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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환율시장 'GDP 쇼크' 재발할까…팔 걷어붙인 외환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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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초체력 우려 증폭…弱달러에도 원화 맥 못춰
당국 1180원선 저지 나선 듯…"석 달 전과 달라"

우리나라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외환시장에 'GDP 쇼크'가 재발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1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치보다 안 좋게 나왔을 때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는데, 2분기 성장률도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를 시사한 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지만 원·달러 환율이 1170원을 웃돌고 있는 것도 국내 성장세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외환당국의 달라진 움직임에 쇼크 수준의 환율 급등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석 달 전에는 당국이 뒤늦게 원·달러 환율 방어에 나섰으나 최근에는 1180원선에서 선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GDP 성장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낮아진 것도 석 달 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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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弱달러에도 맥 못추는 원화…'GDP쇼크' 우려 키워

석 달 전 'GDP 쇼크'는 외환시장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1분기 성장률이 발표됐던 지난 4월 25일 전후로 원·달러 환율은 20원 가까이 급등했다. 4월 23일 1141.8원(종가)이었던 환율은 26일 1161.0원까지 올랐다. 1분기 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치(0.3%)를 한참 밑도는 -0.3%(속보치)로 발표되면서 2년 넘게 이어졌던 증시 박스권이 깨졌다. 1분기 성장률 발표 당일에는 코스피도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이달 25일 2분기 GDP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외환시장에서는 석 달 전의 일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1분기 성장률이 -0.4%(잠정치)에 불과한데도 전기대비로 나오는 2분기 성장률이 1.0%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발표한 7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0.3%P(포인트)나 낮추자 2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낮아졌다.

외환시장에서는 현재 원·달러 환율이 1170원을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석 달 전보다는 적겠지만 일정 수준의 상승폭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2분기 성장률이 1.0%에 못 미쳐 또 한 번의 '쇼크' 수준으로 나오면 1200원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이 소강상태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시장의 집중도가 높아졌다"며 "2분기 GDP가 예상보다 안 좋게 나오면 어느정도 상승폭을 보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원화의 약세는 이같은 우려를 증폭시키는 배경이다. 지난달 18~19일(현지시간) 열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6개 통화대비 달러 지수는 지난달 19일 97.63에서 이달 19일 96.70으로 한 달 새 1% 가까이 내렸지만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176.1원에서 1174.5원으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 원화의 절하율은 최상위 수준이다. 원화는 이달 19일 기준 지난해 말 대비 5.0% 절하됐는데, 아르헨티나 페소(-11.2%), 터키 리라화(-6.2%)를 제외하고 주요국 중 절하율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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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대기업 총수와 CEO(최고경영자)를 불러 일본의 경제 보복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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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가 반사적으로 강세를 보이지만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로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수출 회복의 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성장률 부진과 더불어 반도체 가격이 2분기에도 추가 하락하면서 여타 통화 대비 원화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달러 강세에도 원화의 오름폭을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외환당국 1180원선 1차 저지선…"석 달 전과는 다르다"

석 달 전 늑장대응으로 뭇매를 맞았던 외환당국이 2분기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는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은이 3년 만에 금리를 전격 인하한 지난 18일 장중 환율이 1185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종가는 1178.8원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1180원을 1차 저지선으로 보고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 1180원선에서 달러가 오르지 못하도록 당국이 달러를 매도해 개입하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1200원에 근접하기 전에 쏠림이 없도록 선제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외환당국도 2분기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원화절하의 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외환당국은 한은의 연간 성장률 발표로 2분기 성장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낮아진 만큼 석 달 전과 같은 환율 급등세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2분기 성장률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많은데, 숫자에 따라서 변동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며 "1분기 성장률은 예상치를 크게 하회해 변동이 컸지만 이번엔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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