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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0.2% 투표로 총리 됐다···'영국판 트럼프' 존슨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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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대표 경선서 제러미 헌트 외무 눌러

인종 차별, 여성 편력…'영국판 트럼프' 별칭

국민 0.2% 투표로 '금발의 야망' 꿈 이뤄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각료들 줄사퇴

이란 핵합의 등 트럼프 노선 따를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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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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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야망’.

소니아 퍼넬은 보리스 존슨의 전기를 쓰면서 이런 제목을 달았다. 금발이 상징인 존슨이 평생 품어온 야망인 영국 총리직을 차지했다. 23일(현지시간) 발표된 보수당 당 대표 경선에서 존슨은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을 눌렀다. 테리사 메이에 이어 24일 총리직에 오른다.

‘존슨 총리'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반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은 지난 20일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광장에 존슨 모양의 인형을 선보였다. 가슴에 ‘350m 파운드’ 문구를 적었다. 2016년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당시 존슨이 브렉시트에 찬성하면서 “영국이 매주 EU에 3억5000만 파운드(약 5100억원)를 보낸다”고 거짓으로 주장했던 것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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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반대 시위대가 보리스 존슨을 풍자해 만든 인형.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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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이 영국 총리에 오른 것은 보수당 당원 우편 투표의 결과다. 약 16만 명으로 영국 전체 인구의 0.2%가량에 불과하다. 보수당 당원의 성향상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이 유리했다. CNN은 “보수당원의 시각은 영국 국민 전체 여론과 다를 뿐 아니라 보수당 하원의원들과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퍼넬은 존슨 총리의 일대기를 21일 가디언에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존슨은 1964년 뉴욕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 스탠리 존슨을 따라 영국과 미국에서 32차례 이사를 했다. 8살 때까지 청각 장애가 있었고 조용한 아이였다. 옥스퍼드대에서 영어학을 전공하다 그만둔 어머니는 아들이 예술계 쪽 진로를 가기를 희망했지만, 아버지가 존슨에게 “이기는 게 우선"이라는 경쟁심을 심어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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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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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의 증조부는 터키 오스만제국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터키계 언론인이다. 보리스 존슨의 본명이 ‘알렉산더 보리스 디 페펄 존슨’으로 긴 것도 다양한 조상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에서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보리스는 터키 혈통이 있다는 점 등으로 놀림을 받았다고 퍼넬은 전했다. 퍼넬은 “자기 보호를 위해 보리스는 ‘영국식 괴짜 모습'을 연마했고, 이튼 칼리지로 갔을 때는 이색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고 했다.

옥스퍼드대에서 상류층 클럽 멤버로 활동한 존슨은 옥스퍼드연합 회장직에 도전했다가 공립학교 출신에게 졌다. 퍼넬은 “이 패배에서 교훈을 얻은 이후 보리스 존슨은 정치적으로 양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특권의식을 유머로 감추기 시작했다"며 “카멜레온 같은 정치인, 보리스가 탄생한 순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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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의 얼굴 마스크를 쓴 시위대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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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벨기에 브뤼셀 특파원을 시작한 이후 존슨은 EU에 반대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유럽에선 신뢰를 받지 못했지만, 영국에서는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됐다. 2008년 런던시장이 된 그는 ‘좌파 보리스'로 불리기도 했다. 자전거를 지지하고 이민을 지지하는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지만, 두 번째 임기가 끝날 무렵 ‘보수 보리스'로 회귀했다.

2016년 EU 탈퇴 국민투표 찬성을 주도한 그는 당시 총리가 될 것처럼 보였지만 탈퇴파의 마이클 고브가 그의 진심에 의문을 제기하며 총리 경선에 뛰어들자 꿈을 접었다. 이후 존슨은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앞장서 반대하며 그의 힘을 뺐다. 결국 브렉시트 강경파의 지지를 바탕으로 총리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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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이 지지자의 환영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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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는 막말로도 유명하다. 이슬람 전통 의상인 부르카를 입은 여성을 ‘우체통, 은행 강도처럼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영국 식민지였던 미얀마 방문길에선 식민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시를 읊었다. 신랑감을 찾으려고 여성이 대학에 간다는 비하 발언도 했다. 퍼넬은 “존슨이 총리가 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그가 얼마나 많은 공통점을 가졌는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성 편력도 남다른 존슨 총리는 관저이자 집무실인 ‘다우닝가 10번지'에 처음으로 애인과 들어가는 영국 총리가 될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전 부인과 결별한 존슨 총리는 애인 캐리 시먼즈(31)와 동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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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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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를 받아들이기 힘든 영국 정부 각료들은 줄사퇴 중이다. 존슨은 오는 10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아무런 협상 없이 나가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앨런 덩컨 영국 외무부 부장관이 22일 “영국이 브렉시트의 어두운 구름에 갇혀 있다"며 사의를 표했다.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도 BBC에 “노 딜은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각료직을 내려놓을 것을 밝혔다. 데이비드 고크법무장관등 친 EU 각료 10명 내외가 추가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는 존슨 총리는 발등의 불인 이란 문제에서부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존슨의 측근 인사들은 영국 정부가 진작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주도 호위 연합체에 가입했다면 자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가 이란에 억류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은 유럽 주도로 선박 보호 작전을 펴겠다고 했지만, 존슨 내각은 미국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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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선적 스테나 임페로호를 억류한 이란 군이 쾌속정으로 주위를 순찰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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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언론들은 존슨 총리가 독일ㆍ프랑스와 함께 유지해온 이란 핵 합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대로 탈퇴할 것인지에 주목한다. 존슨의 노선이 바뀔 경우 이란과의 갈등은 격해질 수 밖에 없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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