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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90년생’ 밀레니얼 신입사원, 교육도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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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현대백화점그룹이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마련한 ‘게이미케이션 교육’ 프로그램. 제공 | 현대백화점그룹



[스포츠서울 김윤경·이선율·이주희·김혜리 기자] 최근 90년대생 직장인들 사이에서 “라떼 이스 홀스(Latte is horse)”라는 유행어가 돈다. ‘라떼는 말이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뜻이다. 방금 전 이 문구를 처음 봤다면 당신은 낀 세대(1970~1980년생) 혹은 그 윗세대일 것이다.

청춘을 회사에 바쳐 충성해 온 50대 이상 부장님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요즘 애들은 쯧쯧…”하며 혀를 차시던 어르신들에겐 당연하던 것들이 요즘 애들(?)에겐 당연하지 않은 옛 것이 됐다.

기존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이들이 세상에 등장했고 그들은 회사로 물밀 듯 들어오기 시작했다. 선배의 “나 때는 말이야”를 가만히 앉아 듣고 공감하며 발끝 만큼이라도 배우고 따라가려던 세대도 이미 기성세대로 분류된 지 오래다.

1980년대 이후 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이제 막 입사한 90년대생 사회초년병들은 기존 세대의 가치관에 순응하길 거부한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에 친숙한 데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산업 핵심 인력이자 주요 소비층으로 떠올랐고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업무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이제까지 없던 재능과 직업정신이 요구된다. 기업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신입사원 교육을 변화시키고 소통 프로그램을 늘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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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최태원 SK회장이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SK타워에서 현지 주재 직원들과 함께 진행한 행복토크. 제공 | SK그룹



◇ ‘상명하달’ 의사 전달 벗어난 ‘소통 강화’에 나서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2534세대는 전체 대한민국 인구의 13%다. 올해 기준, 주요 대기업의 경우 밀레니얼 세대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상명하달식 의사 전달 방식으로는 갈등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들과 원만하게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행복토크’를 마련했다. 구성원들 스스로가 조직에 직접 참여해 자유로운 의사전달을 할 수 있는 코너다. ‘행복토크’ 현장에는 최태원 SK 회장도 참여했다. 최 회장은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며 밀레니얼 세대가 중요하게 보는 ‘행복’이라는 가치를 강조해 직급 구분 없이 자유로운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포스코그룹도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따로 소통 가이드를 마련했다. 포스코그룹 포스코인재창조원은 올해 2월 그룹 내 리더급 직원을 대상으로 ‘밀레니얼 세대 소통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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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신입사원 6명과 임원들이 함께 ‘밀레니얼 세대와의 행복한 동행’을 주제로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제공 | LG화학



LG화학은 지난해 9월 임원들이 신입사원의 강의를 듣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임원 리더십 워크숍에는 부회장과 임원, 공장장 등이 참여해 신입사원 6명과 ‘밀레니얼 세대와의 행복한 동행’을 주제로 토크쇼 형태의 강의를 들었다.

금융업계 역시 소통 리더십 교육을 진행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신입사원 교육에서 과거에 해오던 비즈니스 매너, 복장 예절, 등산 등의 교육 과정은 축소 및 폐지했다. 대신 윗세대와 아랫세대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

NH투자증권에서 부서장 및 예비 리더를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교육은 ‘90년생을 이해하기’를 주제로 삼았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직원 200여명이 참석한 지난 6월 특강에서는 ‘90년생이 온다’ 저자가 직접 나서 강연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자존감과 자기만족감을 중시해 개인 단위의 업무 분배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에 팀워크의 중요성을 교육하기 위해 도미노 교육을 도입했다. 신입사원들이 소속감과 팀워크를 익힐 수 있도록 새마을금고 이미지를 도미노 게임으로 구현하는 팀 단위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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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롯데 뉴커머스데이’에서 환영인사를 전하는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제공 | 롯데그룹



◇ ‘톱다운’ 강의식 아닌 ‘게임·체험활동’ 도입한 신입사원 교육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 교육도 기존의 틀을 깼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선배의 경험담이나 노하우, 전문가의 지식 톱다운 방식의 강의형 교육에서 벗어나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게임형 콘텐츠와 5분 가량의 짧은 동영상 교육 강좌를 도입했다. 신입사원 개개인의 관심사와 흥미, 학습 스타일 등을 분석한 1대 1 맞춤형 코칭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올 하반기에는 신입사원 직무교육 과정에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도입해 보드게임·방탈출 게임·추리 게임을 통해 그룹의 비전과 핵심가치, 계열사별 사업영역 등 회사 관련 기본 정보를 전할 방침이다. 또한 교육 콘텐츠에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IT 기술을 접목하고 ‘스낵컬처’ 스타일의 웹툰·웹드라마 교육 자료도 제작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2011년 상반기부터 매년 두 차례씩 신입사원 공개채용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뉴커머스데이’를 열고 신입사원과 그 가족들 1000여명을 불러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줬다. 특히 올해는 신입사원들이 알고 싶어 하는 회사생활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통하는 ‘토크콘서트’ 프로그램을 신설해 선후배가 화합하는 자리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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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F리테일이 지난 16일 진행한 신입사원 나무심기 체험 활동. 제공 | BGF리테일



편의점 CU를 전개하는 BGF리테일은 딱딱한 이론 교육 대신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도시 숲 만들기’ 활동으로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치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직접 실천하기 위해서다. 신입사원들은 지난 3월 자원봉사 동아리 ‘이음표’ 멤버들이 조성한 ‘BGF 좋은 친구들의 숲’에 방문해 각자의 이름을 건 묘목을 심는 한편 기존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잡초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상반기 공채 신입사원들은 직접 만든 책꽂이를 청주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했으며, 하반기에는 직접 제작한 방한 구호키트를 쪽방촌에 전달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핵심으로 하는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2017년부터 홀트아동복지회의 ‘뷰티풀 맘스 데이’ 프로그램을 통해 신입사원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진정성 있는 나눔을 실천하도록 교육해왔다. 그동안에는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의 ‘걸음마 신발’을 직접 만들어 선물해왔다면 올해는 신입사원들이 직접 만든 캔들을 미혼 한부모에게 선물하는 나눔 활동을 펼쳤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의 비전과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의 가치관을 융합시켜 새로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성장에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 등 신입사원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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