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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유독성 검사 한번 안해… 조직적 증거인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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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34명 무더기 기소… 8년 수사 마무리 / SK케미칼·애경산업·GS리테일 / 독성물질 첨가한 제품 그냥 판매 / SK케미칼은 소비자 제보도 ‘무시’ / 애경산업 등 압색 전 증거자료 숨겨 / 환경부 공무원은 ‘기밀유출’ 정황 / 前국회의원 보좌관 ‘소환무마’ 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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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책임자 34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흡입하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는 애초 안전성 검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를 감추려고 제조업체와 주무부처 공무원이 유착한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23일 인체에 해로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홍지호(68) 전 대표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각종 국정감사 자료 등 기밀정보를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환경부 서기관 최모(44)씨 등 26명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처음으로 알려진 지 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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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권순정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애초 각 제조업체가 가습기 살균제 개발 단계에서부터 제품 성분의 유독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시중에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업체들은 제품의 유해성을 묻는 소비자들한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별다른 근거도 없이 인체에 무해함을 강조하다가, 정작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조직적 증거인멸을 하는 등 피해를 더욱 키웠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GS리테일 등은 흡입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첨가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제조·판매하면서 과학적 방법으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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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SK케미칼은 건강 유해성을 묻는 소비자의 불만을 접수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없이 제품을 계속 제조·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들이 안전성 검증을 부실하게 한 정황을 보여주는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은닉하는 등 향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자료들을 조직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보고서는 유독성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실험용 쥐들한테 병변이 생기고 백혈구 수치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 업체는 보고서 내용을 접하기도 전에 소비자들한테 제품을 판매했다. 아울러 SK케미칼은 인체에 유해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다른 업체에 공급하기도 했다.

이밖에 애경산업과 이마트도 검찰의 압수수색 당일 각종 증거자료가 저장된 직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노트북 컴퓨터 등을 고의로 숨겼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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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결과 진상 조사를 벌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환경부 공무원인 최씨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애경산업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 금품을 받고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와 가습기 살균제 건강영향 평가 결과보고서 등 기밀자료를 유출해 수사에 대비하게 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양모(52)씨도 업체 관계자의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소환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은 이로 인해 진상 규명이 더 늦어졌다고 보고 있다.

해당 사건은 2011년 4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산모·노약자·영유아 등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각 업체는 수백만∼수천만원 과징금만 물었다. 검찰 수사는 사건 발생 5년이 지나서야 시작됐고, 그 사이 14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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