마트폰·TV 판매 실적을 끌어올려 창업 9년 만에 500대 기업에 진입했다. 샤오미는 포천의 보도 이후 "우리가 500대 기업 중 가장 어리다"고 했다. 중국 민영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핑안보험(29위)은 보험 판매뿐만 아니라 가입자들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대의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 직면한 화웨이도 작년보다 순위가 11계단 상승한 61위를 기록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 통신장비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의 대표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알리바바·징둥닷컴은 게임·온라인 쇼핑 같은 기존 사업에다 AI·자율주행차·로봇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도 압도적인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막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AI·자율주행차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견줄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굴기에 성장 멈춘 미국·한국

반면 미국 기업은 뒷걸음질 쳤다. 최대 유통 기업인 월마트가 1위 자리를 지켰을 뿐, 전체 기업과 상위 10대 기업에 포함된 숫자가 모두 줄었다. 게다가 올해 새로 진입한 기업 25개 가운데 중국 기업은 12개지만, 미국 기업이 4개에 불과하다는 점은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한국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국은 지난해와 같이 16개 기업이 포함됐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8개 기업의 순위가 내려갔다. 그나마 선전한 곳은 107계단이나 뛰어오른 SK하이닉스(335위) 정도였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경제학)는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었고, 이제는 해외 시장까지 장악하고 나섰다"며 "세계 시장이 독과점 체제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규모가 막대한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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