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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TF현장] "들어오는 문이 다르네"…환한 표정의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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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으로 석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17차 공판에 출석하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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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석방 후 첫 재판…주변 사람들과 반갑게 악수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들어오는 문이 다르네?"

법정 경위의 인사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표정은 최근 들어 가장 환해 보였다. 재판 20분 전 쯤 가장 먼저 법정에 도착했다. 미결수 신분이었던 이전과 달리 일반 출입구로 입정했다. 어제 구속 179일 만에 보석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됐기 때문이다. 주거지 제한 등 몇가지 조건은 따라 붙었지만 말이다.

곧이어 법정에 들어선 고영환 전 대법관과도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악수를 청하는 방청객도 있었다. 흔쾌히 손을 내밀었다.

법원에 도착했을 때부터 취재진이 그를 에워쌌다. "고의로 재판을 지연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질문이 쏟아졌지만 알듯 말듯한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방청객 소지품 검사도 이날은 더 까다로웠다. 법정 복도에는 건장한 경찰관들이 투입돼 삼엄했다. 석방 후 첫 재판이라 혹시 시위가 있을까봐 긴장한 듯 했다. 법정 경위도 "오늘 방청객이 많을 것 같으니 좌석번호대로 앉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방청석 대부분은 기자들이 채웠고 재판은 차분히 진행됐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 전 대법관, 박병대 전 대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17회 공판은 피고인 측의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전날(22일)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 보석 결정했다. 양 전 원장 입장에서 보면 조건이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외출에 특별한 제한이 없고 재판부 허가를 받으면 출국도 가능하다. 보석 보증금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낸 10억 원의 1/3인 3억 원이었다. 검찰이 "사실상 구속 만료 전 20일 조기 석방"이라고 반발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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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을 허가받은 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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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의 증인신문이 예정됐으나 2번째 불출석했다. 본인이 주재하는 재판 일정이 있다는 이유다. 검찰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 했다. 1차 불출석 때도 재판 일정을 이유로 대 본인이 가능하다는 날짜 중 기일을 정해줬는데도 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기일 증인 출석한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려 했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변호인 측이 "반대신문이 끝나지 않았다"고 이의 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재판 진행이 늦어지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건강을 이유로 퇴정을 요구해 변호인의 증인 반대신문을 마치지 못 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을 근거로 증거 채택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그 조서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원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또는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검찰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라는 조문에 주목해 "지난 기일에 변호인 반대신문 기회가 있었는데도 피고인이 이 권리를 포기한 상황"이라며 "예정대로 서증조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심리 일정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난감한 표정을 짓던 재판부는 휴정 끝에 피고인 측 손을 들어줬다. 검찰의 조문 해석이 일리가 있지만, 이후 재판 절차 중 증거능력을 놓고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8월 5일 김민수 증인이 재출석하는 기일에 신문을 마치고 증거 채택을 결정하는 것으로 미뤘다.

"오늘은 검증 진행할 게 없네요. 증인신문도 못 하고.. 더 할 게 있나요?"

재판은 47분 만에 끝났다. 지난 19일 기일은 13시간 46분 동안 진행됐던 것에 견줘 유례없는 '초스피드'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표정은 여전히 환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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