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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1명 목숨 앗아간 '죽음의 연기'···34명 기소, 8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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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정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재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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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데 관여한 책임자 34명이 피해 발생 8년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가습기 살균제 기업과 유착한 공무원, 처벌을 피하려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기업도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홍지호(68) 전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내부 정보를 누설한 환경부 서기관 최모(44)씨 등 26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우선 SK케미칼에서 홍 전 대표 등 4명, 애경산업에선 안용찬(60) 전 대표 등 5명, 필러물산은 김모(57) 전 대표 등 2명, 이마트 전직 임원 2명, GS리테일 전 팀장 1명, 퓨엔코 전직 임원 2명 등 1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과실로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았다. 첫 수사 당시 정부의 독성실험 결과에서 CMIT·MIT 원료물질과 피해의 인과관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관계자는 2016년 첫 수사 때 기소돼 지난해 최고 6년형이 확정됐다.

이번 검찰 수사는 CMIT·MIT 원료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재개됐다. 검찰은 1994년 최초 가습기 살균제 개발 당시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연구노트 등을 압수해 최초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부실하게 개발된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대 보고서는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실험용 쥐의 백혈구 수치가 감소해 안정성 검증을 위해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담겼다. 가습기 살균제 일부 제품은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최종 결과가 기업에 도착한 시점인 95년 7월 이전인 94년 11월 이미 판매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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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조위 부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검찰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2차 수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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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담당자가 내부 정보를 가습기 살균제 기업에 누설한 정황도 확인됐다. 환경부 서기관 최씨는 2017~2019년 애경산업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대가로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와 가습기 살균제 건강영향 평가 결과보고서 등 내부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11월에는 애경산업 직원에게 검찰 수사가 개시될 것으로 보이니 수사에 대비해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들을 삭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 기업들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작업도 이번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SK케미칼은 안정성 부실 검증 사실이 확인되는 핵심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숨겼다. 애경산업과 이마트 등은 직원들의 컴퓨터나 노트북을 은닉한 혐의가 드러났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양모씨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방해 행위자를 적발해 기소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도 “염화벤잘코늄(BKC)‧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NaDCC) 등 다른 성분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 업체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점, 옥시 영국 본사와 외국인 임직원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가습기 안에 넣는 물에 약품을 타는 방식의 살균제는 94년 11월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만 출시됐다. 판매가 금지된 2011년까지 17년간 980만 통이 팔렸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이달 19일 기준으로 6476명이다. 이중 1421명이 사망했다.

김민상‧김기정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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